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가학지에 천둥번개가 치던 날

소석(笑石) 2013. 7. 9. 14:57

   ▲ 장흥 가학지

 

장마전선이 오르락 내리락 하더니

남해 해상에 머무르고 있어

일시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는 토요일 오후 입니다.

 

일기예보에 의하면 밤부터는 다시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내일 오전까지1~5mm의 비를 뿌리고 갠다고 하니

구름만 잔뜩 낀 서늘한 날씨 속에서

1박 2일 동안 낚시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다수의 꾼들이 자리하고 있는 동쪽 포인트

 

오후 3시경 장흥 가학지에 도착하니

오전에 출발한 회원님들이 낚시를 하다말고  

한걸음에 달려와 마면에 미소를 띠면서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둠벙님은  금방 월척을 한 수 했는지

"하필이면 월척이 입질하는 시간에 도착했냐" 하면서

이곳의 조황과 함께 반가움이 묻어나는 인사말을 건냅니다.  

 

   ▲ 우리 도착 무렵에 월척을 한 둠벙님

 

저수지에는 많은 낚시꾼과 보트도 2대나 떠 있으며,

물색도 좋고, 마름이 군데군데 덮여있는 수면은

저곳에 찌만 세우면 금방이라도 씨알 좋은 붕어가 입질을 할 것 같습니다.

 

도로 밑 아카시아 나무가 무성한 자갈밭에 자리를 정하고 나서

먼저 대물에 대한 염원을 담아 새우채집망을 물속에 넣어두고

마름 수초를 따라 8대를 편성해 봅니다.

  

   ▲ 마름 수초가 듬성듬성 난 포인트

 

   ▲ 아쭈리님 포인트

 

대를 편성하고 나서 한 시간 정도 흐른 4시 30분경

새우를 달아 마름수초 언저리에 찌를 세운

3.0칸 대에 첫 입질이 들어옵니다.

 

챔질과 동시에 "덜컥" 하면서 짜릿한 전율이 어깨에 전해지면서

대어 특유의 묵직한 물소리와 함께 앙탈을 부리며 따라오고,

다헤콩콩님이 뜰채를 들고 달려왔지만

 

"다 된 밥에 재 뿌린다."고 뜰채를 마다하고

손으로 낚시 줄을 잡고 올리려는 순간

조용히 따라오던 월척이 갑자기 몸을 털면서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음은 콩닥콩닥 뛰면서 진정은 안 되고,

달아난 붕어는 환상 속에서 자꾸만 크게 보이고,

뜰채를 들고 달려온 다헤콩콩님이 더 서운해 하면서 돌아간 뒤

한 시간이 지난 5시 30분경 8치 급을 잡고 나서 마음의 안정을 찾았습니다.   

  

   ▲ 월척은 놓치고 8치급으로 만족하다

 

그 후로 입질은 뚝 끊어지고.

채집망의 새우도 2~3마리 정도 밖에 안 들어와

참붕어와 떡밥을 써 보았지만 전혀 입질이 없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수면 위에는 몸에서 달콤한 엿 냄새가 난다하여

우리가 어렸을 때 "엿장수"라고 불렀던 소금쟁이가

물 위를 폴짝폴짝 뛰어 다니고 있습니다.

 

   ▲ 물위의 엿장수 소금쟁이

  

밤낚시를 위해 저녁은 든든히 먹어야죠!

추어탕에 밥 한 그릇 비우고,

막걸리 한 사발에 풋고추 된장 찍어 반주로 곁들이고 나서

후식으로 커피까지 한 잔 하고나니 신선이 따로 없습니다. 

 

오늘 밤은 이 태공들에게

용왕님이 월척의 문을 활짝 열어 줄까요?

 

   ▲ 이번 출조에 함께한 회원님들 

  

   ▲ 만면에 미소를 띄고 있는 둠벙님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이

낮게 드리운 비구름 사이로 하늘이 열리면서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초저녁 입니다.

 

밤이 오기를 조용히 기다리던 저수지에

정적을 깨트리는 소리가 들리고

드디어 붕어사랑님이 월척의 문을 열었습니다.

 

   ▲ 초저녁 월척의 문을 연 붕어사랑님 

 

   ▲ 앞치기 자세가 일품인 다혜콩콩님 

 

서쪽 하늘이 활짝 열렸습니다.

먹구름 사이로 잠깐 동안 나타난 저녁노을 이지만

고운 빛이 온 세상을 곱게 채색 하고 있습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우면 다음날 맑다는데

내일 날씨는 내일이고,

우선 저 아름다운 노을을 보여준  자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 아름답고 매혹적인 저녁노을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점점이 떠있는 작은 빛들

태공들에게는 보석 같은 불빛이지만

지금 이순간만은 야속하기만 합니다.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밤 11시가 되도록 흔들리지 않는 캐미불 위로

약한 비까지 내립니다.   

  

   ▲ 태공들을 매혹시키는 캐미불 

 

기다림에 지쳐 기력이 약해졌는지 들의 환영(幻影)이 나타나자

어둠속에 불을 밝히고 야식을 먹으면서 웃음꽃으로

활력을 되찾고 기력보강을 마치자   

 

아직은 입질이 없지만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단 한 번의 대어 입질을 기다리기 위해

각자의 자리로 총총히 떠납니다.

