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관산이 바라 보이는 지정지
새벽 5시 40분경
어느덧 겨울로 치닫고 있는
제법 찬 기운이 감도는 어둠을 뚫고
납회 장소인 장흥 지정지로 가는 길입니다.
갈 길은 멀어도 들려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회장님이 오늘 회원들이 미끼로 쓸 새우 채집을 위해
어제 밤에 넣어 둔 새우 망 확인을 위해
봉두 저수지에 도착하자
서리가 하얗게 내린 저수지 둑을 내려가
새벽 물안개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사이로
10개의 채집망을 건져 올렸지만 소득은 별로 입니다.
새벽안개가 짙으면 맑다고 했는데,
벌교를 지나면서 부터 도로 곳곳에 짙게 깔린 안개는
가는 내내 시야가 좁아서 답답하기는 하지만
낚시하기에는 더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도로 곳곳에 짙게 깔린 새벽안개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새벽 5시경부터 일어나 부산을 떨며 출발했을 회원님들을 위해
금강 휴게소에서 아침을 된장국 백반으로 든든하게 먹고
다시 출발합니다.
▲ 금강 휴게소
명경지수(明鏡止水)가 따로 없습니다.
거울 같이 맑은 물 위로 고요함이 흐르고 있어
무척이나 평화로워 보입니다.
그렇지만 만수위를 보이고 있는 저수지는
9명의 회원들이 1박2일 동안 함께할
마땅한 자리를 얼른 찾지 못하고,
한참을 이리저리 기웃거려 보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 명경지수
▲ 이리저리 방황하는 회원들
회원들이 하나 둘 석축 제방 틈새를 찾아
자리를 다듬거나, 대를 편성 하는 것도 보이고,
벌써 미끼를 달아 던지는 회원도 있습니다.
이제는 수면 위의 찌를 통하여
보이지 않는 물속의 붕어와
일전을 치르는 일만 남은 것 같습니다.
▲ 석축 제방에 자리한 회원들
고삐 풀린 망나니들 입니다.
오랜만에 물가에 나오니 물 만난 고기들처럼
신이 나고 활력이 넘쳐흐릅니다.
제방 위의 노란 집을 멋지게 지어 놓고
삶은 돼지고기에 막걸리 한 사발로
목을 축이고 나서
풍선처럼 잔뜩 부풀어 오른 마음과
오늘을 위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비법을 간직한 채
이번 "대어상은 내 것 이다."라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 제방위의 노란 집
▲ 능숙한 솜씨로 고기를 썰고 있는 사커님
▲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
▲ 벌컥~ 벌컥~ 잘 넘어간다
평소에는 낚시대를 8대 편성을 하는데
오늘은 찌를 한 눈에 볼 수 있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6대를 편성했습니다.
그리고 미끼는
3.2칸 2대는 옥수수 채비를, 3.0칸 2대는 새우 채비를,
2.8칸 2대는 짝밥(떡밥,지렁이)채비를 했습니다.
▲ 자리는 좋은데
오후 2시가 되도록 입질이 전혀 없더니
맨 왼쪽 대 찌가 잔잔한 수면에 파문을 일으키며
춤을 추기 시작합니다.
▲ 찌야~ 찌야~ 솟아라
오늘 재수 옴 붙었습니다.
주둥이가 붕어 보다 10배나 큰 베스가
첫 고기로 올라 왔습니다.
이곳에 2~3년 전부터 베스가 보이면서
새우나 참붕어가 채집되지를 않는다고 해서 설마 했는데
오늘 직접 잡아서 눈으로 보고 나니
또 하나의 소중한 낚시터를 잃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 저놈의 베스 입좀 봐
오후 4시가 넘도록 입질은 없고,
가뭄에 콩 나듯이 잔챙이 1~2수에 양이 차지 않는지
회원들이 자리를 뜨는 횟수가 자꾸만 늘어 나는가하면,
▲ 자리를 비운 월척도사님
아예 낮 낚시를 포기하고,
밤낚시를 위해 저녁을 준비하거나
텐트를 치는 등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 밤 낚시 준비 중
지난 가을 내내 한적한 산과 들녘에서
환한 미소를 머금은 채 보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었을 구절초가
향기와 함께 색깔도 빛을 잃어가는 것을 보니
끝물인 보양입니다.
얼마 안 있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만
내년에도 때가되면 그 지리에서 새순이 올라오고, 꽃이 피는
영원히 지지 않는 꽃입니다.
▲ 구절초
풍성했던 억새 이삭도
스산한 가을바람에 거의 다 날려 보내고
조금 남아있는 쭉정이에
저녁노을이 곱게 내려앉았습니다.
▲ 억새 밭
빛의 마술입니다.
해를 삼킨 저녁노을이
천관산을 오렌지색으로 곱게 물들였습니다.
