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번개 치고 폭우가 내리던 날
▲ 징흥 지정지 야산 포인트
진달래가 만개한 토요일 오후
봄비 치고는 많은 비와 다소 강한 바람이 예상되지만
지닌 해 이맘때쯤 좋은 조황을 보여주었던
장흥 지정지로 가고 있습니다.
오후 3시경 현지에 도착하니
금방이라도 비가 올 것 같은 예사롭지 않은 날씨에
방향을 가늠 할 수 없는 바람이
수면을 휘젓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마음이 심란합니다.
기상여건은 최악이요,
2박3일째 낚시를 하고 있다는 조사님의 말에 의하면
완전히 빈작(5수)입니다.
오르내리기는 힘들어도
야산 아래로 포인트를 정하고
두번에 걸쳐 장비를 내려놓고 나니
천둥번개가 치고 폭우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 봄 가뭄 해갈은 되겠지만 죽을 맛입니다.
오후 4시 30분경
간신히 파라솔 텐트만 설치 하고나서
계속되는 천둥번개 때문에 낚시대를 펼칠 생각도 하지 못하고
비오는 모습만 멍청히 바라보고 있는데,
내리던 비가 조금 약해지자
오가는 길이 험하니 어두워지기 전에
일찍 저녁을 먹자고 합니다.
저녁을 먹고 나서
이런 날씨에 낚시를 해야 하나 하는 생각에
한잠을 있다 내려가서 낚시대 2대에 캐미를 달고 나니
바로 앞에서 천둥번개가 칩니다.
"에라모르겠다"
비가 좀 약해진 틈을 타서
차를 주차해둔 고개까지 올라와
오지 않는 잠을 청해보다 어설프게 선잠이 들었는데,
9시 30분경 아쭈리님이 들어오더니
악천후 속에서 8.9치급 2수,
붕어사랑님은 가물치(50cm) 1수를 했다고 합니다.
▲ 따뜻한 아랫목 생각이 난다.
새벽 4시 30분경
밤사이에 비는 많이 잦아들었지만
차창밖 어둠 속에서는
아직도 이슬비가 부슬 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이지만
거의 90도에 가까운 비탈길을 오르내리기가 힘들어
아침을 먹고 내려가기로 합니다.
새벽어둠을 헤치고 내려와서도
아침 7시가 되도록 좀처럼 날이 밝아오지 않을 것 같더니
비구름 사이로 부스스 깨어납니다.
▲ 제비가 낮게 나는 걸 보니 비님은 계속 올 것 같고
철썩∼ 철썩∼
갈대밭 여기저기에서
붕어들이 산란하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오는 것을 보니
오늘 낚시는 포기를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생각하기나름이다라는 자위를 하면서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합니다.
▲ 아쭈리님 포인트
몸이 으슬으슬 한기가 듭니다.
어제 갑자기 내린 장대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비 맞은 생쥐꼴이 된데다가
아침기온이 많이 내려가서 많이 춥습니다.
생각하지도 못한 불을 보니
반가움이 넘쳐나고,
자연스러운 웃음이 절로 납니다.
▲ 젖은 나무가지를 주워다 불도 피우고
소리 없는 자연은
이렇게 봄비를 맞으며
새 생명들이 깨어나기도 하고
종족번식을 위해 꽃을 피우고 꿀을 만들고 열매를 맺습니다.
▲ 청미래덩굴꽃
▲ 이름모른 꽃
▲ 산딸기꽃
▲ 찔레
첨벙∼ 첨벙∼
붕어가 앙탈을 부리는 소리가
고요하던 저수지 정적을 깨트립니다.
모닥불에 온기를 잔뜩 품고간 아쭈리님이
9치급 붕어를 낚고 나서
회심의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 아쭈리님 대단하십니다.
더 이상 기다림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어
오전 10시경 철수를 결정합니다.
오늘 조과는
아쭈리님 9치급 2수, 8치급 2수
붕어사랑님 가물치 5짜 1수
나는 눈만 즐거웠습니다.
▲ 아쭈리님 조과
"죽기 아니면 살기"라
최소한 3번 정도는 오르내려야 할텐데
한 번 오르고 나니 다리가 풀립니다.
▲ 어떻게 오르내렸는지 아찔합니다.
▲ 마음따로 몸따로
▲ 고생하셨수
땀을 뻘뻘 흘리며 오르내리다
풀속에 숨어서 피고 있는
현호색(玄胡索)꽃을 만났습니다.
나팔모양의 남색 빛 꽃잎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꽃으로
꽃말이 보물주머니, 비밀이랍니다.
▲ 현호색꽃
봄날의 특수는 만나지도 못한 채
이렇게 주말마다 찾아오는 을씨년스러운 날씨 속에서
자꾸만 가고 있습니다.
▲ 잿빛구름으로 가득찬 저수지
올해도 진달래꽃이
이렇게 아름답고 화사하게 피었는데
이놈들 꽃구경하려 안 나오나
▲ 화사한 진달래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