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냄새가 나는 고흥호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입추(入秋)가 지나서 그런지
아침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제법 선선 하고 하늘은 한껏 높아 보이지만
고흥호로 가고 있는 한낮의 햇볕은 뜨겁기만 합니다.
지난 주 많은 비를 동반한 태풍 "나크리"의 영향으로
저수지와 호수는 만수위를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북상하고 있는 태풍 "할롱"의 영향으로 북동풍이 강하게 불고 있어,
고흥만방조제 부터 상류까지 한 시간 여를
여기저기 탐색도 해보고 논의한 끝에
방조제 삼거리 아래 갈대밭에 자리를 정하고 나니
오후 5시가 다 되어 갑니다.
▲ 고흥만방조제 삼거리 아래 갈대 밭
사커님과 아쭈리님이 수심이 50~60cm로 너무 낮아
어쩔 수 없이 물속에 좌대를 설치하고 나더니
비 오듯이 줄줄 흘러내리는 땀을 닦다 말고
목이 마르다고 합니다.
꿀맛 입니다.
시원한 막걸리를 연거푸 3~4잔을 하고 나더니
갈증도 풀리고, 배가 든든해지자
주머니속의 동전만 하던 세상이 대문짝만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 여수막걸리가 최고여!
뭐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땅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엉덩이를 겨우 일으켜
하다 만 대 편성을 마무리하기 위해
서쪽으로 넘어가는 해를 정면으로 받을 뿐만 아니라
호수에 반사되는 햇살 까지 이중고에 눈을 뜰 수 없는
제방을 다시 내려갑니다.
▲ 별로 편하지 못했던 포인트
오늘도 외계인 모습을 한 망둥이가
새우 미끼를 덥석 물고 물 위로 나타나더니
양팔을 벌려 인사를 하고 있습니다.
첫 고기가 망둥이라 ~
망둥이 판이 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어째 껄쩍지근 합니다.
▲ 외계인을 닮은 망둥이
높고 청명한 하늘,
그리고 낮게 떠있는 하얀 뭉게구름,
제법 가을 냄새가 납니다.
▲ 아~ 가을 냄새가 난다.
붕어는 얼굴도 보지 못하고
짤짤거리는 망둥이 입질에 진저리를 치며
짜증이 날 무렵,
오늘도 짧기만 한 하루해가
서쪽 하늘에 낮게 드리운 먹구름 사이로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남기고 넘어가고 있습니다.
▲ 고흥호의 저녁노을
석양에 나타난 낚시꾼입니다.
오후 늦게 출발한 구름다리님이
붉은 석양빛을 받으며 나타났습니다.
▲ 석양의 낚시꾼 구름다리님
아름다운 초저녁 입니다.
서쪽하늘에는 오렌지 빛 저녁노을이
동쪽하늘에는 둥글고 하얀 보름달이 두둥실 떠오릅니다.
이 순간만큼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수위가 많이 높아진 호수에 강풍까지 불어
어렵사리 찾아낸 포인트인데 보름달마저 떠올라
또 다른 고민을 하게 합니다.
▲ 고흥호의 보름달
▲ 고흥호의 저녁노을
오렌지 빛 저녁노을이
무섭게 달려드는 먹구름에 자리를 내주면서
어둠속으로 점점 사라지자
어스름한 호수에는
수 백 개의 가로등이 환하게 빛을 발하면서
태공들의 소망을 담은 캐미 불도
하나 둘 수면을 밝히고 있습니다.
▲ 저녁노을과 가로등 그리고 캐미불
드디어 8시 30분경
망둥이들의 입질이 소강상태를 보이자
붕어들의 입질이 시작 됩니다.
첨벙~ 첨벙~
어둠속 여기저기에서
붕어들이 수면을 박차며 앙탈을 부리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립니다.
▲ 붕어들의 입질은 시작 되고
풀벌레 우는 소리에 밤이 다 가는 줄 모른다고
초저녁부터 울어대던 풀벌레 소리가 잦아 든 것을 보니
자정이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방조제의 가로등도
철석 대는 파도소리와 풀벌레 소리를 자장가 삼아
긴 꼬리를 달고 졸고 있습니다.
▲ 긴 꼬리를 단 가로등
후두둑~ 후두둑~
텐트를 두드리는 빗소리가
새벽 단잠을 깨웁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고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만 해도
하늘에는 보름달이 휘영청 떠 있었고, 별도 총총히 빛나고 있었는데
텐트를 열고 내다보니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 황당한 새벽녘
비가 내리고 있는 호수 위를
"고비조원견(高飛鳥遠見)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며"
"조기조포충(早起鳥捕蟲)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느니" 라고 했는데
두루미 한쌍이 일찍도 일어나 날고 있습니다.
▲ 호수 위를 날으는 두루미 한 쌍
새벽 6시 20분경
오락가락하는 빗속에서 7치급 붕어를 한 수 하고 나니
다시 망둥이들이 설치기 시작합니다.
▲ 오늘의 첫 붕어이자 마지막 붕어
빗방울이 제법 굵어졌습니다.
철수를 해야 하나 하고 망설이고 있는데
빗줄기는 점점 약해지고, 햇볕도 조금씩 나고 있어
좀 미루기로 합니다.
▲ 빗줄기는 굻어지고
한가로움의 극치입니다.
복잡한 세상과 분리된 자연 속에서
맘껏 여유를 부리고 있는 한가로운 낚시터 풍경입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자연이 주는 모든 것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보고, 마시고, 느껴보고 싶습니다.
▲ 저 태공은 누구일까요?
지난 밤 간간히 입질을 보이던 붕어들은
날이 밝아오면서 망둥이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행여나 하는 마음으로
바위위에 얌전하게 올려놓았던 뜰채가
무안하기만 합니다.
▲ 한 번도 사용 못한 뜰채
꽤 쏠쏠한 조과입니다.
소석.사커.아쭈리님 회원이
6치~8치급 31수를 낚았습니다.
▲ 가장 실적이 좋았던 아쭈리님(7~8치급 16수)
▲ 8치급 가을 붕어
▲ 씨알 좋습니다.
입추가 지나면서
가을 기운이 일어나고 있는 고흥호에서
가을 붕어 손맛을 보고 갑니다.
▲ 가을 조사들 철수 중
8월이 되면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서도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 붉은 빛이 도는 자주색 꽃을 피워서
달콤한 향기를 퍼뜨리는 칡꽃 입니다.
칡꽃의 생약명은 갈화 (葛花) 라고 하며,
동의보감에 술을 마셔도 취한지 모른다고 나와 있을 정도로
숙취를 제거하고 간 기능을 보호한다고 합니다.
갱년기 여성에게도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불면증과 우울증에도 좋고, 혈액순환을 돕기 때문에
중년여성에 좋다고 합니다.
▲ 칡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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