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잔챙이들 놀음에 춤추는 찌

소석(笑石) 2013. 8. 6. 16:17

 

   ▲ 장흥 지정지

 

별들이 빛을 잃어가는 새벽 4시경,

아내가 잠에서 깰까봐 살금살금 낚시장비를 챙겨서

아파트 출입문을 열고나오니

어둠속에서 다혜콩콩님이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한 주를 쉬고 2주 만의 출조라서 그런지

그동안 무거웠던 몸도 가벼워지고, 

한산한 도로를 달리다 보니 가슴도 뻥 뚫리는 기분입니다.

 

벌교 반도낚시에 들려 캐미 등 몇 가지를 사가지고

오늘 출조 장소인 장흥 가학지로 가는 도중에

하루 먼저 출발한 붕어사랑님에게 조황을 물었더니

 

낚시꾼들은 많이 왔는데 저수지가 배수를 하고 있어

밤새도록 입질 한 번 받지 못했다고 하면서

어제 반도낚시 주인 말에 의하면 강진 마량에 위치한 영동지에서

잘 낚인다고 했다면서 그쪽으로 바로 가라고 합니다.  

 

   ▲ 강진 영동지 가는 길에 만난 일출

 

영동지 제방 입구에 다다르니 

낚시꾼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고,

상류 쪽으로 올라가면서 살펴보니

꽤 큰 저수지에 어림잡아 30여명의 낚시꾼들이 보입니다.

 

수초가 전혀 없고 바닥이 훤히 보이는 물가에는

바닥 낚시를 하는 꾼들은 하나도 없고 내림낚시 꾼들 일색으로,

마침 철수를 하고 있는 낚시꾼에게 물었더니 

이곳 역시 밤새도록 입질이 없었다고 합니다.

 

여수에서 강진까지 새벽길을 달려왔는데 난감합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1박 2일 동안 둥지를 틀수는 없고,

여름철 배수 중에도 잔챙이들이 입질을 보이는 장흥 지정지에 도착하니

붕어사랑님이 먼저와 기다리고 있습니다.

 

    쑥부쟁이가 핀 지정지

 

지정지에 도착한 시간이 아침 7시경,

마름 수초가 듬성듬성 난 곳에 자리를 정하고 대를 편성하고 있는데

어제 저녁 이곳에서 밤낚시를 했다는 꾼이 다가오더니

입질 한번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붕어사랑님 엄청나게 열 받았습니다.

잠은 고사하고 입질 한 번 받지 못했지요,

거기다 새벽에 가학지에서 철수해서 이곳까지 이동했지요,

낚시대 3대 편성해 놓고 아침밥 먹자고 합니다. 

  

   ▲ 긴 제방 중간쯤에 자리를 정하고

 

늦은 아침밥을 먹으면서 떡밥에 입질을 한다고 하더니

드디어 붕어사랑님이 첫 수를 낚고 나서

다혜콩콩님에 이어 나도 덩달아 붕어 얼굴을 보고나니

모든 시름과 걱정이 싹 달아납니다.

    

잔챙이 입질은 계속 이어지고,

한 시간쯤 챔질을 하고나니 차츰 짜증이 나는 걸 보니

인간의 마음은 어쩔 수 없나 봅니다. 

  

   ▲ 첫 수를 낚은 붕어사랑님

 

   ▲ 다혜콩콩님도 정신이 없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부는 차양 막 그늘아래서

지정지 들녘을 바라보며 느긋하게 점심을 먹고 나니

피로감이 엄습해오면서 졸음이 쏟아지지만 

 

오전까지만 해도 혹시나 자리 이동을 염두에 두고 

4대만 편성했던 낚시대를

잔챙이들과 씨름하다보면 씨알 좋은 붕어를 낚을 수 있다는 생각에  

8대로 늘리기 위해 파라솔 아래 의자에 앉아봅니다. 

 

   ▲ 낮잠 자기에 안성맞춤인 차양막 그늘

 

며칠 있으면 말복(末伏)입니다.

벼는 초복 때 한 살, 중복 때 두 살, 말복 때 세 살을 먹는데,

이때가 지나면 보이지 않던 포기 밑의 어린 이삭이

육안으로 볼 수 있도록 팬다고 합니다.

 

산 정상이 구름 속에 가린 천관산 아래 지정지 들녘의 벼들도

무더운 여름 햇볕을 받아 쑥쑥 자라 올라오고 있어

풍성한 가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 천관산 아래 지정지 들녘 

 

   ▲ 지정지 들녘을 바라보고 있는 무당거미

 

오후가 되자 남풍이 다소 강하게 불면서

하늘에 잔뜩 끼었던 비구름이 점차 사라지자

파란 하늘이 나타나면서 햇볕이 강하게 내려 쬐지만

잔챙이 입질은 그칠 줄 모릅니다.

 

생미끼인 새우, 참붕어, 지렁이에는 입질이 없고,

오로지 떡밥에만 목숨을 걸었는지

찌가 입수를 하는 도중에도 입질을 합니다.

  

   ▲ 마름이 띠를 형성하고 있는 소석 포인트 

 

   ▲ 떡밥에만 목숨을 건 지정지 붕어 

 

여름철 저수지는 흔히 마름으로 뒤 덮여 있어

낚시 공간 확보와 바늘이 걸리는 현상을 줄이기 위해

무자비 하게 걷어내고 있지만

이렇게 작고 하얀 꽃이 아름답게 핀 줄을 미처 몰랐습니다.

