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들이 머문 자리

조행기

을미년 시조회를 다녀와서

소석(笑石) 2015. 3. 24. 15:35

 

   ▲ 첫 출조 모임 시조회

 

봄이 오나보다.

꽃샘추위에 잔뜩 웅크리고 있던 봄이

살금살금 소리 없이 다가와

봄의 중간 지점이자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는 춘분에 머물렀습니다.

 

봄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는 3월 춘분 날,

을미년 한 해 동안 

회원들의 무사안녕과 4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용왕님께 고하는 시조회 모임 장소인 장흥 지정지로 가는 길입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시조회도 배가 부른 뒤에 할 일로

보성 금강 휴게소에 들려 

아침밥을 된장국에 든든히 먹고 출발 합니다.

 

   ▲ 금강 휴게소 붕어사랑님 캠핑카 앞에서

 

   ▲ 금강 휴게소 백매화

 

아침 9시경 지정지에 도착하니

날씨는 화창한 봄날인데

물색은 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아서 난감합니다.

 

회원들 사이에서

장소를 변경하자는 말이 나오지만

그대로 강행하기로 합니다. 

 

   ▲ 작년 이맘 때 월척급이 쏟아졌던 포인트

 

만수위를 보이고 있는 저수지는

제방에서 어디를 둘러봐도

마땅한 포인트를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회원들이 하나 둘

동쪽과 북쪽 제방에 포인트를 정하고

대 편성을 하느라 부산을 떨고 있습니다. 

 

   ▲ 북쪽 제방

 

봄이 중간쯤 왔다고는 하나

수온 회복이 늦어져

붕어들이 아직 깊은 곳에서 나오지 않고 있는

대어를 노리는 보트도 3대나 떠있습니다.  

 

   ▲ 보트 낚시꾼

 

봄소식을

제일 먼저 전한다 하여

봄까치꽃 이라고도 부르는 큰개불알꽃,

 

어느 누가 이름을 이렇게 붙였는지 궁금하지만

큰개불알꽃 이라서 엄청 큰 줄 알았는데

콩알 만 합니다. 

 

   ▲ 큰개불알꽃

 

대 편성을 마친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들더니

대형 텐트를 설치하기 시작합니다.

 

1박2일 동안

먹고, 마시고, 자고 할 편안한 안식처로

무었보다도 이곳이 제일 중요한 곳이 아니겠습니까? 

 

   ▲ 모두 일심동체가 되어

 

용왕님께 고하는 시간 입니다.

저마다 소원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용왕님 4짜를" 하고 빌었을 것 같습니다.

 

금년 시조회에서 

회원들 모두가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졌으면

좋으련만 - - - - -  

 

   ▲ 회장님 절 이삐게 하쇼 

 

   ▲ 고놈들 대견하다

 

    ▲ 텁텁한 양재기 막걸리 마시는 모습들이 

 

   ▲ 아주 자리를 잡았구만

 

갑자기 사커님이

빈 바늘에 베스가 물었다고 목청을 높이자

조용하던 저수지가 시끌벅적 합니다.

 

한참 후 월척도사도

베스를 낚았다고 하는 것을 보니

이곳에도 베스 개체수가 많이 늘어난 것 같습니다. 

 

   ▲ 왠지 허전하다.

 

해는 중천에 떶는데

아직 입질은 한 번 받지 못한 채

덧없이 공허하게 흘러가는 시간이 아쉬워

 

회원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밤낚시를 하려면 체력보강도 할 겸

한 바퀴 둘러봅니다. 

 

   ▲ 월척도사님  

 

   ▲ 사커님 

 

   ▲ 둠벙님 

 

   ▲ 야생초님 

 

   ▲ 붕어사랑님 

 

   ▲ 구름다리님

 

들판이 생동감으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을 꿋꿋하게 견디어낸 보리 싹들이

초록색 물결로 수놓고 있는 봄 들판을 바라보고 있으니

 

혹독한 겨울 추위를 견디고

봄이 오면 이렇게 파랗게 살아나는

꿋꿋한 생명력을 갖고 있는

구수한 보리된장국이 생각납니다.

