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열대야 속에서도 입질은 한다
▲ 폭염 속 바닥을 드러낸 장흥 가학지
연일 낮에는 33도를 웃도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을 청하기 어려운 날이 계속되고 있는
8월 둘째 주 토요일 아침입니다.
새벽 5시경 약수터에 다녀와서
오늘 밤낚시를 위해 단잠에 빠져 있는데
계속 울려대는 문자 메시지 알람 소리에 잠이 깨어 확인해 보니
새벽 4시에 다혜콩콩님과 함께 출발한 붕어사랑님으로 부터
"빨리 오이소" 문자와 함께 월척급 붕어 사진이 확 눈에 들어옵니다.
아~ 나보고 어쩌란 말이냐!
잠은 이미 달아나버렸고,
갈 시간은 3시간이나 남았는데 이 무정한 붕어사랑님아 ~
다른 사람들은 더위를 피해
산과 계곡, 바다로 떠나고 있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부푼 가슴을 안고 사커.아쭈리님과 함께
땡볕아래 내팽겨 처진 가학지로 가고 있습니다.
한낮이 조금지난 오후 3시경 도착하니
아침 입질이 활발했던지
붕어사랑님은 대어를 두 마리나 놓쳤고,
다혜콩콩님은 준척급을 낚아 놓고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 구세주 같은 둑 위의 차양막
아직 저수지는 뜨거운 태양 아래
후끈한 열기로 달아오르고 있지만
물가로 내려가니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제방아래 바닥이 드러난 곳에 포인트를 정하고 나서
마름 수초를 오른쪽으로 끼고 낚시대 8대를 편성해 놓고 나니
굵은 땀방울이 비 오듯이 쏟아집니다.
▲ 남쪽 제방아래 모든 채비를 마치고
비록 땡볕은 쏟아지고 있지만
파라솔 그늘을 벗 삼아 물속에 발을 담그고
한껏 여유로움을 부려보고 있으니
바로 여기가 피서지요!
거기다 입질이라도 해 준다면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요!
더 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은데 아직은 입질이 없습니다.
▲ 물 속에 자리를 잡은 사커님
▲ 새우 채집에 여념이 없는 다혜콩콩님
▲ 아침 나절 놓친 대어가 아쉬웠던 붕어사랑님
▲ 어복이 충만한 아쭈리님
드디어 뜨거운 햇볕이 약해져가는 5시 30분경
다헤콩콩님이 준척급 붕어를 잡았다가
사진 찍는다고 이리저리 포즈를 취하다가 놓쳐 버리고나서
다시 친구들 데리고 나타날 것이니 걱정 말라고 합니다.
한 시간이 못 미쳐 물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8치 급이나 되요?"
"월척이다."
여기저기서 부러움의 탄성이 터집니다.
▲ 잔잔한 미소가 일품입니다.
하루 종일 대지를 용광로처럼 뜨겁게 달구었던 태양이
서산으로 뉘였뉘였 넘어 가면서
마지막 열기를 토해 내고 있고,
▲ 마지막 열기를 토해내고 있는 태양
제방 위에서는 금방 찾아올 밤을 맞이하기 위해
붕어사랑님은 텐트를 치고 있고,
다혜콩콩님은 국도 끓이고, 찌개를 만드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 저녁 준비에 한창인 붕어사랑과 다혜콩콩님
진수성찬이 따로 없습니다.
닭도리탕, 계란부침, 물김치, 뚜껑도 열지 않은 8가지 반찬 등
그리고 시원한 막걸리도 있네요.
웃음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낚시는 뒷전이고 이 맛에 산다지만
너무 오래 즐기다 보면 밤낚시에 지장이 많습니다.
▲ 푸짐한 저녁 밥상
▲ 더위야 가라
지는 해의 붉은 빛이 반짝이던 수면이
점점 짙어지는 어둠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이 시간이 제일 평온한 시간입니다.
하루의 그 어느 때보다도
곧 찾아 올 밤이 주는 특별한 만남에 대한 기대감과 설레임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기 때문입니다.
