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도 보전호에서 정다운 얼굴들
오늘(6월 8일)은 계사년 두 번째 정기 출조 날입니다.
지난밤을 소풍가는 초등학생처럼 콩닥거리는 설레임 속에서 보내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마음이 "툭" 하고 터질까봐
안면에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마시기도 전에 붉은 빛깔에 취하는 홍주와
어깨춤이 절로 나는 아리랑이 있는 진도로 가는 중 입니다.
어슴푸레한 새벽 여명을 바라보며
꿈과 희망을 갖고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니
어느덧 동쪽 하늘이 붉게 타오르면서 아침 해가 떠오릅니다.
▲ 이순신 대교 위로 떠오르는 아침 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가는 도중 보성 휴게소에 들려
아침을 꿀맛 같은 김밥에 농주를 곁들여 먹고 갑니다.
▲ 보성 휴게소에서
드디어 해남군 문내면 학동리와 진도군 군내면 녹진리 사이
이순신 장군의 명랑대첩으로 유명한 울돌목 해협에 놓인
진도대교(484m)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다리 건너 울돌목 해협에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이
우리들에게 어서 오라고 손짓 하면서
반갑게 맞이해 주는 것 같습니다.
▲ 울돌목 해협에 세워진 이순신 장군 동상
당초 출조 장소는 고금면에 위치한 마산지 이었으나
마을 앞에 위치해 있을 뿐만 아니라 농번기 철이고 녹조가 너무 심해
낚시터로 최악 입니다.
이 먼 길을 달려왔는데 난감합니다.
마산지를 뒤로하고 지산면에 위치한 씨알이 굵은 대물터로 알려진 보전호에 도착하니
만수면적 50만평의 호수답게 규모가 크기도 합니다.
▲ 양수장 부근 부들밭
오랜만에 섬 붕어를 만나고자
여수에서 새벽 5시경 출발해서 보전호까지
무려 4시간이 걸렸습니다.
처음으로 오기도 했지만 너무 늦게 도착한 탓에
낚시터를 둘러보지도 못하고 긴 제방 중간 부분에 자리를 정하고
부지런히 대를 편성하고 나니 10시가 훨씬 넘어가고 있습니다.
▲ 돌이 뾰쪽해 위험한 제방
대 편성을 마치고 한 시간이 지난 11시 30분경
드디어 아쭈리님이 8치급 첫 수를 하고
뒤이어 붕어사랑님도 9치 급을 낚는 조황을 보이자
회원들 모두가 보전호에 대해 사전 지식이 없어 반신반의 하더니
생각보다 일찍 찾아온 씨알 좋은 붕어 입질에
잔뜩 고무되어 있습니다.
▲ 첫 수로 8치급을 한 아쭈리님
▲ 첫 수로 9치급을 한 붕어사랑님
김밥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먼 길을 달려 온데다
낚시 장비를 옮기고 설치하느라 배가 고프다는 생각도 잊었는데
갑자기 허기가 지고 기운이 쑥 빠지는 느낌 입니다.
오늘 첫 마수걸이를 한 붕어사랑님과 아쭈리님이
준비해간 고기를 썰고 이것저것 상을 차려놓고 보니
임금님 밥상도 부럽지 않습니다.
태공들의 어머니인 호수 가에서
하늘을 벗 삼고 땅을 집 삼아 진수성찬 차려놓고,
막걸리 한 사발에 고기 한 점 그리고 자연이 주는 보이지 않는 맛
태공들은 이 맛에 산다고 합니다.
▲ 아쭈리님의 칼 들었다는 소리에 무릎을 꿇은 붕어사랑님
▲ 즐거운 함성에 저수지가 떠나갑니다.
오후 들어 입질이 뚝 끊어 졌습니다.
새우 미끼에 활발한 입질을 보인다 해서
새우 채집망을 확인해 보니 2~3마리 정도가 고작입니다.
저수지가 넓어서 그런지 포인트 마다 편차가 심합니다.
