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일상의 모습과 글

비 오는 날 산길을 걸으며

소석(笑石) 2012. 6. 26. 13:33

 

   ▲ 단비에 촉촉이 젖은 무선산 등산로

 

오랜 봄 가뭄과 때이른 초여릅 고온현상으로

극심한 물 부족 현상으로 인한 대지는 메말라가고

타들어 가는 농작물만큼이나 농부들의 마음도 타들어 가고 있습니다.

 

거기다 일부지역에서는 식수마저 부족현상이 잇달아 나타나고 있고

비상급수를 받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어

40년 이래 처음으로 맞는 봄 가뭄 이라고들 합니다.

 

그러나 2012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여수에는

오르락내리락 하는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많은 비의 양은 아니지만

가뭄 해소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으며, 박람회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도

시원한 바다바람과 함께 청량감을 더해 주고 있습니다.

 

    ▲ 작년에 열린 솔방울이 익어가고, 금년에 열린 솔방울이 커가고 있는 소나무

 

이른 새벽부터 비가 내렸는지 아침에 눈을 떠보니

대지는 촉촉이 젖어있고 가랑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습니다.

이정도 비면 조금은 맞으면서 산행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집을 나서 봅니다.

 

무선산 자락 등산로 초입에 들어서자 

그동안 내린 비에 초목은 촉촉이 젖어 있고

나뭇잎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귀를 따갑게 때립니다. 

 

   ▲ 작년에 열린 열매와 금년에 열린 열매를 같이 볼 수 있는 사방오리나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지천으로 피어있던

봄꽃들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고

무르익어가는 여름과 함께 푸른 열매가 빛을 발하는 가운데

여름에 피는 야생화들이 군데군데 비를 맞으며 함초롬히 서있습니다. 

 

   ▲ 파랗게 익어가고 있는 청미래나무 열매

 

평소 자주 다니는 등산로 이지만,

오늘은 비가 내리고 있어 인적이 드문 호젓한 산길을 혼자 걷다가

아름답게 핀 꽃을 보면 반갑기도 하고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 큰까치수염꽃

 

정상에 못 미쳐 살살 힘이 들어질 무렵

잠시 쉬면서 내려다 본 도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멀리 바라보이는 바다에 떠있는 섬과 함께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 무선산에서 바라본 선소 앞 바다 와 시가지 전경

 

비 오는 날 때로는 창밖을 내다보며 감성에 젖어 보기는 해도,

비 맞는 것을 싫어 하지만

오늘은 왠지 풀잎처럼 비를 맞아도 싫지가 않습니다.

 

   ▲ 때죽나무 열매

 

나무잎에 맺힌 빗방울이 참 아름답습니다.

잠시 머물다 가는 빗방울이지만

풀들이 더 푸르러 보이고 생동감이 넘쳐흐릅니다.

 

   ▲ 나뭇잎에 반짝이는 빗방울

 

산 내음에 취해 내려 오다보니

수줍은 새색시처럼 풀 섶에 숨어서 빨갛게 익어가는 산딸기를 발견하고

손을 내밀어 따려다 차마 따지 못하고 손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그새 자연의 초연함과 아름다움에 겸손 해진 모양입니다.

 

   ▲ 차마 따지 못하고 돌아선 산딸기

 

산행을 하는 2시간여 동안

산을 찾은 등산객을 한 사람도 만나지 못하고,

나 혼자만이 비오는 날 푸른 산의 정취를 맘껏 만끽하면서

정기를 듬뿍 받고 내려왔습니다.

 

   ▲ 며느리밑씻개 열매

 

오늘 내리고 있는 비가 그치고 나면

주말경에 장마전선이 북상하여 전국에 비가 내린다고 하니,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땅과 타들어 가는 농부들의 가슴에도 단비가 내려

그동안의 시름을 덜어 줄 것 같습니다.  

 

   ▲ 정상에서 만난 자귀나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