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흥호가 나를 부른다
▲ 고흥호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금요일 아침,
창밖의 앙상한 가지 끝에 올망졸망 매달린 물방울에 시선을 고정한 채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면서
진한 커피를 마시고 있습니다.
다행 인 것은 지금 오는 비는 오후에 그치고,
토요일은 하루 종일 흐렸다가
일요일 새벽에 다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입니다.
카톡!
10시 11분 붕어사랑님으로 부터
고흥호에서 낚은 씨알 좋은 붕어가 살림망에 가득한 사진이
눈에 확 들어옵니다.
우여곡절 끝에
오늘 오후에 고흥호로 출발해서
내일 초저녁 까지만 하고 철수하기로 합니다.
고흥호가 나를 부른다.
가는 내내 약한 비가 오락가락 하지만
이번에는 어떤 모습으로 나를 반겨줄지 설레임 속에서 도착하니
고흥호는 잔뜩 찌푸린 회색 비구름 속에 잠겨 있습니다.
▲ 회색 비구름 속에 잠겨있는 고흥호
궂은 날씨 만큼이니 현장 여건도 만만치 않습니다.
지난 주 포인틀 찾았지만
며칠 전 내린 비로 불어난 물이 차올라
이곳저곳 둘러보지만 다른 곳도 상황은 마찬가지 입니다.
동행한 다른 회원들은
벌써 물속에 자리를 만드는 중이고,
나도 여기저기 널려있는 돌을 주섬주섬 주워다
서투른 솜씨로 한 평 공간을 만들어 봅니다.
▲ 물이 차오른 포인트
오락가락하는 가랑비 속에서
두 시간 남짓 동안에 걸쳐 작업을 마치고 나서
낚시대 8대를 편성해 놓고 나니
해가 서쪽으로 많이 기울었습니다.
▲ 대 편성을 끝내고
오후 5시 44분
겨울 해는 짧기도 합니다.
잿빛 구름사이로 붉은 노을을 남기고 서서히 넘어갑니다.
붕어사랑님은 대형 잉어와 씨름 끝에
목줄이 터지는 불상사도 있었지만
나는 낮 낚시도 해보지도 못한 채 찌맞춤을 얼른 끝내고나서
밤낚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해는 서서히 서산으로 넘어 가고
오늘밤 야영을 위한 텐트를 설치하기 위해
마른 풀을 베어 바닥을 고르고 있는데
갑자기 날씨가 변덕을 부립니다,
하늘을 온통 뒤덮고 있던
잿빛 구름은 어느새 물러가고,
간간히 내리던 가랑비도 멈추면서
저녁노을이 곱게 물들었습니다.
▲ 오렌지빛 저녁 노을
한가로운 바닷가의 저녁 풍경입니다.
고기잡이를 나갔던 부자가
어선에 몸을 싫고 뱃전을 두드리며 지나가고 있습니다.
▲ 집으로 돌아 가는 어부
저녁 7시경
앞뒤를 분간 할 수 없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낚시대 8대에 캐미 불을 밝혀 놓고
이제나 저제나 입질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남쪽 하늘 구름사이로
밤낚시와 달과 상관관계에 있어
가장 낚시가 잘 된다는 반달이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 중천에 뜬 반달
오늘 밤도 대물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낚시꾼들이 제일 싫어하는 문절이가
첫 고기로 걸려들었습니다.
함께 동행 한 회원들은
7~8치급 붕어를 몇 수씩 한 것 같은데
나만 문절이 월척만 2수 성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 지느러미 끝이 빨간 문절이
초저녁에는 약하게 불던 남풍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풍으로 변하면서
너울성 파도 때문에 새우도 채집이 되지 않고,
낚시를 할 수가 없습니다.
일찌감치 밤낚시를 포기 한 채 바람이 약해지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밤 10시 20분경 아쭈리님이 도착하자
갑작스런 기상악화에도 불구하고 그때까지 낚시를 하고 있던
다혜콩콩님과 붕어사랑님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자정이 지나야 바람의 방향도 바뀌고
강풍도 약해 질 것 같습니다.
▲ 강풍속 야식시간
새벽 2시 30분경,
초저녁과는 달리 약한 바람과 함께 방향도 북서풍으로 바뀌어 불고 있고,
거기다 새벽 밤하늘에는 수많은 별들이 떠있는 것을 보니
오늘 낮 낚시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어둠을 뒤로하고 제방 아래로
오늘의 낮 낚시를 위해
부지런히 새우 채집도 하면서
캐미 불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는데
깜박거리던 캐미 불이 갑자기 사라집니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고흥호의 미운오리새끼 문절이가 문안인사차
새벽 일찍 들렸습니다
▲ 산란을 하고 나면 곧 죽는다는 불쌍한 문절이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내심 새벽이슬을 맞으며 대물을 기대했는데
문절이 입질에 실망한 나머지
다시 텐트에서 한참을 누워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가
7시경 밖으로 나와 보니
지난밤 별들이 무수하게 떠있던 하늘은 온데간데없고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시커먼 먹구름 사이로
오렌지색 새벽여명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 새벽 여명
새벽녘 자리를 끝까지 지켰던 다혜콩콩님은
무려 60cm에 근접하는 잉어뿐만 아니라
7~8치급 붕어도 3~4수 했다고 합니다.
경솔했던 순간적인 판단을 뒤로 한 채
미끼를 싱싱하게 살아있는 새우로 갈아 끼우고
입질이 오기를 기다려 봅니다.
▲ 아직 새벽 어둠에서 깨어나지 않고 있는 호수
이렇게 좋을 수가!
