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흥호
겨울 햇살이 따사로운 토요일 오후입니다.
돌산 굴전에서 11월 초부터 시작한 직화 굴구이를
지인 부부와 함께 맛있게 먹고 나서
겨울 바다 구경에 나섰습니다.
잔잔한 파도데 햇살이 부서져
눈부시게 빛나는 겨울 바다를 느긋하게 구경하면서
무술목을 지나 계동마을을 지나고 있는데
아쭈리님으로 부터 전화가 들어옵니다.
고흥호로 겨울 붕어 만나러 가자고 합니다.
잠깐 동안 이었지만 겨울 바다 드라이브를 중단하고,
낚시장비를 챙겨서 고흥호에 도착하니
해가 서산으로 서서히 넘어가고 있습니다.
▲ 고흥호 낙조
고흥호 북쪽 제방 갈대밭에 포인트를 정하고,
3.6칸 2대와 3.2칸 2대에는 옥수수 채비를,
3.1칸 2대와 3.0칸 2대에는 지렁이 채비를 하고 나니
호수 건너편 하늘의 저녁노을이
스멀스멀 찾아온 어둠에 밀려
흔적만 남기고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 어둠에 밀려 나고 있는 저녁 노을
고흥호는 붕어 개채수도 많고 씨알도 좋아서
낚시꾼들이 많이 찾고 있는 낚시터지만
평소에는 살치와 문절이 성화로 낚시하기가 어려워
짜증이 나는 곳이지만
문절이는 바다와 연결된 강 하구에 살다가
겨울이 되면 깊은 바다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겨울철 포인트로 알려진 곳으로
아직은 문절이가 바다로 이동을 하지 않았는지
지렁이 미끼에 입질을 보이며 캐미불이 춤을 추더니
간혹 잔챙이 붕어도 낚입니다.
▲ 오늘의 첫 붕어
늦은 저녁을 먹기 위해 방조제 도로로 올라오니
풍류 해변 산착장의 가로등이
어두운 밤바다를 환하게 비추고 있습니다.
이곳은 매년 4~5월이면
주둥이가 학부리를 닮았다하여 이름이 붙여진 학꽁치가 많이 잡혀
이 기간 중에 전국 학꽁치 낚시 대회도 열리는데
낚시꾼들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합니다.
▲ 풍류 해변 선착창 가로등
▲ 저녁을 먹고 나서
▲ 가로등 밑에서 그림자 셀카
저녁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와 보니
8개의 캐미불 중 3개가 보이지 않아
큰 일 났다 싶어 낚시대를 가만히 들어 봅니다.
붕어 낚시꾼들에게 천덕꾸러기인
무려 월척에 가까운 문절이가
바둥거리며 올라옵니다.
▲ 월척에 가까운 문절이
문절이 입질이 뜸해지자
옥수수를 단 캐미불이 깔짝거리며
애간장을 태웁니다.
그러나 밤이 깊어가면서
내린 찬 이슬에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지
난로 불에 의지 한 채 자리를 지켜보지만 허사입니다.
▲ 겨울낚시에 없어서는 안될 난로
새벽 5시 40분경 텐트에서 나와
7시가 넘어가자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하늘에
새벽 여명이 나타났습니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새우를 달아둔 3칸 대에 입질은 들어오고
8치급 붕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새벽 여명
온통 새벽하늘에 먹물을 뿌려 놓은 듯한
시커먼 먹구름이 서서히 물러나자
아침이 열리면서 생기가 넘쳐흐릅니다.
▲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아침을 밝아 오고
밤새도록 입질이 없었던 옥수수 채비에
새우로 갈아 꿰매고 나니
연달아 입질은 들어오고 7~8치급이 낚입니다.
심지어는 아침밥을 먹고 오니
2대의 찌가 보이지 않아 조심스럽게 들어 보니
8치급 붕어가 바늘에 매달려 있습니다.
▲ 행운의 8치급 붕어
드디어 회색 구름 사이로
아침 햇살이 반짝이며 나타나자
붕어들의 활발한 활동이 시작 될 것 같습니다.
▲ 구름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민 아침해
아침 햇살이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는 갈대 사이로
지난밤을 꼬박 새우다시피한 회윈님들의 얼굴이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나타났습니다.
어두운 밤이 주는
침묵과 고독에서 해방되었다는 안도감이 주는
기쁨의 표정입니다.
▲ 붕어사랑님
▲ 야생초님
▲ 아쭈리님
사각사각, 사사사사~
바삭 마름 몸을 부딪히고 부대끼며 내는
갈대 울음소리가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스산하게 들립니다.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는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당나귀 귀를 가진 미다스왕의 비밀을 안 이발사가
구덩이에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속삭이고는
흙을 덮고 후련해 하였는데
구덩이 위의 갈대가
바람에 나부끼면서 이 비밀은 누설하였다는
설화가 있습니다.
▲ 호수 주변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갈대
오늘 아침에는 문절이 입질도 없고
간간히 붕어 입질만 이어지더니
한동안 조용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 바람 한 점 없이 조용한 아침
오늘의 히어로 입니다.
비록 월척에 미치지 못하는 9치급 이지만
낚시 대를 접는 도중에 낚인 놈으로
시원스러운 찌 맛,
그리고 짜릿한 손맛은
잠깐 동안이나마 희열을 주었던 시간이었습니다.
▲ 9치급 붕어
낚시대 휨 새가 심상치 않습니다.
누군가 대어를 낚은 것 같은데
너무 멀어서 확인 할 수 없습니다.
어쩌면 나처럼 찌 맛, 손맛을 보고 나서
벌겋게 상기된 표정으로 대어를 바라보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 대어 일까?
정오가 막 지난 시간입니다.
어떤 어종인지는 몰라도 수면 위에 파문을 일으키며
유유히 지나가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르지만
순간 갈매기 한마리가 잽싸게 물고기를 낙아 채더니
수면을 박차고 힘차게 날아올라 허공을 향해 치솟습니다.
저 물고기는 불행이지만
한 번의 사냥에 성공한 갈매기는
모처럼 맛있는 점심 식사를 할 것 같습니다.
▲ 사냥에 성공한 갈매기
어제 저녁에는
문절이와 동자개가 설치는 바람에
잔챙이 2수에 그쳤지만
오늘 아침 나절에 낚은
체고도 좋고, 튼실할 뿐만 아니라
때깔도 좋은 고흥호 붕어들 입니다.
▲ 고흥호의 겨울 붕어들
▲ 8~9치급 10수를 한 아쭈리님
항상 철수 할 때마다 느끼는 감정입니다.
하루를 하고 갈 때나, 2박3일을 하고 갈 때나
매번 허전하고 아쉬움이 많이 납니다.
하물며 새벽 5시경에 도착한 붕어사랑님
우리와 함께 철수를 하려고 하니
발걸음은 안 떨어지고,
등에 짊어진 가방은 천근만근 무겁기만 합니다.
▲ 붕어사랑님 가방 내려놓으시죠
오랜만에
고흥호에서
겨울 붕어와 놀다 갑니다.
▲ 낚시꾼들이 떠난 고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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