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고흥호 겨울 붕어가 춤을 춘다

소석(笑石) 2014. 12. 16. 20:40

 

   ▲ 고흥호의 아침 풍경

 

전국이 폭설과

초속 5m가 넘는 칼바람에 꽁꽁 얼어붙어

체감온도는 영하 10도 정도 될거라느니,

이럴 때는 얼큰한 '짬뽕이 제격이라느니 야단법석 이지만,

 

이곳 고흥호에는

차가운 칼바람이 쌩쌩 부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 붕어 낚는 재미에 폭 빠져 있는

조사들이 있습니다.

 

이번 주(12월 13일)는

어제부터 불고 있는  매서운 삭풍이

초속 5미터 정도 불고 있지만

저녁부터는 많이 잠잠해 질것이라는 기상대 예보를 믿고,

 

이번 주 화요일부터

고흥호와 인공습지를 넘나들며 손맛을 톡톡히 보고 있는 붕어사랑님을 찾아

아쭈리 회원님과 함께 여수에서 12시경에 출발하여 고흥호 인공습지에 도착하니,

붕어사랑님이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 붕어사랑님 상봉

 

고흥호와 인공습지 몇 개 포인트를 둘러보니

이런 악천후 속에서도

서울, 광주 등지에서 많은 낚시꾼들이 찾아 온 것을 보면

고흥호가 겨울 포인트로 많이 알려진 것 같습니다.

 

나와 아쭈리님은

최근 좋은 조황을 보였던 고흥호에 미련이 있어

인공습지에 붕어사랑님을 남겨 두고,

제방 아래 갈대밭을 찾았더니

그사이 물이 많이 불어나 있어 포인트 찾기가 어렵습니다. 

 

   ▲ 돌무더기가 2주전 포인트

 

겨울 해는 짧습니다.

오후 5시가 가까워지자 햇볕이 약해지면서

매서운 찬 바림이 옷 속을 파고들자

낚시대 6대를 편성해 놓고

 

동지섣달 긴긴 밤

임은 없어도 잠자리가 편해야 한다며

오늘 밤을 위해 텐트를 칩니다.   

   ▲ 이동식  숙박시설  설치 완료 

 

자연이 하루에 한 번씩 주는 선물 입니다.

어쩌면  저렇게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다른 형상을 하고

우리에게 황홀한 선물을 선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 고흥호 석양

 

우리들의 세프

아쭈리님의 콩나물 김치찌개가

뜨거운 김을 내뿜으며 끓고 있습니다. 

 

보통 아무렇게나 끓여도 맛있는데

거기다 콩나물 까지 넣었으니

얼큰하면서 칼칼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입니다. 

 

    ▲ 아쭈리 세프님의 콩나물 김치찌개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나니

방조제 도로 가로등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면서

어두운 밤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어둠이 마술을 부리고 있습니다. 

세차게 불던 바람을 다소나마  진정 시키는가 했더니 

눈발이 날리고 있습니다.

 

   ▲ 방조제 도로 가로등에 불이 들어 오고

 

11월 말까지만 하드라도

낮 낚시에 씨알 좋은 붕어들이 입질을 보였는데

12월 들어서면서 낮 낚시에는 전혀 입질이 없고,

밤낚시에 잦은 입질을 보인다고 합니다.

 

드디어 7시 40분경

첫 입질에 8치급 붕어를 낚고 나서

3칸대와 3.2칸대에서 7~8수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겨울철 수온이 내려가면

다른 냉혈동물과 마찬가지로 동면을 하고 먹이를 먹지 않는다는

잉어 새끼인 발갱이가  지렁이에 낚였습니다.

 

   ▲ 밤과 낮이 뒤바뀐 입질

 

입질이 뜸합니다.

인공습지에 있는 붕어사랑님이

새우가 채집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급히 새우를 가져다주었지만 입질이 뚝 떨어졌습니다.

 

한 밤중이 되자

난로에 불을 피웠어도 기온이 많이 떨어졌는지

뼈 속까지 추위가 스며들자

텐트로 돌아가 잠을 청해 봅니다.  

 

   ▲ 추위에 떨고 있는 갈대

 

새벽 2시 40분경

잠자리가 불편했는지 잠은 오지 않고

낚시를 하러 갈까 말까 망설이면서 밖을 내다보니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과 함께 하현달이 온 누리를 비추고 있습니다. 

 

   ▲ 하현달

 

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하여

호수에 가득한 새벽 달빛을 맞으며 자리에 도착하자

3개의 캐미불 중 하나가 보이지 않아

낚시대를 조심스럽게 들었더니   

 

잘생긴 놈 얼굴값하고,

못생긴 놈 꼴값한다고

문절이가 새벽 문안 인사를 합니다.