▲ 천관산 석양
물가에서는 즐거운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첨벙거리는 물소리에 고개를 돌려 보니
야생초님이 체고가 좋은 9치급 붕어를 낚아 올리고 있습니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이제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이 밤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야생초님이 낚은 9치급 붕어
그 후로도 야생초님은 연이어 3수를 더하고,
다른 회원들도 1~2수씩 낚은 것 같은데
나는 감감 무소식 입니다.
이 밤이 가기 전에 입질이나 받을 수 있을까?
기다림에 지친 나머지
차라리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을 선택합니다.
▲ 입질 없는 밤은 깊어만 가고
다음날 아침
먹구름이 잔뜩 끼어서 그런지
7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깜깜한 밤입니다.
어제 밤에 6개의 낚시대중 3대는 거두어 놓고,
3대는 그대로 둔 채 잠자리에 들었는데
캐미불이 하나도 보이지 않습니다.
낚시대를 가만히 들어 보니
붕어는 바늘에 걸려 있다는 감이 오는데
낚시대 3대 줄이 완전히 뒤엉켜 있어 난감합니다.
▲ 낚시대 3대 줄을 감고 나타난 8치급 붕어
새벽 낚시는 틀린 것 같습니다.
낚시대 3대의 줄을 다 잘라 내고
채비를 다시 하고 있는데,
옆에 자리한 야생초님도
밤새도록 자리를 지키다 새벽 4시경
깜박 조는 순간에 입질을 해서 낚시대 4대를 걸었지만
월척 급이라고 하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채비를 새로 하고 있습니다.
▲ 야생초님이 잠결에 낚은 월척급 붕어
오전 10시가 넘어가고 있지만
전 회원이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무료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어상에 한 수만 남겨 놓고 고군분투 중인 고문님,
첫 입질에 베스를 두 마리나 낚은 회장님,
한 번의 입질에 대어상을 노리고 있는 회원님들
선의의 경쟁이 아름답습니다.
▲ 다어상을 위해 고군분투 중인 둠벙님
▲ 붕어사랑님! 붕어들 단풍구경 갔다는데
▲ 5치급 베스를 두마리 낚은 다혜콩콩님
▲ 아쭈리님! 대어상은 포기해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황금 들판이었던 지정지 들녘은
추수가 끝나자 농부들과 함께 긴 휴식기에 들어가
생명의 빛을 잃어버린 들판으로 변했습니다.
새우,참붕어가 사라지고,
베스가 설치고 다니는 지정지도
얼마 안 있으면 낚시꾼들 발걸음도 뚝 끊기고
찬바람만 부는 황량한 낚시터로 변할 것 같습니다.
▲ 지정지 들판
등에 짊어진 가방이 거버워 보입니다.
밤에는 어둠을, 낮에는 빛을 짊어진 채
찬바람이 도는 물가에서 1박2일을 버티다
세상의 모든 무거운 짐을 다 들고 가는 것 같습니다.
밤이 주는 고독 속에서 쏟아지는 잠을 주체 못하고
저절로 감겨가던 눈꺼풀이 미세한 케미불에도
반사적으로 반응을 보이는 초인간적인 힘을 발휘하는 꾼들
그들은 무엇 때문에 그 힘들고 험한 고행을 자처하는가?
그냥 물가에
서 있기만 해도 마냥 즐겁고 행복해 지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졌지만
올 때나 갈 때나 마음에 무한한 꿈을 품고서
물이 있는 어딘가로 길을 나섭니다.
▲ 다음에 또 갈거야!
승부를 가리는 계측시간입니다.
며칠 전 내린 비에다 기온까지 내려가 붕어 활성도가 떨어져
전반적으로 부진한 조황 속에서
붕어 얼굴도 보지 못한 회원님도 있지만,
밤 시간대 붕어들의 활동시간을 잘 이용한 회원님들은
마지막 계측 시간까지 대어상, 다어상 후보에 오르는 좋은 성적을 보였지만
아깝게도 야생초님의 대어상만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 계측 결과 34.5cm(야생초)
▲ 계측 결과 28.5cm(아쭈리)
▲ 다어상에 한 마리 부족(둠벙)
▲ 씨알 좋은 겨울 붕어들
▲ 야생초님 대어상을 축하 합니다.
행운상 추첨 시간입니다.
이를 두고 복불복(福不福) 이라고 하지요,
선물이 크고 적음을 떠나 이름이 호명 될 때마다
유치원생 마냥 홀딱 홀딱 뛰고 난리 입니다.
▲ 행운상품
▲ 사커님 행운상 1등을 축하합니다.
납회 기간 동안 날씨는 좋았지만
별로 좋지 않은 조황 속에서도 웃음을 잊지 않고
함께 해주신 회원님들 고생하셨습니다.
금년 겨울은 유난히 춥고 길 것 갔습니다.
바라건대 금년을 잘 마무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알차게 시작하는 2015년 을미년(양띠해) 시조회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요!
▲ 동호회 회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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