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꽃마당

하얀 미소를 잃지 않는 개망초꽃

소석(笑石) 2012. 7. 3. 16:54

 

 

 

오랜 가뭄 끝에 단비가 내리고 난 뒤 쾌청한 아침입니다.

야트막한 산길을 아무 생각 없이 오르는데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던 하얀 꽃이

환하게 웃으면서 어서 오라고 반깁니다.

 

길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작고 여린 꽃이지만

아무렇게나 자라는 잡초처럼 취급을 당하면서도

한 번도 투정을 하지 않고,

 

척박한 땅이나 한 뼘도 안 되는 논밭 두렁에서

한 여름날 따가운 햇살을 받으며 힘들 법도 한데

언제나 하얀 미소를 잃지 않는 개망초꽃 입니다.

 

 

 

개망초는 북미가 원산으로, 키는 30~100cm 정도이고,

풀 전체에 털이 많이 나며 가지를 많이 치고,

잎은 달걀모양으로 어긋나게 달립니다.

 

꽃은 6~7월경 2cm 정도의 흰색 또는 연분홍색을 피고,

열매는 8~9월경에 수과(瘦果)로 익습니다.

 

어린 잎은 식용으로 어린 잎이나 된장국에 넣어 먹고,

퇴비로도 쓰며, 한방에서는 감기, 학질, 림프선염,

전염성 간염, 위염, 장염 등에 처방한다고 합니다.

 

 

 

기찻길 주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꽃으로

일제 때 경부선과 경의선 철도 공사 시 미국에서 들여온

침목에 묻어 들어 왔으며,

 

나라가 망할 즈음에 돋아 난 풀 '망국초"라 하다가

망초가 되었는데, 흔한 꽃이라 하여 "개"자가 붙어

개망초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다름 이름으로는

꽃이 계란후라이 처럼 생겨 계란꽃이라고도 부르고,

북한에서는 순수한 우리말인 "들잔꽃" 이라고 부르며,

 

초나라가 망할 때의 풀이라고 "망초" 라고도 하는데

초나라가 망해서 핀 꽃이나 우리나라가 망해서 핀 꽃이나

어째든 망국의 슬픔을 간직한 꽃입니다.

 

 

 

흔하디흔한 꽃이지만 "화해" 라는 꽃말을 갖고 있으며,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죽은

아내의 애절한 픈 전설도 전해져 내려옵니다.

 

중국 초나라 때

어느 마을에 가난하지만 부지런하고 금술이 좋은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해 남군이 초나라를 쳐들어와 남편은 전쟁터로 나가 오래도록 아오지 않자

아내 혼자서 열심히 일을 했지만 좀처럼 손에 일은 잡히지 않고,

풀은 뽑아도 자꾸만 돋아나고, 들려오는 소식은 나라가 전쟁에 패해

망할 것 같다는 소식에 병이 나고 말았습니다.

 

아내는 남편이 돌아왔을 때 잡초가 가득한 밭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자리에 누워 있을 수가 없어 밭에 나가 유난히 많이 돋은 풀을 뽑아

밭둑으로 던지며 "이 망할 놈의 풀" 하면서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습니다.

 

초나라가 망하고 남편은 무사히 돌아왔지만 아내는 없고 밭에 풀만 무성했는데

슬픔과 원망이 가득한 남편은 아내가 김을 매던 밭에 나가

풀을 뽑아 던지며 "이 개같이 망할 놈의 풀" 이라 했다하여

개망초 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합니다.

 

 

 

슬픈 사연보다는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개망초,

어쩌다 발에채이고 밟히는 개처럼 취급받는 꽃이지만

국화꽃의 먼 사촌이 되는 꽃으로

 

찬찬히 살펴보면 국화꽃처럼 고귀하고 화려하지는 않아도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꽃,

잡초라고 하기에는 하얀 꽃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