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섬진강 주변의 만개한 밤꽃
구례에서 광양에 이르는 섬진강 변에
봄에는 매화꽃과 벛꽃이 꽃잔치를 벌이더니
초여름 햇볓이 반짝이는 섬진강변에 밤꽃이 만개하여
독특한 향기가 계곡을 타고 흐르고 있습니다.
▲ 섬진강 계곡 자전거 도로 웅덩이 주변의 밤꽃
밤꽃은 한 나무에 숫꽃과 암꽃이 함께 피는데
하얀 털이 보송보송하게 나서 아래로 길게 늘어져 달린 것은 숫꽃이고,
암꽃은 숫꽃 바로 밑에 2∼3개씩 달리는데 눈에는 잘 띄지 않으며,
비릿한 향을 품어 내는 것은 숫꽃이고, 암꽃은 향기가 없다고 합니다.
▲ 길게 늘어진 달린 숫꽃
그 누구도 관심을 둘 만큼 예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으며,
생김새 또한 여러 갈래도 땋은 머리를 하얗게 염색한 것 같은 모양새에다
냄새 또한 향기롭지 못해서 꽃이라고 보기에는 그렇지만
고소한 밤맛은 누구하나 싫어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 밤나무 숫꽃과 암꽃
밤나무에는 재미있는 설화가 많이 전해져 내려오는데
옛날 한 과부가 형제를 데리고 살았는데 욕심쟁이 큰 아들이 전 재산을 가지고 분가하자
과부는 어린 작은 아들과 함께 살게 되었답니다.
너무 가난해진 과부는 남편의 제사가 가까워졌지만 큰 아들은 신경도 쓰지 않더랍니다.
어느날 착한 작은 아들은 나무 하러 갔다가 밤 세 톨을 주워 가장 큰 것은 아버지 제사에 쓰고,
중간 것은 어머니에게 드리고, 가장 작은 것은 자기가 먹기로 작정을 하였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작은 아들은 우연히 으리으리한 기와집에 닿아
도깨비들이 은방망이를 두드리며 “떡 나오라, 밥 나오라” 하느 걸 보게 되었습니다.
음식을 본 작은 아들은 허기가 져 무심결에 밤 한 톨을 입에 넣고 “딱” 밤알 터지는 소리에
도깨비들은 집이 무너지는 줄 알고 질겁하여 도망치자 작은 아들은 은방망이를 들고 돌아와
소원을 들어주는 귀물 덕분에 아버지의 제사를 어느 때보다 잘 치를 수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큰 아들이 착한 동생을 구슬러 자초지총을 듣고는 그 길로 밤 세 톨을 들고
도깨비집을 찾아가서 밤 한 톨을 요란스럽게 깨물었습니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속은 후 화가 날 대로 난 도깨비들은 도망은 커녕 우르르 몰려들어
몰매를 주고도 분이 풀리지 않자 큰 아들의 신(腎)을 서른 다섯 자나 잡아 늘려 버린 것입니다.
큰 아들이 축 늘어진 자신의 그것을 등에 걸머지고 돌아오자 그의 아내는 시동생을 찾아가
이제 무슨 재미로 살겠느냐며 훌쩍훌쩍 푸념을 늘어 놓았습니다.
딱하게 여긴 작은 아들은 은방망이를 가지고 형을 찾아가 한 번 두들리 때마다
한 자씩 줄여 나갔는데 형수가 가만히 보고 있으려니 이런 식으로 간다면
그게 아예 없어져 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다급한 나머지 “내 몫으로 한 뼘만 남겨 줘요” 라며 애원을 했고,
작은 아들은 형수를 생각해 그녀의 소원대로 한 뼘만 남겨 주었는데,
이런 연유로 남자의 그것은 “한 뼘이 되었다고 합니다.
▲ 초여름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밤꽃
남성을 상징하는 유일한 꽃이라고 불렀던 밤꽃은
비릿하면서 뭔가 독특한 냄새를 풍기는 향기는 마치 남자의 정액 냄새와 비슷하여
옛날에는 밤꽃 냄새를 양향(陽香)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 남성들은 밤꽃 냄새를 맡으면 당황해 한다는데- - -
밤꽃은 오래 맡으면 정신이 몽롱한 환각에 빠진다고 하는데
이는 남성의 정액 냄새와 같은 스펠민 이라는 효소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는 전립선에서 나오는 정액은 인산, 유산, 단백질과 스펠민이 섞여있는데
그 중에서 스펠민이 밤꽃과 같이 비린내가 나는 요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옛날에는 밤꽃이 필 무렵에는 여인들이 외출을 삼가하고,
과부들은 스스로 몸조심을 했다는 설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 밤꽃의 비릿한 향기에 취한 여성들은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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