  

   ▲ 기력 보강을 위한 야식시간

 

밤 12시가 지나자 장마전선이 올라오는지

남쪽 하늘에서 치던 천둥번개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바로 앞에서 버쩍 하면서 어둠이 갈라지고 대지가 진동을 합니다.

 

거기다 빗방울 까지 굵어지면서

하나 둘 자리를 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이 악조건 속에서도 단 한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악전고투 하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 밤을 지새운 다헤콩콩님

 

새벽 4시 30분경 잠에서 깨어나 보니

평소 같으면 새벽 어스름 속에서 사물을 분간 할 수 있었으나

하늘도 산도 물도 캄캄한 어둠속에 갇혔습니다.

 

오락가락 하는 빗줄기 속에서 

8대의 낚시 대에 싱싱한 새우로 갈아 주고 나서 30여분이 지날 즈음

3.0칸 낚시대 캐미 불이 깜박거리더니 

밤새도록 기다렸던 캐미 불의 향연이 시작됩니다.

 

지난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천둥번개를 이겨내고, 비바람을 견디면서 

이 찰나의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길고 긴 기다림의 시간을 이 짧은 찰나의 순간에 녹여버리고 

어둠속에서 뜰채에 안착한 월척이 모습을 드러내자

어제 놓쳐버린 녀석이 다시 돌아온 기분입니다. 

 

   ▲ 새벽 5시경에 잡은 월척

 

지루하고 힘들었던 시간을 말끔히 씻어내고 나니

어둠속에 갇혀있던 하늘이 열리고 날은 밝아오지만

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이 빠르게 지나가면서 많은 비를 뿌리고 있습니다.

 

아침이 되면 푸른 하늘을 볼 수 있겠지 했는데

무섭게 변해버린 하늘에서 

음산하면서도 기괴한 분위기를 풍기는 날씨입니다. 

  

   ▲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는 날씨

 

이제는 천둥번개를 동반한 게릴라성 폭우가 쏟아져

앞을 분간 할 수가 없어 찌는 보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앉아 있기도 불안합니다. 

 

그래도 이 악천후 속에서 입질은 있었는지

찌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보고서도

번개가 무서워 챔질을 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 천둥번개에 폭우까지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한 시간여 동안 쏟아지던 폭우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입니다.

 

약한 비는 계속 내리고 있으나

짙게 드리운 먹구름 사이로 하얀 뭉게구름이 떠다니고 있어

채비를 재정비하여 낚시를 시작해 봅니다. 

  

   ▲ 몽환적이 분위기를 자아내는 하얀 뭉게구름

 

지난밤을 뜬 눈으로 새고도 입질 한 번 받지 못했다는데

일찍 잠자리에 들어 실컷 자고나온 아쭈리님에게

월척, 준척을 가리지 않고 폭발적인 입질이 들어옵니다.

 

나도 9치급 2수를 하고나니

가운데 자리하고 있던 붕어사랑님이

그 때 까지 입질이 없었는지 자리를 잘 못 잡았다고 투덜댑니다.  

  

   ▲ 연이어 2수를 한 9치급 붕어

 

낚시터에 왠 여자가 나타났습니다.

"당신 누구야?"

"제법 엉덩이가 탱탱한데"

"치마만 둘렀다하면 사족을 못 쓰는 우라질 놈아!"

"묵던 밥이나 처 묵어라!"

  

   ▲ 눈길이 심상치 않은 아쭈리님 

  

   ▲ 내가 누구게?

 

이 시간만큼은 1박 2일 동안의 피로도 잊고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즐거움이 배가 되는 시간입니다. 

  

   ▲ 둠벙님 축하 합니다. 

  

   ▲ 즐거움은 나누면 배가 된다.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리는 악천후 속에서도

조황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습니다.

 

둠벙님이 월척급 2수, 준척급 3수, 화양님이 준척급 10여수,

다혜콩콩님이 준척급 낱마리, 야생초님이 준척급 낱마리,

붕어사랑님이 월척급 3수 준척급 5수, 아쭈리님이 월척급 3수, 준척급 7수,

소석 월척급 1수, 준척급 4수

  

   ▲ 1박 2일동안의 조과(?)

   

여름이 되면 산과 들에서 흔히 볼수 있는 꽃으로,

부부금슬을 상징하는 합환목(合歡木), 합혼수(合婚樹), 야합수(夜合樹)라고도 부르는

자귀나무 꽃입니다.

 

꽃은 해질 무렵부터 밤새도록 어둠을 밝히지만

잎은 낮 동안에는 꽃과 함께 활짝 피었다가 저녁이 되면 양쪽 잎이 포개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잎이 서로 사이가 좋아 붙어서 잠을 잔다고 하여

부부금슬에 비유 한다고 합니다.

 

꽃말이 환희, 사랑, 애정이며,

애정목(愛情木)이라고 부르는 자귀나무는

집안에 심어두면 가족이 화목하고,

꽃을 따서 말린 것을 베개속에 넣어 두면 부부금슬이 좋아진다고 합니다.

  

   ▲ 꽃도 예쁘지만 달콤한 향기가 매혹적인 자귀나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