▲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아직 완전한 어둠에 젖어들지 않은 시각
붉은 노을이 남아있는 서쪽 하늘에
초승달이 부끄러운 자태를 잠깐 내보이다 사라지자
▲ 잠깐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진 초승달
어스름한 물 위에는
태공들의 염원을 담은
캐미 불로 가득한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 태공들의 염원이 담긴 캐미불
초승달이 막 사라진 8시 30분경
다혜콩콩님이 옥수수 미끼에 준척급을 한 수 낚고 나서
20여분이 지날 무렵 사커님이 새우 미끼에 또 준척급을 낚자
낚시대 2대에 부랴부랴 옥수수 미끼를 달고 나서
행여나 하면서 기다려 보지만
캐미 불이 희미해지도록 찌는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 밤낚시 포문을 연 다혜콩콩님
▲ 사커님도 한 수
밤참을 먹느라 시끌벅적한 10시 30분경
잠자리에 들었다가 자정 무렵에 깨어나 보니 텐트에는 아무도 없고
모두 의자에서 자고 있는지 불러도 조용합니다.
한 시간 여 동안 캐미 불을 지켜보지만 입질이 없자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잠자리에 듭니다.
▲ 캐미불도 희미해진 새벽녘
새벽 3시경 잠에서 깨어나 자리에 와보니
캐미불 하나가 보이지 않습니다.
살짜기 당겨보았더니 수초에 쳐 박혀서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몇 번을 당기다 그대로 놔두고 기다렸더니
캐미 불이 오르락내리락 하고
낚시대가 사르르 끌려가기도 하는 것이
대어가 물고 수초 속에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이 희미하게 밝아 올 무렵
수초제거기를 동원해 간신히 끌어냈더니 동자개로
나중에 계측을 했더니 무려 32cm나 됩니다.
비록 대어의 꿈은 사라졌지만 동자개 월척을 낚았습니다.
▲ 동자개 월척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다혜콩콩님이 낚시대를 그대로 놔둔채 잠을 잤는지
옥수수 미끼에 걸린 붕어가 낚시대 8대 줄을 칭칭 감아 놓았습니다.
이 때문에 채비를 새로 하느라
아침 낚시는 포기하고 철수를 해야 했지만
다른 회원들은 붕어 얼굴도 보지 못한 것에 비하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 그나마 붕어라도 달려있어 다행입니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아침이 밝아 오면서 기온이 차츰 오르자
입질 한번 받지 못한 지난밤의 피로가 몰려오고 있고,
저 수초 언저리에 세워 놓은 찌가
금방이라도 스멀스멀 올라 올 것 같은데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 밤새도록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뜰채는 한 번도 사용해 보지 못하고,
살림망은 물속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이슬을 맞은 채
낚시 가방위에 덩그러니 얹혀서 아침을 맞이하고 있고 있습니다.
이런 때가 한 두 번 이었던가 하면서
허전한 마음을 다스리고 다스려 보지만
자신도 모르게 속이 상한 마음은 어쩔 수 없습니다.
▲ 존재의 이유를 잃어버린 뜰채와 살림망
밤새도록 월척은 녕
잔챙이 얼굴도 보지 못하고
아침 해는 기어이 뜨고 말았습니다.
뜨거운 태양과 후끈한 열기가 확 얼굴에 닿으면서
입안이 바싹 마르고 텁텁해 지더니
갑자기 팥빙수 생각이 납니다.
▲ 뜨는 해좀 말려줘
"덥다 더워"
불볕더위가 몰려온다.
폭염 특보 발령되면 낚시는 휴교령 안 내리나.
조과가 궁금하다고요?
다혜콩콩님 월척 1수포함 6수,
붕어사랑님 8치급 1수, 잔챙이 낱마리,
사커님 준척(28cm) 1수,
아쭈리님 준척(28cm) 1수 포함 3수,
소석 동자개 월척(32cm) 1수 입니다.
▲ 다혜콩콩님의 월척(30.5cm)
▲ 다혜콩콩님 조과
▲ 이 무더위에 장화까지 신고 뭘 좀 잡았나?
낚시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들입니다.
바람이 불면 부들부들 떤다고 하여
부들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가을에 씨앗이 익고 바람이 불면
저 핫도그 같은 씨앗이 부슬부슬 일어나
마치 부풀어 오른 빵처럼 커져서 바람을 타고 날아갑니다.
▲ 부들
전국 대부분 지방에 폭염 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연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고,
여수 인근 도시인 광양에서도 8월 11일 낮 최고기온이
올 들어 최고기온인 38.6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회원님들!
얼마 남지 않은 이 무더위를 잘 넘기시고
정기 출조 때 건강한 모습으로 만났으면 합니다.
▲ 참 힘들었던 1박 2일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