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달맞이꽃이 지천으로 핀 고흥호

소석(笑石) 2014. 7. 30. 00:38

 

   ▲ 달맞이꽃이 핀 고흥호

 

"또 고흥호야!"

7월 들어 두 번이나 예상치 않았던 폭우로

      "비 맞은 장 닭"이 되어 아침 일찍 철수를 한 적이 있어

내심 내키지는 않습니다.

 

그동안 내린 장맛비에

자주 다니던 저수지는 만수위를 보이고 있을 것이고,

그렇다고 마땅히 갈 곳은 얼른 떠오르지 않아

고흥호로 가기로 합니다.

 

정오가 지날 무렵 호수에 도착하니

어제 종일토록 불던 강풍은 많이 잦아들었지만

제방 밑까지 불어난 물 때문에

서쪽 제방 맨 아래 부근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 서쪽 제방

 

지난 주 출초 때 내린 폭우로

물속에 빠진 장비를 말리느라고 뒤죽박죽이 된

낚시대의 찌맞춤을 다시 하면서 원줄과 바늘도 새것으로 교체하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있는데,

 

오후 3시가 넘어갈 무렵

새우와 떡밥 미끼에 망둥어가 설친다고 투덜대던 붕어사랑님이

참붕어 미끼로 8치급 붕어를 한 수 했습니다.

  

   ▲ 붕어사랑님 

 

그로부터 채 한 시간이 지나지 않아

낚시대 휨 새가 심상치 않는 것이

어림잡아 봐도 대물이 확실한 것 같습니다.

 

"뜰채"

얼굴에 썬 크림을 바르려다 중단하고

뜰채를 찾아서 뛰어갔더니

오짜 잉어가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 오짜 잉어와 사투를 

 

여름철 뙤약볕 더위가 한풀 꺾인 오후 늦은 시각

늦게 출발한 일행이 도착했다는 소리에

아직도 열기가 남아있는 풀숲을 지나다 보니

 

가느다란 거미줄에 걸린 먹이지만

열심히 거두어 먹은 결과 빵빵하게 살이 찐 무당거미가

알록달록한 배를 내놓고

또 다른 먹이가 걸리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 무당거미 

 

거미가 정성들여 집을 짓듯이

사커님과 아쭈리님이 나름대로 좋은 자리를 잡더니

파라솔 아래서 열심히 낚시장비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공을 들인 만큼 그 열매도 풍성하다"는 말처럼

지금의 땀흘린 수고만큼

오늘 밤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 사커님 

 

   ▲ 아쭈리님 

 

오늘은 스카이다이빙을 즐기기에 좋은 날씨인지

저 멀리 보이는 항공센터 경비행장 에서는

수시로 비행기가 뜨고 내리면서

스카이다이빙을 하는 모습이 간간히 보입니다.

  

   ▲고흥 항공센터

 

   ▲ 경비행기 

 

종일토록 새우미끼에 망둥어가 설치자

옥수수 미끼를 달았더니

살치가 덥석 물고 걸려 올라옵니다.

 

이에 반해 사커님은

첫 고기로 8치급 붕어를 낚은 것을 보니

오늘밤 대박을 터뜨릴 것 같습니다.

  

   ▲ 옥수수를 물고 올라 온 살치 

 

오늘 하루를 뜨겁게 달구었던 해도

아쉬운 듯 우리에게 노을빛을 남기고

서산으로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습니다.

 

해가 지고 밤이 되면

낮 동안 설치던 잡어들은 사라지고

붕어들이 활동을 해 줄지 걱정이 앞섭니다.

  

   ▲ 해넘이 

 

출조한 회원이 단출해서 그런지

조촐한 식단이지만

사커님의 전문 요리인 병어조림이 보글보글 끓고 있고,

 

매번 만날 때 마다 느끼지만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행복한 웃음이 묻어납니다.

  

   ▲ 병어 전골에 막걸리 한 사발 

 

어둠이 찾아왔습니다.

깜깜한 수면 건너편에 길게 늘어선

고흥만방조제 가로등 불빛이 장관입니다.

 

   ▲ 고흥만방조제 가로등 

 

잡어들의 입질은 뚝 끊어지고,

어둠의 침묵을 깨고 다시 입질이 들어오더니

6~7치급 붕어들이 연달아 낚여 올라옵니다.

  

11시가 넘어서자

캐미 불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졸고 있고

나도 졸고 있습니다.

 

   ▲ 밤에 낚은 7치급 붕어 

 

새벽 5시 30분경

방조제 가로등 불빛은 약해지고

동이 터오는지 어제 보았던 주변의 형체들이

조금씩 나타납니다.

  

    ▲ 새벽이 눈을 뜨다

 

새벽녘 옥수수 미끼에

겨우 7치급 붕어를 한 수 하고 나니

새벽노을이 동쪽 하늘을 물들이고 있고,

 

밤새도록 잔챙이 몇 수에 그친 우리는

어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꽤재재한 몰골로

아침을 맞이했으니 한숨만 나옵니다.

  

   ▲ 새벽 여명 

 

이제는 곱게 물들어 가던 새벽노을도

잉태하고 있던 아침 해을 토해내고

빛이 만들어낸 오묘한 조화에 빠져 듭니다.

  

   ▲ 고흥호 해돋이 

 

아침이 되자

잡어들은 다시 설치기 시작하고

새우미끼에 제법 큰 망둥어가 걸려들었습니다.

  

다른 곳에서 망둥어는

별미로 회, 무침, 조림, 탕으로 해먹는다고 하지만

낚시꾼들에게서는 천대받는 물고기 입니다.

  

   ▲ 망둥어 

 

호수에 여름 햇살이 쏟아지자

바로 눈앞에서 반짝이는 햇빛 때문에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 보석같이 반짝이는 아침 햇살 

 

이번 주 출조 에서도

꿈에 그리던 4짜는 다음을 기약을 하고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 철수는 괴로워 

 

꿈은 꾸고 노력하는 자만이

그 꿈을 이룰 수 있다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에도 꿈을 꾸고 있습니다.

 

낮에는 땡볕에 땀 뻘뻘 흘려가며,

밤에는 모기한테 물려가면서

잔챙이지만 힘겹게 잡은 붕어들

그래도 빈 손 보다 났다는 생각이 듭니다.

  

   ▲ 1박 2일 동안의 조과 

 

내일(7월 28일)은 중복입니다.

고흥호 주변 들녘의 벼들이

출수를 앞두고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벼는 초복에 한 살,

중복에 두 살,

말복에 세살을 먹는 날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예전에 농민들은

복날 마다 한 살씩 더 먹는 벼를 위해

떡과 전을 장만하여 논에 가서 농사가 잘 되도록

기원하는 복제(伏祭)를 지냈다고 합니다.

 

   ▲ 고흥호 주변 들녘

 

달맞이꽃은 칠레가 원산지 이며,

이름 그대로 꽃이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오므라들었다가

밤이 되면 활짝 피기 때문에 달맞이 꽃이라고 부릅니다.

 

그렇지만 해가 구름사이로 숨은 흐린 날이나

해가 뜨지 않는 이른 아침에는

활짝 핀 달맞이꽃을 볼 수가 있습니다.

 

   ▲ 달맞이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