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공들의 잔치, 시조회를 다녀와서
▲ 시조회 고사상 앞에서
봄기운을 느낀 들꽃들이 하나 둘 피고,
봄의 전령사 매화꽃에 이어 진달래, 개나리 등이
산과 들에서 꽃망울을 앞 다투어 터뜨리자
물가에서는 태공들의 시조회(始釣會) 잔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여수시청 민물낚시 동호회에서도
갑오년 한 해 동안 회원들의 무사안녕과
대어를 낚게 해달라는 소망을 기원하면서 용왕님께 제를 올리는
시조회를 진도 보전호 에서 가졌습니다.
3월 15일 새벽 5시가 넘어가고
어둠속에서 만면에 웃음을 띤 회원들이
1박2일 동안 즐거움을 만끽하기 위에 속속 도착하자
분위기가 무르익어 갑니다.
▲ 여수 집결 장소에서
가는 길은 멀기만 합니다.
새벽어둠을 가르며 한 시간 여 만에 도착한 보성녹차휴게소에서
고막된장국에 아침밥을 먹고 나니
새벽안개 사이로 아침 해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오늘이 열리고 있습니다.
과연 오늘은 우리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작년 6월 정기출조 때 한번 다녀온 기억을 더듬어보면서
내 나름대로의 깊은 상념에 빠져봅니다.
▲ 보성 녹차휴게소
가슴이 확 트입니다.
그동안 고요 속에 잠들어 있던 만수면적 50만평의 호수가 큰 입을 벌리고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깨어나면서 기지개를 켜고
우리를 맞이해 줍니다.
영하권을 보였던 새벽 날씨 탓인지
장비를 어깨에 메고 포인트를 찾아 제방을 내려가는데
돌 위에 내린 서리가 얼어붙어 제법 미끄럽고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 진도 보전호
▲ 각자의 포인트를 찾아서
▲ 다혜콩콩님 등 4명이 자리한 포인트
제방 아래에서는 낚시장비를 설치하느라
제방 위에서는 고사 상을 차리느라 부산을 떨다보니
용왕님께 제를 올릴 시간이 되었습니다.
회원들이 정성을 들여 준비한 고사상 앞에 모여
엄숙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용왕님 나에게 어복을 주소서!" 하고
마음속으로 고해봅니다.
▲ 돼지 머리는 웃고 있는데
▲ 절을 올리는 회장님
▲ 절을 올리는 고문님
▲ 절을 올리는 회원들
▲ 많기도 해라
고사를 마치고 나자
전 회원들이 빙 둘러앉아 음식을 나눠 먹으며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 간의 덕담도 주고 받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이어지고,
아직까지 4짜를 배출하지 못한 만큼
이번 시조회 에서는 기필코 기록을 달성하자는
파이팅을 외치고 나서 각자의 포인트로 돌아갑니다.
▲ 기록 경신 파이팅!
▲ 대어상은 ?
오후가 되면서 남서풍이 강하게 불기 시작합니다.
오전 내내 입질 한 번 받지 못 한 터라
회원들 모두가 서서히 동요를 하기 시작합니다.
봄 붕어가 바글바글 해서
기록갱신이 가능하다고 장소를 정했던
아쭈리님은 할 말을 잃었고,
남쪽 제방이
여름 포인트네, 겨울 포인트네 하다가
붕어사랑님이 호수 입구 펌프장 아래 갈대밭을 다녀오더니
그곳으로 장소 이동을 제안합니다.
▲ 뜰채도 펴놓고 준비 완료한 다혜콩콩님
▲ 추위도 불사하는 진정한 낚시인 붕어사랑님
장소를 이동하자는 붕어사랑님 말이
머리에서 떠나지를 않고 뱅뱅 돌면서
자꾸만 그쪽으로 눈이 갑니다.
얼마 후 사커님이 그곳을 둘러보는 것이 보이고,
나도 가보고 싶은 마음에 엉덩이가 들썩거려
덩달아 따라 나섰습니다.
