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겨울 붕어 만나기 힘드네

소석(笑石) 2013. 12. 16. 17:12

 

   ▲ 고흥 동백지

 

강추위 속에서 일주일이 후딱 지나갔습니다.

겨울철 물 낚시도 끝물로 접어들고,

계사년도 보름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평소에는 블루길의 성화가 심하고,

마름이 밀생하고 있어 기피를 했지만

겨울철이면 조황이 살아나고 대물급 붕어를 낚을 수 있다는

고흘 계매지를 지난주에 이어 또 찾았습니다.

 

붉은 여명이 새벽을 깨우고 있는 고즈넉한 저수지에는

보트도 1대 떠있고, 물가에는 3~4명의 꾼들이 보이지만

지난주에 비해 설렁한 분위기 입니다.

 

   ▲ 고흥 계매지

 

겨울 아침 햇살이 저수지에 퍼져나가는

뗏장수초 언저리에 찌를 세우고

이제나 저제나 노심초사 하면서 찌 놀림을 주시해 보지만

태산같이 꼼짝도 하지 않고 애만 태웁니다.

 

해가 뜨면서 대물 손맛을 보기 위해

낚시꾼들이 하나 둘 도착해 자리를 잡아 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찬바람만 싸늘하게 코끝을 스쳐 지나갑니다.  

 

   ▲ 아침 햇살이 퍼지고 있는 뗏장수초

 

낚시꾼들이 속속 들어와 자리를 잡고 있는

북쪽 제방 끝부분에 자꾸 눈이 가면서

자리 이동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수면 위에서는

찬바람도 아랑곳 하지 않는 물오리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먹이사냥에 여념이 없는 모습아

마냥 행복해 보입니다.

 

   ▲ 물오리 떼들

 

정오가 되어가도록 입질은 없고,

북쪽 제방에 자리한 다른 꾼들도 낚시가 안 되는지

하나 둘 철수를 합니다.

 

우리도 다른 곳으로 이동을 고려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고흥지역 겨울 포인트를 생각해 보지만

바람이 점차적으로 강하게 불고 있어

마땅히 갈만한 곳이 얼른 떠오르지 않습니다.

 

   ▲ 계매지에서 철수 중

 

겨울철 낚시는 붕어의 활성도가 떨어져

입질은 뜸해도 낚였다하면 잔챙이 보다는 월척급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낚시꾼들은 한 번의 입질에 대물을 만나기 위해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밤을 지새우는데 하면서 망설임 끝에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을 결정 합니다.

 

   ▲ 열매는 황금색 이지만 잎을 비비면 닭 오줌 냄새가 난다는 "계요등"

 

점심을 먹으면서 고민 고민 끝에 결정한 곳은

블루길이 많기로 유명해서 한 번도 낚시를 해보지 않은

고흥 동백지 입니다.

 

아직도 뗏장수초가 푸른색을 띠고 있고 갈대가 무성한

상류 쪽에 자리를 잡고 나서 낚시장비를 내리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오늘 밤을 보내기로 합니다.   

 

   ▲ 고흥 동백지 상류

 

낮 동안 찔끔거리기만 하던 입질이

해가지고 밤이 되자

새우, 떡밥, 지렁이, 옥수수 미끼를 불문하고

살치와 블루길 잔챙이가 설쳐댑니다.

 

밤 9시경이 되자  대물에 대한 욕망도 차츰 사라지고

하품만 연신 해대고 있는데,

고흥에서 가족과 함께 김장을 하던 구름다리님이

돼지고기와 김장김치를 갖고 찾아 왔습니다.

 

구름다리님의 경험에 의하면

자정이 넘으면 대물 입질이 있다고 하여 새벽 1시까지 기다렸지만

그저 말잔치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 동백지 석양

 

새벽 공기가 상쾌합니다.

어제보다 기온이 더 올라갔는지

서리도 별로 내리지 않았고 날씨도 제법 포근합니다.

 

오늘은 어제와 다른 날 일꺼야!

팔뚝만한 붕어가 물어주기를 기대하면서

낚시 바늘의 미끼를 새것으로 갈아주고 힘껏 던집니다.

 

   ▲ 동백지 새벽 여명

 

멀리 솟아오르는 아침 해의 햇살이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난

이곳에 존재하고 있는 산천초목 등 모든 사물에

입을 맞추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보이지 않는 물속의 붕어는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았는지

아무런 기척도 없이 조용하기만 합니다.

 

   ▲ 동백지 일출

 

언제나 그렇듯이

내가 바라는 대로 되었으면 좋으련만

비록 빈손으로 간다한들 무엇이 대수겠습니까?

 

올 때가 있으면 갈 때가 있는 법,

허구한 날 이 짓으로 먹고사는 것도 아닌데

집으로 고~

 

   ▲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잿빛으로 변해버린 덤불속 얼기설기 엉킨 가지에

노박덩굴이 노란꼬투리에 빨간 열매를 달고

새들에게 먹이가 되어 번식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꽃을 보기 힘든 겨울 꽃을 대신이라도 하려는 듯이

노란 껍질을 깨고 터져 나 온 붉은 씨앗이 꽃처럼 화려한 빛을 발하고 있어

마치 노랗고 붉은 꽃처럼 예쁩니다.

 

   ▲ 꽃처럼 예쁜 "노박덩굴" 열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