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향기가 물씬나는 고흥호 인공습지
▲ 고흥호 인공습지
언제 그랬냐는듯이 폭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불더니
가을 향기가 여기저기서 느껴집니다.
오늘은 아직 한낮의 햇살은 뜨겁지만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내리고,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백로(白露) 입니다.
▲ 가을의 전령사 코스모스
지난주 정기 출조 때 참석하지 못한 사커님 그리고 야생초님과 함께
아쭈리님 차에 4명의 회원이 동승하여
고흥호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서 그런지 자리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배수 펌프장에서 비행장 까지 고흥호와 인공습지를 넘나들며
탐색을 하다 보니
미끼를 투척해 놓고 마냥 기다리고 있는 릴 낚시꾼,
보트에 몸을 싣고 물 위를 누비는 보트 낚시꾼,
그리고 우리같이 바닥 낚시를 즐기는 꾼들이 곳곳에 자리를 하고 있지만
조황은 별로인 것 같습니다.
어느새 40여분이 훌쩍 지나고 나서
마름이 듬성듬성 난 사이로 수련 꽃이 아름답게 핀
인공습지 두 번째 전망대 아래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 두번째 전망대 아래 도로변에 장비를 내리고
가을 햇살은 따사롭고,
확 트인 호수를 바라보고 있으니
온갖 근심걱정은 사라지고 가슴이 뻥 뚫린 기분입니다.
1박 2일 동안의 여정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마름꽃이 핀 자리에 자리를 정한 나,
그리고 수련 꽃이 핀 곳에 자리를 정한 아쭈리님,
내일 아침에 저 꽃처럼 활짝 웃을 수 있을지는 - - -
▲ 대를 편성하고 있는 아쭈리님
낚시대 8대를 설치해 놓고 찌를 투척하니
수심 체크 할 때는 그렇지 않았는데
수면 아래 잠겨있는 물수세미 때문에 밑 걸림이 있어
밤낚시가 걱정이 되지만
새우와 참붕어 미끼를 달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미끼를 살짝 건드려 보는 입질에 헛챔질만 하고 말았지만
일단은 기대를 걸어도 될 것 같습니다.
▲ 물색은 좋습니다.
오후 늦게 도착한 탓도 있지만
저녁 해가 아름다운 오렌지 빛 노을을 남기고
고흥호 너머로 숨 가쁘게 넘어가려 하고 있어
이른 저녁을 먹고 밤낚시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밥 한 숟가락에 갈치 한 토막
거기다 막걸리 한 사발 쭈~욱 곁들이고 나니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따로 없고,
노상 카페에서
후식으로 이브닝 커피를 먹고 나니
붉게 타고 있는 저녁노을과 함께 아주 죽여줍니다.
▲ 고흥호 저녁 노을
▲ 메인 메뉴는 사커님이 준비한 갈치초림
▲ 막걸리 한 사발에 정을 듬뿍 담아서
▲ 해가 지고 난 뒤의 저녁 여명
달도 없는 밤하늘에 별들은 보석처럼 반짝이고,
풀벌레 소리가 교향곡처럼 흐르는 호수에
파란 캐미 불만 깜박거리고 있습니다.
간혹 잡고기들이 입질을 하는지
찌들이 우물대거나 깐죽거리다 갑자기 사라지는 등
종잡을 수 없습니다.
그래도 9시 20분경 잔챙이지만 붕어 얼굴을 보고나서
다시 솟아오를 것 같은 캐미 불은
무심하게도 그냥 조용히 서 있습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각
서서히 기대감은 무너지고,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야식을 먹는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경 텐트에서 나와 보니
절기를 무시할 수 없는지
밤 사이에 내린 많은 이슬이 풀잎에 맺혀있고,
고흥만방조제 2,873km 가로등 불빛이 장관입니다.
▲ 어둠 속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이슬
▲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고 있는 고흥만방조제 가로등
날이 새는지 캐미불이 차츰차츰 그 빛을 잃어가면서
주위의 사물을 희미하게나마 알아 볼 수 있게 되자
호수 중심부 에서 잉어인지, 가물치인지, 숭어인지는 몰라도
뛰는 물소리가 풍덩, 풍덩 하면서 새벽 공기를 가릅니다.
제법 쌀쌀한 새벽 기온 속에서 졸음이 쏟아집니다.
물고기 뛰는 소리에 졸다 깨다를 반복하다
전형적인 붕어 찌 올림이 눈에 들어옴과 동시에 챔질을 했더니
마름 수초에서 잠깐 앙탈을 부리던 7치급 붕어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 새벽 어둠속에서 낚은 7치급 붕어
먼동이 터오고 있습니다.
새벽 여명이 하늘도, 산도, 물도 붉은 빛으로 바꾸어 놓고
모두 깨어나라고 외치는 것 같습니다.
이에 답이나 하는 듯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부시 시한 얼굴을 내밀고
아침 낚시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 가슴을 뛰게 하는 새벽 여명
▲ 새우 채집중인 야생초님
▲ 새우로 참붕어를 낚은 사커님
풀잎 끝에 맺혀있던
수정같이 영롱한 아침이슬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다 물이 되어 떨어지고,
아침 이슬을 가득 머금고 곱게 피어난 꽃들은
잎 사이로 활짝 웃은 얼굴을 내밀고
가을 향기를 뿜어내고 있습니다.
▲ 풀잎에 맺힌 영롱한 아침이슬
▲ 칡꽃
▲ 강아지풀
▲ 수련
아침이 되자 잡어들이 설치기 시작합니다.
크지도 않는 동자개.가물치 새끼들이 낚이거나
살치가 참붕어 미끼에 낚이기도 하고
심지어 잔 새우 미끼에 참붕어도 낚입니다.
붕어도 5치급 이하만 낚이는 등
안 잡혀도 좋고, 잡히면 더 좋다고 하지만
커다란 살림망 바닥에 몇 마리가 팔딱 거리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한숨이 절로 납니다.
▲ 붕어들은 어디서 놀고 있을까?
▲ 물오리 한쌍이 부럽다.
▲ 부끄러운 1박 2일동안의 조과
정오 무렵이 되자
아직은 가을 햇살이 부서지는 호수는 눈이 부시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살은 따갑습니다.
이제는 떠나갈 시간
3분의 2쯤 남은 공간을 한숨으로 채워놓고
가을 여정을 마무리 합니다.
▲ 마실 때는 달콤했는데
가을꽃인 왕고들빼기 꽃에
호랑나비가 살포시 내려 앉아
우아한 자태를 뽐내며 꿀을 열심히 빨고 있습니다.
아침에 호랑나비를 보면 좋은 일이 생긴다 하고,
이른 봄에 호랑나비를 보면 신수가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호랑나비를 보면 무심코 지나가지 마시기 바랍니다.
▲ 호랑나비와 왕고들빼기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