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열대야 속 찌 불이 춤을 춘다

소석(笑石) 2013. 7. 16. 16:03

 

   ▲ 장흥 가학지 전경

 

오늘도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고있습니다.

중부이북지방은 집주호우로 물난리를 겪고 있지만

남부지방은 연일 폭염과 열대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6월 마지막 주말부터 연 3주째 장흥 가학지로 출조에 나섰습니다.

 

일요일 비가 내린다는 기상예보에

금요일 오후 늦은 5시경 가학지에 도착하니, 

꾼들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낮게 드리운 비구름만 숨 가쁘게 몰려왔다 지나가고 있습니다.    

  

   ▲ 고요속에 잠겨있는 가학지

 

지난주에 이어 이번 주에도 같은 장소에 자리를 정하고,

간혹 내비치는 햇볕을 마주보며 낚시대 8대를 편성하고 나니

굵은 땀방울이 줄줄 흘러내리지만

이를 식혀줄 바람 한 점 없는 날 입니다.

 

대를 편성하기 전에 미리 넣어둔 새우채집망을 확인해 보니

금새 반가운 새우가 몇 마리 들어있어

바늘에 달아 주고 나서 느긋하게 기다려 봅니다. 

 

 

   ▲ 둠벙님과 화양님

 

오늘 밤은 멋진 찌 올림을 볼 수 있으려나?

하면서 내심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는데

세 번째 낚시대 찌가 예신을 보이더니 솟아오릅니다.

 

반가운 7치급 붕어입니다.

잠깐 동안의 근심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고

오늘 밤이 은근히 기대가 됩니다. 

  

   ▲ 기분 좋다!

 

해가 지고 어둑어둑해지자

밤낚시를 위해 캐미를 꺾어 끼우고 나니

서쪽하늘에 초승달이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자

칠흑 같은 어둠은 찾아오고,

 

바람 한 점 없는 어둠 속에서 입질은 없고

모기떼들은 앵앵거리며 달려들어

캐미불 쳐다볼라, 모기 쫒으랴 정신이 없습니다.

 

밤이 깊어가도록 함께한 6명의 회원 중

5명은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열대야와 모기와 싸우느라

절로 짜증이 나는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붕어사랑님만은

초저녁부터 씨알 좋은 붕어의 묵직한 물소리가 나서 쳐다보면

준.월척급 붕어를 낚아내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나도 붕어는 아니지만 57cm급 민물장어를 낚아 체면유지를 했습니다. 

  

   ▲ 서쪽하늘에 나타난 초승달

 

자정이 되도록 입질이 없자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2시 이후에 1~2번 찾아오는 대물 입질을 보기위해

2시경 깨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갑자기 배가 고픕니다.

 

취사도구도 어디에 있고,

또한 라면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한참을 헤매다 코펠에 물을 담아 버너위에 올려놓고 라면봉지를 뜯다보니

평소에 고마움을 몰랐던 다헤콩콩님 생각이 불현듯 납니다.

 

   ▲ 니가 이 맛을 알아!

 

세상만물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태공과 함께했던 긴 밤이 새벽에 자리를 내주고

새로운 날을 알리고 있습니다.

 

"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지난 밤은 지난밤이고 새 미끼로 갈아주고 나니

짙게 낀 새벽안개 사이로 보트 4척이 나타났습니다. 

 

   ▲ 가학지에 뜬 보트

 

아침 햇살이 퍼지자

푸르디푸른 쪽빛 하늘이 열렸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쪽빛 하늘은 바라보며 아침낚시를 기대해 봅니다.

 

하지만 둠벙님과 화양님이

밤새도록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철수를 하시는 바람에 아쉽기만 합니다.

  

   ▲ 쪽빛 하늘과 바다가 연상되는 아침 풍경 

 

   ▲ 밤낚시에 준.월척 7수를 한 붕어사랑님 

 

   ▲ 아침 낚시에 열중인 아쭈리님

 

드디어 아침 8시 30분경 입질이 들어왔습니다.

잠깐 한눈을 팔고 있는 사이에

3.2칸 대 찌가 언제 올라왔는지 반 정도 넘어져 있습니다.

 

생각해볼 겨를이 없습니다.

보는 순간 반사적인 챔 질에 월척이라는 감이 전해집니다.

이어서 8치급 2수를 연달아 낚았습니다. 

 

   ▲ 아침 낚시에 낚은 월척

 

오늘은 초복입니다.

삼복중에서 초복 날 잘 먹어야 삼복더위를 이길 수 있다는데

뭐니 뭐니 해도 보신탕이 최고죠!

 

"보신탕에 왠 막걸리"

"보신탕엔 소주가 제격인데"

"카~ 이 맛이야" 

 

   ▲ 보신탕 기다리다 목빠지겠다. 

 

   ▲ 보신탕 많이 남았는데 

 

   ▲ 소주가 최고!

 

오후 들어 쪽빛 하늘에 목화솜 같기도 하고 솜사탕 같은

하얀 뭉게구름이 눈부시게 떠다니면서

요술을 부리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늘은 아름답지만

바람은 남동풍이 심하게 불어 찌들이 요동을 치고,

전면에서 내리 비치는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셔서

해가 지기를 기다려야 할 것 같습니다. 

 

 

   ▲ 하루종일 요술을 부리고 있는 뭉게구름 

 

   ▲ 심한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

 

해가 서쪽 하늘로 넘어가는데

물속으로 스물 스물 스며드는 것 같은

아름다운 광경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낮 동안 심하게 불던 바람도 적당히 불어주고 있어

서늘한 바람 속에서 모기에 대한 걱정도 잊고

밤낚시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가학지의 석양

 

저수지에 어둠이 내리자

하늘에는 별빛이 물 위에는 찌 불이

희망을 노래하듯이 반짝입니다.

 

또한 어제 밤에 이어 오늘밤도

붕어사랑님의 찌 불 놀음에 아쭈리님까지 합세하여

찌 불이 춤을 춥니다. 

 

   ▲ 밤낚시의 서막은 오르고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한 밤이 지나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 이틀째 아침은 밝아오고

 

이번 2박 3일간의 조과입니다.

붕어사랑님 월.준척 12수,

아쭈리님 월척 2수,

소석 월,준척 4수, 민물장어(57cm) 1마리

  

   ▲ 소석 조과 

 

   ▲ 나도 한 장 찍었습니다. 

  

   ▲ 붕어사랑님 조과 

 

   ▲ 붕어사랑님 축하합니다.

 

초복 날 마눌님과 함께하지 못한 회원님들!

7월 23일이 중복입니다.

이 날 만큼은 소중한 가족과 함께 하시기를 바랍니다.

 

   ▲ 청색 꽃잎과 노란 꽃밥이 조화를 이루어 아름다운 닭의장풀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