낚이는 씨알도 그렇지만
활발하게 입질을 하는 미끼(새우,떡밥,지렁이)가 각각 틀리고,
새우 채집도 잘 되는 곳과 안 되는 곳이 구분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생미끼(지렁이, 새우,참붕어)를 달아서 오래 두면
저수지 바닥에서 서식하는 물고기들이
입질도 없이 미끼를 먹어 버리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 낮술에 얼굴이 붉어진 야생초님과 월척도사님
▲ 사커님! 이 무더운 여름에 얼굴은 그렇다치고 장화가 왠일입니까?
▲ 월척도사님 폼 좋습니다.
▲ 환희님 여름채비 단단히 하셨습니다 그려
▲ 프랑스 모 영화배우 같은 둠벙님
▲ 언제나 혼자가 좋다는 구름다리님
하늘에 비구름이 낮게 깔려 있어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기상청 예보에 약간의 비가 온다고 되어 있지만
섬 지역 날씨는 갑자기 변덕을 부리기 때문에 걱정이 앞섭니다.
오후 4시 무렵이 되자 빗방울이 간간히 떨어집니다.
있으라는 이슬비인지 가라는 가랑비인지 모른 약한 비가
오락가락 하면서 내립니다.
거기다 샛바람 까지 붑니다.
뱃사람들은 "샛바람이 불면 파도에 너울이 생겨 고기들이 두통을 알아
미역 잎으로 머리를 싸매고 돌아눕는다." 하여
고기 잡으러 나가지 않는다는데 어찌하면 좋을까요?
▲ 한두번 해 본 솜씨가 아니라 손발이 척척 맞습니다.
▲ 금방 2동을 완성 했습니다.
▲ 이 맛이야!
▲ 이 압력밥솓 누가 태웠어! 내가 그랬으면 어쩔건데!
짙은 먹구름 사이로 저녁노을이 살짝 얼굴을 내밀다 사라지자
달도 별도 없는 저수지에 칠흑 같은 어둠이 찾아오고,
오로지 수면 위에는 긴 꼬리를 단 캐미 불만이 바람소리를 반주 삼아
현란하게 춤을 추고 있습니다.
이를 말없이 바라보고 있노라면
현대인의 복잡한 생활에 대한 현실 도피인지,
진정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지만
파르스름하게 빛나는 캐미 불에 녹아드는
나 자신을 바라보면서
이것이 무념무상의 세계가 아닌가 하고 자문해 봅니다.
▲ 춤추는 캐미불
오락가락하는 약한 비와 바람은 계속되고 있고,
초저녁을 지나 한밤중이 되도록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밤이 깊어가자
이 지루한 밤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을 찾아서
하나 둘 텐트 안으로 모여듭니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지고,
남자 둘만 모이면 군대 이야기로 날이 새는 줄 모른다고
50대 부터 70대 6명이 술잔을 앞에 두고 빙 둘러 앉아
별의별 이야기가 봇물을 이룹니다.
▲ 6인의 심야 불청객
새벽 4시 20분경,
짙은 어둠속을 밝히고 있던 캐미 불이 움찔거리더니 솟아오릅니다.
새벽 첫 입질에 정신이 번쩍 나면서
챔 질과 동시에 7치 급이 앙탈을 부리다 모습을 드러냅니다.
▲ 떡밥 미끼에 낚인 7치급 붕어
얼마 후 5시경,
새벽 어스름을 깨우는 다급한 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옆에 자리한 아쭈리님을 쳐다봤더니
흐릿한 어둠 속에서 초리대 끝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 같이 위태롭습니다.
보이지 않는 어둠속 사투에서
물고기가 항복을 하고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6짜급 민물장어 입니다.
