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일상의 모습과 글

주렁주렁 매달린 호박고구마

소석(笑石) 2012. 11. 12. 14:53

 

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입니다.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지나면서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남겨 논

감을 바라 볼 때마다 고구마를 수확 해야지 했는데

이제야 텃밭에 심어놓은 호박고구마를 캐러 갑니다.

 

고구마를 심어 놓은 주택가 텃밭에 도착하니 햇살은 따사롭지만

그동안 내린 서리로 파릇파릇 하던 잎들은 그 빛을 잃어가고 있고,

근처에 심어 놓은 김장용 배추나 무도 주인의 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 호박고구마 텃밭

 

고구마 덩굴을 낫으로 걷어내고 호미로 한 두 덕씩 파기 시작하는데

자주색을 띤 호박고구마가 흙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줄줄이 역어서 나옵니다.

 

   ▲ 주렁주렁 매달린 호박고구마

 

때로는 쥐가 서리를 해서 반 토막이 난 고구마를 볼 때면 속이 상하기도 하고,

지나가던 사람들이 매끄럽지 못한 생김새를 보고 한 마디씩 하지만

수확의 기쁨에 즐겁기만 합니다.

 

   ▲ 수확의 기쁨

 

늦은 아침에 도착해서 그런지  30평 남짓한 고구마 밭은 절반 밖에 수확을 하지 못했는데

어느덧 점시시간이 되어 아내와 아들이 준비 해 온 찰밥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고 나서

오전 내내 캐놓은 고구마를 바라보니 마음이 흐뭇합니다.

 

   ▲ 오전에 수확한 호박고구마

 

오후 들어 아내와 아들은 서리를 맞아 성장이 멈춰버린 끝물고추를 따고,

나는 나머지 두 덕의 고구마를 캐고 나서

매끈하고 튼실한 고구마와 작고 못난 고구마를 구분해서

박스에 담고 나니 6개나 됩니다.

 

   ▲ 끝물고추를 따고있는 아내와 아들

 

올해 3년째 고구마 농사를 지었지만

작년 보다는 수확량도 적고, 매끈하지는 못해도,

올겨울 쪄서먹고, 구워서먹고 할 생각을 하니 벌써 입안에 군침이 돕니다.

 

   ▲ 못났어도 노란 속살 맛이 달콤한 호박고구마

 

따사롭던 햇살도 약해지는 오후 늦은 시간

텃밭을 함께 가꾸는 지인이 나누어 주는 무와 고추도 고구마랑 차에 실어 놓고 나서,

더 실을 수 없을 정도로 가득한 차 안을 들여다보며

마음에도 가득한 행복을 담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 행복이 주렁주렁 달린 호박고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