오르기 시작하는 아침 기온에
붕어들의 활성도가 높아졌는지
드디어 8치급 붕어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8치급 붕어
기분 좋은 출발을 하고 있습니다.
검은 띠를 길게 늘어뜨린 구름사이로
아침해가 뜨거운 기운을 안고 힘차게 솟아오르면서
8~9치급 붕어를 3수나 낚았습니다.
▲ 언제나 떠오르는 해는 힘찬 기상이 보입니다.
아침바다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이곳은 방조제를 경계로 북쪽에 있는 득량만으로
앞에 보이는 황동포 선착장은 바다 낚시터로 각광을 받고 있으며
그 옆에 풍류 해수욕장이 있고,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곳은
일제 때 조성된 득량만 간척지가 있는
보성군 조성면과 득량면 입니다.
▲ 제방 북쪽의 득량만
그리고 앞면에 섬같이 보이는 곳은 득량면으로
비봉공룡화석지가 있으며,
왼쪽에 멀리 보이는 곳은 율포 해수욕장이 있는
회천면 입니다.
▲ 비봉공룡화석지가 있는 득량면
아침 기온은 많이 올랐지만
낮이라 그런지 새우 채집이 되지 앉자
새우,지렁이 짝밥을 써봅니다.
지렁이 미끼에도 입질은 들어오고
힘찬 겨울붕어 손맛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는데
점심 먹자고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 호수인지 바다인지 구분이 안가는 고흥호
이른 점심을 먹으면서
날씨가 너무 좋아 밤낚시가 될 것 같으니
낚시에 필요한 장비 외에는 정리하고
내일 새벽 비가 내리기 전까지 낚시를 하기로 결정합니다.
▲ 1박을 더 하기로 결정
왠지 심상치 않습니다.
갈대에 가려 머리만 보이는
다혜콩콩님의 낚시대가 하늘을 향해 똑바로 섰습니다.
확인을 해보지 않아서 알 수가 없지만
중치급이 넘는 붕어가
힘깨나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손맛 제대로 보고 있습니다.
바람 한 점 없는 호수에
따스한 겨울 햇살이 쏟아지고 있지만
오히려 입질은 없고 졸음만 쏟아지고 있습니다.
바쁠수록 쉬어가라는 말도 있죠,
이때다 싶어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기 위해
눈을 감아 봅니다.
▲ 오후의 망중한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눈꺼풀이 저절로 감기면서 쏟아지던 졸음에서 해방이 되자
회원들을 한 번 둘러봅니다.
붕어사랑님과 아쭈리님은 7~9치급 10여수를,
다혜콩콩님은 7~9치급 15수와
60cm에 육박하는 잉어가 팔딱거리고 있습니다.
▲ 붕어사랑님
▲ 아쭈리님
▲ 다혜콩콩님
▲ 다혜콩콩님 살림망
회원들의 조황을 둘러보고 돌아오는데
동쪽 하늘에 나타난 반달이 눈에 들어오자
"낮에 나온 반달"이라는 전래동요가 생각납니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햇님이 쓰다버린 쪽박인가요
꼬부랑 할머니가 물길러 갈 때
치마끈에 딸랑딸랑 채워졌으면
상현달은 음력 7~8일경 초저녁에 남쪽하늘에 떠서
자정에 서쪽 하늘로 지는 달로,
해가 진 후 남쪽 하늘에서 볼 수 있지만
실제는 한낮 무렵에 동쪽하늘에 뜹니다.
▲ 초등학교 시절이 생각난다.
해가 호수에 긴 꼬리를 남기면서 서쪽으로 많이 기울자
낮 동안 잔잔하던 수면에 남서풍이 불면서
일렁이기 시작하지만
▲ 다시 불기 시자하는 남서풍
오후 들어 수온이 많이 올라갔는지
새우와 지렁이를 불문하고 활발한 입질과 함께
씨알이 굵은 붕어들이 낚입니다.
▲ 9치급 붕어
2주째 고흥호를 찾고 있지만
바다처럼 넓은 호수에 갈대밭이 없었다면
얼마나 삭막했을까 해보지만
고흥호 제방을 따라
군락을 이루고 있는 갈대밭에는
오후의 햇살을 받은 검붉은 갈대꽃이 바람에 일렁이며
나름대로 운치를 더해줍니다.
▲ 바람에 일렁이는 검붉은 갈대이삭
밤이 오기 전에
오늘의 조과를 사진으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이 이쁜 놈들을 찍어두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번 출조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 7~9치급 15수
어둠이 해를 밀어 내자
지는 해가 떠나는 것이 아쉬웠는지
이렇게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만들어놓았습니다.
▲ 고흥호의 저녁 노을
아름다운 저녁노을에 취해서인지
어제처럼 호수에 세찬 남풍이 부는지를 몰랐는데
저녁을 먹고 자리로 돌아가다 붕어사랑님 자리를 지나다보니
낚시장비가 너울성 파도에 처참하게 물에 잠겼고,
다혜콩콩님 장비도 마찬가지며,
내 자리 역시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더 안 좋은 것은 자리를 빈 동안 입질 했던 붕어가 바늘을 삼키고
낚시대 6대를 칭칭 감아 놓아 난감하기만 합니다.
잔뜩 기대했던 밤낚시를
아쉬움과 절망 속에서 포기하기로 결정하고,
좌대를 사용하고 있는 붕어사랑님과 아쭈리님을 남겨두고
다혜콩콩님과 나는 철수하기로 합니다.
▲ 방조제 가로등을 뒤로 하고 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