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아니 오는줄 알았는데
풀 섶의 풀벌레가 들려주는 가을 교향곡에 묻혀서
우리 곁에 서서히 다가옴을 느낍니다.
오늘은 한낮의 햇살은 아직 따갑지만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히고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백로(白露) 입니다.
먼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새벽 여명이 깃들면서 조금씩 붉어지던 하늘에 이어
산천초목에도 붉은 옷을 입혀 놓았습니다.
아무데나 지천으로 널려있어
흔하디흔한 풀이라고 천대를 받는 강아지풀도
날로 영글어 가던 이삭이 홍조를 띠고 아침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밤사이에 내린
잎과 이삭에 맺혀 있던 수정처럼 맑고 아름다운 이슬을 머금고
생명의 잔치를 벌이더니
아침 해가 떠오르자
보석처럼 영롱하게 반짝이던 이슬도 물이 되어 떨어지고
좁쌀만 한 씨앗이 달린 이삭들이
어제보다는 더 고개를 숙이고 가을 햇살에 익어가고 있습니다.
강아지 꼬리를 닮았다하여
구미초(狗尾草) 또는 낭미초(狼尾草)라고도 부르는 강아지풀은
아이들과 가장 친한 풀이며,
밭곡식인 "조"와 닮았다 하여
가짜 "조"란 의미로 "가라조"라고 불렀지만
예전에는 곡식으로도 손색이 없어 구황식물(救荒植物)로 먹었다고 합니다.
가을 들판에서 노랗게 익어가는 강아지풀
보송보송한 털빛이 여름에는 연한 초록색 이었다가
가을에는 연한 노란색으로 변하는 줄만 알았는데
이 녀석은 연붉은빛이 납니다.
털빛이 금빛이 나면 금강아지풀,
연붉으면 자주강아지풀 이라 부른다고 합니다.
가을바람에 하늘거리고 있습니다.
강아지풀을 하나 꺾어 팔에다 올려놓고 살짝 건드려보니
간질거리며 기어갑니다.
어릴 적 옛 추억이 생각납니다.
지금이라도 아이들과 함께 들판으로 달려가
이 가을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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