 

   ▲ 봄 기운이 느껴지는 보리밭

 

왠 베트남에서 온 낚시꾼?

베트남 전통모자 "논라"라고 하며,

붕어사랑님이 얼마 전 베트남에 다녀오면서

우리 회원들을 위해 특별히 구입 했다고 합니다. 

 

   ▲ 붕어는 못낚아도 먹어야 산다

 

바람이 심상치 않습니다.

천관산 쪽에서 불어오는 남서풍에

받침틀이 흔들거리고 낚시대도 요동을 칩니다.  

 

태공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 바람이지만

춘분 무렵에는 바람이 많이 부는데

꽃샘바람이라고 하여

잠자는 나무를 흔들어 깨우고, 묶은 것을 날려 보낸다고 합니다. 

 

   ▲ 삼한 바람에 낚시하기는 점점 힘들어 지고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월척이 아니라서 조금은 서운하지만

악조건 속에서 봄 붕어의 짜릿한 손맛을 보고나니 

속이 후련합니다.   

 

   ▲ 9치급 봄붕어

 

두꺼비도 구경 나왔습니다.

예로부터 우화에 두꺼비는 은혜를 갚을 줄 아는 동물이고

신비한 능력을 갖춘 동물로 나타나는데,

 

글쎄요∼

그럴까요?

일단 기분은 좋습니다. 

 

   ▲ 오랜만에 보는 두꺼비

 

나는 붕어 얼굴이라도 봤는데

다른 회원들은 입질도 받지 못 한 채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 지정지의 해넘이

 

캐미불이 춤을 춥니다.

바람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거기다 기온도 많이 내려갔는지 많이 춥기도 합니다.

 

   ▲ 캐미불이 춤을 춘다

 

설왕설래(說往說來)-여러 말이 서로 오고 감

이심전심(以心傳心)-마음과 마음으로 서로 뜻이 통함

동기상구(同氣相求)-기풍이나 뜻을 같이 하는 사람끼리 찾아 모인다. 

 

   ▲ 낚시는 포기하고

 

뿌연 우유 빛 연무를 뚫고 나타난

붉은 여명이 어둠을 조금씩 쫒아내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날이 밝아오자

새벽어둠 속에서 입질이 오기를 고대하던

회원들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 합니다.  

 

   ▲ 새벽 여명  

 

   ▲ 근심어린 다혜콩콩님 

 

   ▲ 부지런한 아쭈리님

 

아침 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기온이 오르면

수온도 올라

붕어들의 활동이 활발해 질까? 

 

   ▲ 아침 해가 떳다

 

밤새도록 불던 바람은

아침까지 이어지고

점차적으로 심하게 바람이 불거라는 기상예보에

낚시를 포기하고 철수를 준비 합니다. 

 

   ▲ 점점 거세지는 바람

 

아침을 먹고 가는 길에 사마귀 알집을 만났습니다.

얼마 안 있어 새 풀이 돋을 때쯤이면

이 알집에서 부화한 사마귀 새끼들도

깨어나겠지요. 

 

   ▲ 숲속의 사냥꾼 사마귀

 

물색이 뿌옇게 살아나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다 철수하고,

미련이 남은 아쭈리님, 사커님과 함께 남아

마지막 투혼을 발휘해 보기로 합니다. 

 

   ▲ 물색이 살아나고 있는 저수지

 

쭈욱∼

찌가 올라옵니다.

금방이라도 산란을 할 것 같은 9치급 붕어를 낚았습니다.

 

기다림 속에서

찌맛, 손맛과 함께

소원도 풀었습니다. 

 

   ▲ 9치급 붕어

 

어서가서 몸 풀고

월척 되어서

다시 오라고 되돌려 보냈습니다. 

 

   ▲ 잘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