▲ 새우 미끼에 낚인 6짜급 민물장어
한바탕 소동을 치루고 나니
오락가락 하는 비바람 속에서 새벽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이제 대물들이 먹이활동을 할 시간이지만
요즘 밤낚시보다 해가 뜨고 나서 낮 낚시에 월척 급이 낚이고 있어
기대 반 우려 반 마음으로 기다려 보지만
역시나 잔챙이 몇 수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 새벽이 깨어나고 있는 보전호
지난밤을 이렇게 보내고 나니 허무하기도 하지만
어김없이 새로운 날은 밝아오면서
저수지 옆에 위치한 수로에 자꾸만 눈길이 갑니다.
낚시대 1~2대와 지렁이를 가지고 가서 담가 본다면
금방이라도 잔챙이 정도는 올라 올 것 같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씨알 굵은 붕어도 올라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쪼잔하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접습니다.
▲ 아침내내 우리를 현혹했던 수로
아침이 되면서 비구름은 물러가고,
하얀 뭉게구름과 파란 하늘이 나타났지만
바다에 풍랑주의보가 내려 물결이 심하게 출렁입니다.
어제 오전 낚시에 새우가 활발한 입질을 보여서
채집망을 확인해 보니 귀한 새우가 10마리가 들어있어
낚시대 8대중 6대에 달고 기다려 보지만 입질은 없고,
떡밥에 잔챙이만 몇 수 낚입니다.
▲ 파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이 나타나니 살것 같습니다.
맑고 화창하게 갠 하늘아래
바다 한 복판에 홀로 우뚝 솟아있는 외돌개 처럼
잎새주가 저 멀리 제방너머 바다를 굽어보고 있습니다.
한 잔 술에 취한다고
어느 주태공이 한잔 마시고 남겨 놓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은 그 달콜한 맛이 온몸에 쫙 펴져서
꿈꾸듯 몽롱한 상태에서 즐거운 기분을 주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 누구 작품 입니까?
5개의 찌들이 일렬종대로 서서 물결에 출렁입니다.
참 해학적이고 처음 보는 찌 배열입니다.
이곳에서 대물이 나올 것 같다고 하면서 찌를 세웠는데 - - -
나도 이곳이 마음에 들어 3개를 세웠지만
입질 한 번도 받지 못했습니다.
포인트를 정하고 찌를 세울 때 위치 선점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물속의 붕어 마음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 마음이 선한 사람만 보입니다.
어제 오후 늦게부터 아침까지 지겹게 내렸던 비에
촉촉이 젖은 낚시장비와 텐트 등이 뜨거운 여름 햇살에 마르자
구슬땀을 흘리며 철수 준비로 한창 입니다.
회원들 모두가 똑같은 생각이겠지만
낚시를 하는 동안 다 필요해서 장비를 벌려 놓았지만
철수 준비는 정말로 힘들고 하기 싫습니다.
▲ 여름철 뙤약볕 아래 철수는 괴로워
▲ 이 많은 장비를 싫고 가려니 나도 괴롭다.
철수 준비를 마치고,
이번 정기 출조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회원들에게
푸짐한 선물을 주는 거창한 시상식 시간입니다.
회원들 개개인이 선택한 포인트지만
붕어들의 미끼에 대한 입질 패턴이나 조황 등 많은 편차가 있어
전체적으로 저조한 조황 이었습니다.
▲ 중량상을 차지한 월척도사님
▲ 다어상을 차지한 환희님
▲ 아쭈리님 "행운상" 축하 합니다.
▲ 월척도사님 "중량상" 축하 합니다.
▲ 환희님 "다어상" 축하 합니다.
▲ 시상식을 마치고 보전호를 배경으로
오랜만에 섬 붕어에 대한 부푼 꿈과 기대를 안고
바라보며 넘어왔던 진도대교를 뒤로하고
아쉽고 허전한 마음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어제는 저 다리를 10명이 넘어 왔는데
오늘은 9명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부득이한 집안 사정으로 오실 수 없는 사정에도 불구하고
모든 준비를 해서 진도까지 오셔서 세세하게 일러주고, 챙겨주고 바로가신
회장님께 감사드립니다.
▲ 우리나라 최조 사장교 진도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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