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동틀 무렵 입질이 심상치 않다

소석(笑石) 2013. 9. 16. 16:19

   ▲ 장흥 가학지

 

장흥 가학지로 가는 길 입니다.

새벽 어둠속에서 간간히 뿌리는 가을비는

모처럼 만에 출조 하는 마음을 초조하게 합니다.

 

밝아오는 아침을 맞으며 저수지에 도착하니 

이곳은 다행스럽게도 비는 아직 내리지 않고 있지만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이 후덥지근한 날씨와

안개 속에 잠겨있는 수면 위에는 보트 3척이 아침 낚시를 즐기고 있습니다.

 

오전 내내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어

부지런히 파라솔 텐트까지 설치하고 나니

서쪽 하늘에 컴컴한 먹구름이 몰려오기 시작 합니다.

 

   ▲ 안개 속에 잠겨 있는 가학지

 

아침 8시경이 되자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서풍이 강하게 불면서,

천둥번개와 함께 장대 같은 비가 내립니다.

 

파라솔 텐트는 금방이라도 바람에 날아갈 것 같아

한 평 남직한 공간에서 양 손을 벌리고 허우적 대보지만

파라솔 텐트보다는 눈앞에서 번쩍거리는 천둥번개 때문에

모골이 송연해지고 정신이 하나도 없습니다.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은 파라솔 텐트를 접어 낚시장비를 덮어두고,

공동 텐트로 피신하고 말았습니다.

 

   ▲ 천둥번개와 함께 비바람이 불고있는 가학지

 

한 시간여 동안 무섭게 내리던 비는 그쳤지만

약한 비는 계속 오락가락한 가운데

우선 채집망에 들어온 참붕어와 새우를 달고 투척해 놓고 나서

 

아침 11시경부터 

새우 미끼에는 7치급 붕어가,

참붕어에는 가물치 새끼가 낚인 것을 보니

오늘 조황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 새우 미끼에 올라온 7치급 붕어

 

오후가 되면서 비도 개고

하얀 구름과 함께 맑은 하늘이 나타나자

전형적인 가을 날씨만큼이나 마음도 여유로워 지자

 

얼마 전부터 다혜콩콩님이

옥수수 미끼에 월척을 낚은 것이 생각나서

3.6칸대 2대를 옥수수 채비로 바꾸고 기다려 봅니다.

  

   ▲ 말고 청명한 가을 하늘

 

최근 가학지 입질에 변화가 온 것 같습니다.

떡밥.새우 미끼에 반응이 좋고

환상적으로 찌를 올려주던 입질이 뚝 끊기고,

 

떡밥에는 잔챙이 들이,

새우 미끼는 투척해 놓고 입질이 없어 건져보면

머리만 남고 몸뚱이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옥수수 미끼에 입질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깐죽거리는 찌 놀림에 속을 태우고 있는데

오후 3시경 다혜콩콩님이 옥수수 미끼에 월척 급을 한 수 했습니다. 

 

   ▲ 옥수수 미끼에 월척(30.5cm)을 한 다혜콩콩님

 

때 마침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몸을 맡긴 갈대 이삭이 머리를 산발한 채

은빛 광채를 뽐내며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는가하면

 

가을 낚시를 즐기려는 꾼들이 하나 둘 찾아드는 가운데

가족이 함께 온 어린애들의 웃음소리와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저수지에 가득 합니다.

 

   ▲ 가학지의 갈대

 

몽환적인 저녁노을 입니다.

낚시터에 올 때마다 보는 노을이지만

매번 다른 느낌이 드는 것을 보면 자연은 참 오묘합니다.

 

바램이 있다면

저 곱디고운 저녁노을처럼

오늘 밤을 아름답게 마무리 할 수 있기를 - - -

 

   ▲ 가학지의 저녁 노을

 

지는 해가 남기고 간 노을이

물속에 어슴푸레하게 스며있는 수면 위로

어둠이 내리자

 

햇빛이 떠난 자리에

달빛을 맞이하며

꾼들의 소망을 담은 캐미 불이 하나 둘 늘어 갑니다. 

 

   ▲ 저녁 노을 잔영 속에 핀 캐미불

 

오늘은 하늘에 달이 하루 종일 떠 있습니다.

낮부터 동쪽 하늘에 모습을 드러낸 반달이 

밤이 되어 빛을 발하며 저수지를 가득 채우자

 

낮부터 올까 말까, 다른 곳으로 갈까 하면서 망설이던

아쭈리님과 붕어사랑님이 다헤콩콩님의 반 강요에 못 이겨

8시 30분경 이곳에 도착했습니다. 

 

   ▲ 무척이나 아름다웠던 반달

 

밤새도록 잔챙이 한 수에 그치고

자정 무렵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5시경 일어나보니

여명이 밝아오는 어둠 속에서 북풍이 심하게 불고 있습니다.

 

첫날 도착 할 때는 동풍이 불었는데,

낮 동안은 남풍, 서풍으로 바뀌더니 밤에는 북풍이라, 

가학지의 변화무쌍한 바람은 이번도 여전합니다.

 

   ▲ 새벽 여명

 

아침 6시경 주위가 밝아오면서

옥수수 미끼를 한 3.6칸대 찌가 움찔거리다

몇 번 반복 하더니 이내 조용합니다.

 

다른 대의 미끼를 갈아 주고 나서 고개를 들고 보니 

찌가 보이지 않아 습니다.

"옥수수 입질은 찌가 물속으로 사라진다." 는 말이

퍼뜩 생각납니다.

 

챔질과 동시에 "턱" 하고

숨이 멎을 것 같은 감각 속에서 대어가 심한 저항을 하더니

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난생 처음으로 옥수수 미끼로 월척 급을 낚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시간은 20여분이 지났지만

뛰는 가슴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고 있는데

다시 찌가 고물거리더니 갑자기 물 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오늘은 좋은 날 입니다.

이렇게 2수를 하고나서 아침 먹고 한 수,

다시 이런 날이 있을까? 

 

   ▲ 옥수수 미끼에 올라온 월척급 붕어(31.5cm)

 

아침 햇살이 산등성이에서

눈부시게 고운 햇살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눈부신 아침 입니다.

가을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뛰는 가슴을 살며시 내려놓고 기지개를 켜봅니다.

 

   ▲ 일출

옥수수 미끼에 월척급 4수,

새우 미끼에 잔챙이 2수,

가학지 출조 시에는 채비를 고려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쁜것들

 

아침 햇살에 아직 이슬도 마르지 않았고,

미련도 많이 남았는데

철수를 서두릅니다.

 

5주째 출조 에서 붕어 얼굴도 못 봤다는

아쭈리님과 붕어사랑님!

추석 연휴 출조에 대박 터뜨리시기 바랍니다.

 

   ▲ 다음을 약속하며 철수 중

 

맑고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가을바람에 하늘거리는 코스모스와 갈대,

고개를 숙이고 누렇게 익어가는 황금벌판,

 

온통 가을 색으로 치장해 가고 있는

우리들이 낳고 자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고향마을 가을 풍경입니다.

  

   ▲ 황금 들판으로 변해가는 들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