오늘의 포인트로서는 안성맞춤입니다.
제방이 바람을 막아주어 수면도 잔잔하고,
물색도 아주 좋습니다.
장소 이동을 결정하기 위해
회장님을 동행하고 붕어사랑님과 함께
다시 현장 확인을 했지만 이동불가 판정을 받았습니다.
▲ 펌프장 아래 갈대밭 포인트
점심을 먹고 나서
붕어사랑님과 사커님은
낚시대 2~3대만 가지고 그곳으로 자리를 이동하고,
남은 회원들은
강한 바람 속에서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지만
오후에도 입질은 전혀 없습니다.
▲ 두주불사 야생초님
▲ 백전노장 둠벙님
깍깍깍까~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소식이 온다" 는 속담처럼
사커님이 갈대밭에서 붕어 2수(9치, 7치)를 낚아가지고
의기양양하게 귀환을 했습니다.
거기다 사커님 말에 의하면
첫 입질에 챔질을 했는데 붕어는 빠져나가고,
바늘에 걸려온 비늘이 엄지손가락만 했다고 하는데
무지하게 부럽습니다.
▲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 까치
▲ 일취월장하는 사커님
지는 해는 서산에 걸려있고,
저물어가는 호수위로 꼬리를 길게 늘어뜨린 저녁노을이
붉게 타오르고 있습니다.
아침에 찬란하게 떠오른 태양이
하루 종일 자신을 불태우다
이렇게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해 주고
황홀한 빛으로 하루를 마감하고 있습니다.
▲ 보전호 저녁 노을
제방너머에서 보름달이 은은히 비추고 있습니다.
밤공기가 차서 그런지
물가에 앉아있는 태공들의 등에 내려앉은 새하얀 달빛이
몹시도 스산하게 느껴집니다.
호수를 비추고 있는 달은 만월인데
물속에 있어야할 살림망은 아직 담그지도 못하고
제방에 덩그러니 놓여 있습니다.
▲ 제방위의 만월
새벽 어스름을 걷어내고
아침 해가 떠오르면서 산천초목에 입맞춤을 하자
오늘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아득하던 어둠이 물러간 지금
지난밤을 언제 솟아오를지 모르는 찌를 바라보며
몹시도 갈망했을 회원들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 보전호 일출
제방에서 내려다보니
새우를 미끼로 한 찌들의 이동이 있는걸 보아
밤사이에 입질이 있었습니다.
밤늦게까지 자리를 지킨 회원들은
밤 10시 30분 경 부터 새벽 2시까지 입질이 있어
대어는 없었지만 중치급 몇 수씩 했습니다.
▲ 물색은 맑아지고 어찌하면 좋습니까?
아침나절동안 전혀 입질이 없습니다.
잔챙이라도 좋으니 붕어 얼굴이라도 봐야겠다는 생각에
아쭈리님과 함께 제방아래 수로낚시에 나섰습니다.
풍덩~ 풍덩~
조용하던 수로의 정적을 깨트리고
대어가 앙탈을 부리는 소리가 들려 달려갔더니
수염달린 월척급 잉어 입니다.
수로낚시 한 시간 여 동안
아쭈리님은 붕어, 발갱이 등 낱마리를,
소석은 붕어 얼굴은 보지 못하고 발갱이 5수를,
60cm도 못되는 수심에서 진한 손맛을 봤습니다.
▲ 제방 아래 수로
▲ 수로에서 낚은 7치급 붕어
시조회 치고는 저조한 조과입니다.
대어, 다어상은 대상자가 없고,
둠벙 고문님이 출연한 찬조금 행운상만 - - -
▲ 행운상 추첨
진도 보전호 에서
4짜 기록 경신에 나섰지만
이번 시조회를 아쉬움과 미련 속에서 마치고,
다음 정기 출조를 기약해 봅니다.
▲ 다음 출조를 기약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