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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당

꽃이 피고 짐이 백일을 간다는 배롱나무꽃

소석(笑石) 2011. 9. 8. 15:03

 

 

   ▲ 파란 가을 하늘에 핀 배롱나무꽃

 

오늘은 가을 기운이 완연하고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하얀 이슬이 풀잎에 아름답게 맺힌다는 백로입니다.

 

청사 화단에 오래된 배롱나무 꽃이 한창입니다.

도로변 가로수로 심어진 배롱나무는 지난 7월부터 피기 시작했는데

올 여름 유난히 비가 많이 오고 흐린 날이 많아서 그런지

8월초 입추 무렵부터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따사로운 가을 햇살을 받으며

끊임없이 피고 지고 있습니다.

 

 

   ▲ 붉고 풍성한 꽃이 아름다눈 배롱나무꽃

 

배롱나무는 여름부터 가을까지 석 달 열흘을 두고 꽃을 피워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일년 중 가장 오랜 날을 꽃나무로 사는 나무라고 합니다.

 

원래 백일홍 나무(배기롱 나무)인데

그 발음이 와전되어 배롱나무로 굳어진 것으로

초본 백일홍과 구분하기 위해 목백일홍 이라고 부릅니다. 

 

 

   ▲ 노을빛을 받은 배롱나무꽃  

 

다른 이름으로는 양양화(痒痒花), 만당홍(滿堂紅), 자수화(紫繡花) 등이 있으며,

꽃의 색에 따라 자주꽃은 자미(紫微), 흰 꽃은 백미(白微),

붉은 꽃은 홍미(紅微), 푸른빛을 띤 꽃은 취미(翠微)라고 구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예전에는 먹고 살 것이 곤궁하던 시절

농부들은 배롱나무 꽃이 세 번만 피고 지면 한 해가 가

추수가 시작되기 때문에 다시 쌀밥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간절한 바람으로 쌀밥나무라고 부르며 이 꽃을 바라보았다고 합니다.

 

또한 어릴 적 간지럼을 타는 나무라고 하여 간지럼 나무라고 불렀으며, 

배롱나무의 밑둥치를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

갑자기 나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온몸을 마구 떨었습니다. 

 

 

   ▲ 꽃말이 "떠나는 벗을 그리워 한다."인 배롱나무꽃

 

배롱나무에는 여인의 애절한 사랑의 전설이 전해 내려옵니다.

옛날 어느 어촌에 해마다 목이 셋 달린 이무기가 나타나 처녀를 잡아 갔는데

어느 해, 한 장사가 나타나서 제물로 바치기로 한 처녀의 옷을 입고

제단에 앉아 있다가 이무기가 나타나자 칼로 이무기의 두 목을 베었습니다.

 

처녀가 크게 기뻐하며 "저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이 없었으나 이렇게 살아났으니

죽을 때까지 당신을 모시겠습니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장사는 "아직 이르오. 이무기의 남아 있는 목 하나를 마저 더 베어야 하오.

백일 후 내가 성공하면 배에 희 돛을 달고 올 것이고, 실패하면 붉은 돛을

달고 올 것 이오" 라는 말을 남기고는 배를 타고 이무기를 찾아 나섰습니다.

 

처녀는 정성으로 백일기도를 드리며 배를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멀리 배가 오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돛이 붉은색 이었습니다.

낙심한 처녀는 그만 자결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것은 장사가 이무기를 죽일 때 튄 피가 묻은 것입니다.

그 후 처녀의 무덤에서는 붉은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백일간의 기도가 꽃으로 피어난 백일홍이라고 합니다. 

 

 

   ▲ 팔손이 나무 위로 펼쳐진 배롱나무꽃

 

맑고 파란 가을 하늘 아래 

선선한 가을바람을 타고 살랑살랑 춤을 추고 있는 붉고 아름다운

이 꽃도 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이국적인 자태가 아름다운 배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