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일상의 모습과 글

태공과 새벽노을

소석(笑石) 2013. 10. 6. 15:54

언제나 그랬듯이

어둠의 심연 속에서 그 무었을 목마르게 기다려 보지만  

이 밤도 삼라만상을 가슴에 품은 채 

어느덧 자정을 넘긴지가 꽤 오래되었는지

 

달빛조차 없는

칠흑 같은 어둠이 삼켜버린 물가에서 

뭔가를 얻으려고 야수처럼 번뜩이던 눈이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게슴츠레하게 풀려갈 무렵,

 

"어둠이 깊으면 새벽이 멀지 않았다."고 했든가 

어느 집 수탉의 우렁찬 울음소리와 함께

먼동이 희끄무레 밝아오기 시작 합니다.

 

 

어느새 짙은 구름이 깔린 하늘은 새 기운이 움트면서

잿빛 여명이 점점 붉어지더니 

자연이 주는 최고의 새벽 선물인 여명의 빛이 나타나자

 

끝없는 어둠의 심연 속에서도

한 순간의 벅찬 감동과 희열을 맛보기 위해

기다림에 연연하지 않는 인생이라지만

 

어둠 속에 홀로 남겨진 외로움과 졸음을 밤새도록 이겨내느라 

피로감 에서 오는 붉게 충혈 되고 졸린 듯 쳐진 눈에서는

새벽에 찾아오는 단 한 번의 기회를 잡기위해

붉은 광채가 번뜩입니다.

 

  

오늘도 어제와 다르지 않는 평온한 새날이 

검푸르죽죽한 구름사이로 퍼져나가는 붉은 기운을 따라 

힘찬 기상을 보이며 밝아오자

 

새벽여명이 깃들고 있는 호수에는

만남이라는 소망 줄을 길게 늘어뜨리고 

"어제부터 올 듯 말 듯 오지 않는 님 은 언제 오시려나 ~"

간절한 마음만 허공에서 맴돕니다.

 

 

이제는 곱게 물들어 가던 새벽노을도

잉태하고 있던 아침 해를 금방이라도 토해 낼 듯이

진홍빛으로 물들어 가자

 

만남을 위한 기다림은 한순간에 사라지고

빛이 만들어낸 화려하고 오묘한 색의 조화에 매료되어  

가슴이 벅차오르면서 탄성을 지릅니다.

 

 

시시각각 요술을 부리며

어느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색깔로

온 누리를 치장하던 빛의 향연은

 

작별을 고하려는 듯이 절정에 이르렀지만

마치 꿈을 꾸는 듯이

고혹적인 노을빛에 빠져들어  

좀처럼 시선을 거두지 못합니다.

 

 

영원히 꺼지지 않을 것 같이 활활 타오르던

그 붉은 빛이 환영인 것처럼 사라져 가는 자리에

아침 해가 장엄하게 솟아오르자

 

또 다시 가슴은 벅차오르지만

햇님이 방긋 웃는 미소에 답이나 하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녕" 하면서 기지개를 크게 켜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