 

   ▲ 오늘 첫 입질이 망둥이라

 

김빠진 맥주 꼴이 되어

한참을 기다렸지만 입질은 없고,

텐트로 돌아가 오지 않는 잠을 청해 보지만

눈만 말똥거리고,

 

다시 새벽 공기의 차가움에 움츠린 채로

캐미불을 뚫어져라 응시 하면서 조금만 흔들림에도

촉각을 곤두 세웠지만 부처님이 따로 없습니다.

 

또다시 텐트에 들어가

깜빡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새벽노을과 함께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 고흥호의 새벽 노을

 

바쁘게 설칠 필요는 없지만

성질 급한 붕어가 해코지를 했다면 큰일이다 싶어

부리나케 뛰어갔더니

 

직감대로 그사이를 못 참고 3칸대 찌가 보이지 않습니다.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거머쥐고 들었더니

7치급 붕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행운의 붕어

 

잠자다 덤으로 낚은 붕어를 쳐다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는데

아쭈리님이 얼음이 얼었다고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지난밤에 얼마나 추웠는지

연안에 살얼음이 얼어 있습니다.

 

   ▲ 얼어붙은 연안

 

오렌지색 기운이 감도는 동쪽 하늘을 뚫고

아침 해가 떠오르자

찬 기운이 가득했던 호수에 따스한 햇살이

퍼지고 있습니다. 

 

저 해가 중천에 다다르면

수온도 많이 올라

붕어들의 활동이 활발해 지리라 기대하면서

미끼를 싱싱한 것으로 갈아 끼우고 힘껏 던져 봅니다. 

 

   ▲ 아침 해가 뜬다.

 

강바람에 씨앗들을 멀리 날려 보내느라

이제는 허리는 야위고, 꺽여진 채 얼마나 버틸지 모르는 갈대밭에

아침 해가 붉은 기운을 불어 넣어 주고 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흔들리고 흔들리면서 

더 강해지는 갈대들

어서 남은 자식들을 내어주고 편히 쉬었으면 좋으련만

 

   ▲ 붉은 기운이 감도는 고흥호 갈대밭

 

물 위에 자리를 만든 아쭈리님

물에 빠질 가봐  노심초사 하면서 바라보지만

아직까지 사고를 낸 적이 한 번도 없어

프로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 가 봅니다. 

 

   ▲ 일명 "하프로"

 

때로는 이런 모습 속에서

낚시는 뒷전이고,

카메라를 들이 댈 때가 많습니다.

 

   ▲ 해와 갈대 이삭

 

아침 10시가 넘도록 입질이 없자

낚시꾼들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더니

하나 둘 서둘러서 어디론가 떠나자

 

아직 입질 한 번도 받지 못했는데

우리도 떠나야 하나

마음이 싱숭생숭 합니다.

 

   ▲ 싱숭생숭한 아침 나절

 

아침 해는 완전히 중천에 떠있고,

어제와는 달리 바람 한 점 없는 호수는

지금이 겨울인지 봄인지 혼란스럽습니다.

 

   ▲ 호수는 겨울속의 봄

 

잔잔한 호수의 찌들은

여전히 흐트러짐 하나 없이

부동자세로 제자리를 사수하고 있고,

 

   ▲ 제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찌들

 

겨울 햇살이 반짝이는 호수 위를

물오리 한 쌍이

종종거리며 어딘가로 가고 있습니다.

 

이제 시간도 11시로 치닫고 있어

저 물오리처럼

우리도 어딘가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

 

   ▲ 한 쌍의 물오리

 

보기만 해도 욕심이 나는 튼실한 겨울 붕어로

이번에도 월척은 낚지 못했지만

손맛은 무척이나 좋았고,

거기다 발갱이 한 마리도 낚았습니다.

 

   ▲ 소석+아쭈리 조과

 

무척이나 아쉽습니다.

바람 한 점 없이 잔잔한 호수가

발목을 잡지만

 

모든 것은 올 때가 되면 왔다가 

갈 때가 되면 간다.

그런데 가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지 - - -

 

   ▲ 가다다 뒤를 돌아보고 "찰칵"

 

가는 길에 인공습지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붕어사랑님 을 만나러 왔습니다.

 

     어제 그 칼바람 속에서도

     많던 낚시꾼들은  

     아침에 거의 다 떠났지만

아직도 몇 명의 낚시꾼들이 남아서 즐기고 있습니다.

 

   ▲ 인공습지 태공들

 

 5박6일간

고흥호와 인공습지를 넘나들며

만난 겨울 붕어들 ~

 

   ▲ 7~9치급 겨울붕어들

 

 

저멀리 1박2일 동안 머물렀던 

총길이 2,873m의 고흥만 방조제가 만들어지면서 생겨난

7.45㎦의 담수호인 고흥호가 눈에 들어옵니다.

 

지난 초겨울부터

겨울 붕어들이 폭발적인 조황을 보이고 있지만

밤과 낮의 기복이 심해서 

소문만 듣고 왔다가 씁쓸한 고배를 마실 때가 있습니다.

 

   ▲ 인공습지에서 바라 본 고흥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