 

떡밥을 사용하는 2대(2.8칸)중

연질대는 경질대에 비해 5~6치급 이라도 제법 손맛도 있고,

촐랑거리며 마름 수초 대를 잘 넘어오지만

 

7치급 이상은 마름 수초를 감고 파고들어 몇 번 놓쳤어도

이 아름다운 마름꽃을 보고나니  

걷어내야겠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서운하다는 마음도 들지 않습니다. 

 

   ▲ 작지만 아름다운 마름꽃

 

새우가 채집망에 들어오지를 않습니다.

새우들이 물가에서 노는 모습이 육안으로 보이는데

저수지에 도착해서 넣어둔 채집망을 몇 번 확인해 봐도

참붕어만 잔뜩 들어 있습니다.

 

낚시대 8대 중 2대는 떡밥을, 6대는 참붕어를 달았지만

떡밥은 정신없이 달려드는데 반해

참붕어는 잔챙이들이 깔짝거리기만 하지 먹이를 취하지를 않습니다.

 

   ▲ 참붕어와 납자루

 

한낮동안 대지를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강열한 힘이 느껴지는 오렌지 빛 저녁노을을 남기고

슬며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이제는 점점 짙어지는 어둠에 묻힌 수면 무대에

캐미불 이라는 이불을 깔아놓고

달콤한 전율의 시간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오렌지 빛 저녁 노을 

 

검푸르죽죽한 기운이 남아있는 동쪽 하늘에서

천둥소리는 들리지 않고 마른번개가 번쩍이는 것이

먼 곳에서는 많은 비가 내리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하늘엔 수많은 별들이,

어두운 수면 위에는 긴 꼬리를 단 캐미불이,

간간히 불어주는 시원한 바람과 함께 

걱정하지 말라는 듯이 반짝이고 있습니다.

 

   ▲ 캐미불의 행렬

 

해가 지고나자 입질이 뚝 끊어졌습니다.

나도 모르게 깜빡 졸고 있는데

"툭" 하고 총알이 뒤꽂이에 걸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무심결에 낚시대를 찾아 챔질을 했더니

묵직한 물고기가 따라오다

바로 앞에 있는 수초에 걸려 실랑이를 벌이다

빈 바늘만 허무하게 공중을 맴돕니다. 

 

이를 시점으로 8치급 한 수와 잔챙이급 3수를 하고나니

다시 입질은 끊어지고,

무더운 여름밤을 식혀주는 청량제 같습니다.

 

   ▲ 한 밤중에 낚은 8치급 붕어

 

어제저녁 10경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1시 15분에 일어나 

미끼를 새것으로 갈아주기 위해 확인해 보니

참붕어가 하나도 회손 되지 않은 채 그대로 달려 있습니다.  

 

미동도 하지 않는 캐미불과 함께 시간은 더디게 흘러가고

새벽 3시가 넘어가면서 시작된 입질은

사물을 분간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도록 이어집니다. 

 

   ▲ 새벽에 밀려나는 어둠

  

뿌연 안개와 함께 아침이 밝아오면서

간혹 약한 비를 뿌리다 그치기를 반복하더니

비구름 사이로 잠깐 해가 얼굴을 비추다 사라집니다.

 

이때만 해도 많은 비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낚시대 8대중 6대는 접고, 2대만 떡밥낚시용으로 남겨두고

아침밥을 먹고 있는데,

천둥.번개와 함께 비바람이 몰아칩니다.

 

아침밥을 먹다말고 그래도 놔둔 채

제방 아래 주차해 놓은 차로 대피했지만,

물가에 그대로 두고 온 장비가 걱정입니다.

 

비 맞은 장 닭들 입니다.

비를 흠뻑 맞은 초라한 몰골은 말이 아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제방 위의 밥상을 가져다 먹다만 아침을 먹고 나서

누룽지에다 커피까지 먹고 나니 비가 그칩니다. 

 

   ▲ 뿌연 안개 속에 잠겨있는 저수지 

 

   ▲ 잠깐 얼굴만 보여주고 사라진 아침 해    

 

비가 갠 뒤의 산천은

이렇게 깨끗하고, 평온 할 수가 없으며,

더 푸르고 싱그러운 자태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비에 흠뻑 젖어버린 장비가 마르는 동안

떡밥 낚시용 2~3대로

잔챙이와 놀아볼까 합니다.

  

   ▲ 소석  

 

   ▲ 다혜콩콩님 

 

   ▲ 붕어사랑님

 

잔챙이 두 마리가 허공에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지만

주인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것이

별로 반갑지 않은 것 같습니다.

 

"물속에는 잔챙이들이 바글거리고,

하나 뿐인 찌는 잔챙이들 놀음에 춤을 추느라 바쁩니다." 

  

   ▲ 바쁘다 바뻐!

 

고만 고만한 붕어들이 많기도 합니다.

다혜콩콩.붕어사랑님이 각각 50여수를

소석이 100여수의 조과를 보였습니다. 

  

   ▲ 소석 살림망

 

작지만 귀엽고 앙증맞은 마름꽃입니다.

잎겨드랑이에 1cm정도의 흰 꽃이 피기 때문에

꽃이 언제 피었다가 지는지 모를 때가 많습니다.

 

서서는 볼 수가 없고 몸을 잔뜩 웅크리고 앉아서

겸허한 자세로 자세히 드러다봐야

이 아름다운 꽃을 감상 할 수 있습니다. 

 

   ▲ 마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