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흥 가학지
씨알 좋은 여름붕어들 입질이 한창 물이 올랐는데
낮에는 폭염에, 밤에는 열대야와 모기 때문에 고생할 것을 생각하니
주중 내내 갈까 말까 갈등 속에서 보내다가
붕어만 물어준다면 이까짓 일은 대수도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말도
새벽 3시경에 먼저 출발한 회원님들이 기다리고 있는
장흥 가학지에 오후 5시경 도착하니
한 낮의 불볕더위가 조금 약해지기는 했어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여름 햇살이 부서지는 가학지
땀으로 얼룩진 얼굴에 웃음을 가득 지으며
반갑게 맞이해 주는 다혜콩콩.붕어사랑님을 따라
낚시장비를 챙겨서 아카시아 나무가 빽빽이 심어진 비탈길을 내려가니
감탄사가 절로 납니다.
한 낮의 폭염에도 불구하고
비탈면을 다듬어 휴식장소를 만들고,
물 위를 뒤 덮은 마름 수초를 걷어내서
낚시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진한 감동과 함께 코끝이 찡합니다.
가슴이 따뜻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 열정을
삼겹살에 막걸리 한 사발로 대신합니다.
▲ 자리 만드느라, 오느라 고생들 했습니다.
잠깐 동안의 해후 시간을 보내고 나니
여름날 오후 햇살이 많이 약해졌습니다.
먼저 온 두 사람은 느긋하게 해질 녘 낚시를 즐기고 있고,
오후에 온 우리 세 사람은 대를 편성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의외로 찌맞춤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물 위에 보이는 마름은 제거 했다고는 하나
보이지 않는 물속의 수초 가지들 때문에 밑 걸림이 심해
밤낚시가 걱정이 됩니다.
▲ 대 편성을 마치고 - - 피는 아쭈리님
▲ 대 편성을 마치고 미끼를 달고있는 야생초님
▲ 모기장 파라솔을 설치한 붕어사랑님
▲ 아침 낚시에 월척을 한 다혜콩콩님
낚시대 8대를 편성 하고 나니
오늘 할 일을 다한 해가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남겨놓고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미끼를 달기위해 새우채집망을 확인해 보니
오늘따라 새우는 2~3마리 뿐고, 참붕어만 잔뜩 들어 있습니다.
해가 지고나면 많이 든다지만 걱정이 앞섭니다.
▲ 아름다운 저녁노을
어떤 낚시회에서 정기 출조에 나왔는지
초저녁까지 시끌벅적하던 저수지가
어둠이 내리면서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캐미 불의 긴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 밤도 붕어사랑님이 먼저 포문을 엽니다.
다른 회원들은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있는데
붕어가 앙탈을 부리며 올라오는 물소리가
무더운 여름밤을 식혀주는 시원한 청량제 같이 들립니다.
▲ 끝없이 이어지는 캐미불 행렬
오늘은 음력 열사흘 밤입니다.
밤 9시 30분경 구름사이로
아직 다 차지 않은 보름달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열대야를 식혀줄 시원한 한 줄기 바람과
짜릿한 입질을 기다리고 있는데
휘황찬란한 달빛이 캐미불 위로 쏟아지고 있어
달빛 사냥이라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짙은 먹구름 사이로 나탄난 달
춤추는 캐미 불을 언제 볼 수 있을까?
기다림 속에서 무정한 시간을 자꾸 흘러
자정이 다 되도록 캐미 불은 미동도 하지 않고
잠깐 잠자리에 들었다
텐트 안까지 밝게 비추는 달빛에 현혹되어 나와 보니
달빛이 중천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 쏟아지는 달빛
달이 서산으로 많이 기울었습니다.
달과 물 위에 부서지는 달빛,
그리고 물 위에 뜬 또 하나의 달과 수초 위로 점점이 쏟아지는 달빛,
자연이 만들어 낸 경이로운 장관입니다.
▲ 달과 물 그리고 어둠이 만들어낸 밤풍경
새벽 3시경 졸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는데
갑자기 낚시 대가 뒤꽂이를 박차고 나가는 소리에 눈을 크게 뜨고 보니
캐미 불은 물속으로 사라져 보이지 않고,
낚시 대는 총알이 뒤꽂이에 걸린 채 대롱대롱 거리고 있습니다.
빠각~ 빠각~
매운탕으로는 일품인 동자개(빠가사리)로
꿩 대신 닭이라고 몇 마리 더 잡으면 매운탕으로 쓰려고
등과 가슴에 난 지느러미를 잘라내고 살림망에 넣어 두었습니다.
▲ 가슴을 철렁하게 했던 동자개
검푸르죽죽한 기운이 남아있는 새벽녘,
한 번의 찌 올림에 월척급 붕어를 걸었으나
따라오는 도중에 수초에 걸려 놓쳐버린 불상사를 겪고 나니
기운이 쑥 빠져나갑니다.
▲ 붕어사랑님의 전자캐미가 유독 반짝이는 새벽녘
새벽노을이 곱게 물들어 갈 무렵,
밤이슬을 맞으며 지친 몸을 달래주고, 생기를 불어 넣어주기 위해
저수지 둑을 걸어 봅니다.
달님이 나오는 밤에만 핀다는 노란 달맞이꽃과
아침이슬을 가득 머금고 핀 노랑원추리꽃이 지천으로 피어
눈의 피로도 풀어주고, 생동감이 느껴집니다.
▲ 가학지의 새벽노을
▲ 꽃말이 "기다림"인 달맞이꽃
▲ 꽃말이 "기다리는 마음"인 노랑원추리꽃
"아쭈리님은 9치 급을 한 수 했다는데"
"나는 어찌 할꼬" 하고 있는데
다시 한 번 입질에 월척 급을 걸었으나
이번에도 수초에 걸려서 붕어 얼굴만 보고 말았습니다.
"찌야~ 찌야~ 솟아라!"
마음 속으로 크게 외쳐보지만,
아침노을이 붉게 물들어 갈수록 내 가슴은 새카맣게 타들어 갑니다.
▲ 찌야 다시 한 번 솟아라
밤새도록 얼마나 가슴이 탓는지 뼈만 앙상히 남아
하늘을 떠다니고 있습니다.
구름이 내 마음을 알았는지 요술을 부렸습니다.
▲ 하루에도 수천번 변하는 변화무쌍한 구름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미동도 하지 않던 찌들이 이리저리 흔들리더니
"무었인가를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7치급 한 수 하고나니,
내 마음 속에도 시원한 바람이 붑니다.
▲ 반갑다 붕어야
이제 붕어 얼굴도 봤으니 집으로 가야지 하고 있는데,
누구는 얼굴도 보지 못했는지
장흥 쪽 하고는 인연이 없다고 푸념을 하더니 - - -
▲ 다혜콩콩+소석+아쭈리 조과
▲ 붕어사랑님 조과(동자개는 4짜)
▲ 이번 출조 장원을 축하합니다.
땀과 정성으로 마련한 요새입니다.
하룻밤 보내고 가기에는 너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합니다.
다음 주에는 갈 수 있을런지 - - -
▲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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