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개망초가 흐드러지게 핀 장유지

소석(笑石) 2013. 6. 25. 15:21

 

   ▲ 고흥 녹동 장유지 전경

 

일 년 중 낮의 길이가 가장 길다는 하지(夏至) 다음 날,

평소 같으면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에 여수를 출발하여 

현지에서 아침을 맞이하곤 했는데, 

오늘은 한낮 무더위도 피할 겸 오후 1시경 회원 6명이 고흥지역 출조에 나섰습니다. 

 

지난주에는  장흥지역에서 이곳저곳 낚시터를 

옮겨 다니느라 애를 먹었다고 하던데,

이번 주에도 장소를 정하는데 쉽지가 않았습니다.

 

낚시 포인트마다 릴낚시꾼들이 점령해 버린 고흥호에 대한 미련,

릴 낚시꾼 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봉암지에서 느꼈던 허탈한 심정,

그리고 심한 녹조에 시달리고 있는 대분지의 실망을 뒤로하고 장유지에 도착하니

지금까지 불안을 깨끗이 잊으라는 듯이 개망초 꽃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큰 기대감을 갖고 저수지를 둘러보니

연안 쪽으로 듬성듬성 마름 수초가 떠 있고 물색도 좋아

금방이라도 수초사이에 찌를 세우면 입질을 할 것 같은 기분을 갖고

오리나무가 심어진 상류 둑에 포인트를 찾아 자리를 잡았습니다. 

 

   ▲ 오리나무가 심어잔 상류 오른쪽 둑 포인트

 

이리저리 헤매고 다녔더니 목도 컬컬하고,

자리도 정했으니 목을 축이고 나서

대를 편성하자고 합니다.

 

병어 찜을 안주 삼아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을 마시고 나니

막혔던 가슴이 뻥 뚫리면서 생기도 나고,

거기다 허기가 채워졌으니 힘도 불끈 솟아나면서

웃음은 절로 납니다.

 

   ▲ 병어 찜에 막걸리 한 사발  

 

   ▲ 사커님이 준비한 병어찜 

 

흔히 태공들은 말합니다.

"고기는 안 잡혀도 좋고, 잡히면 더 좋다."라고

 

몰과 공기가 맑은 곳에서 자연을 벗 삼아

찌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잡생각이 없어지는 정적인 즐거움과

입질과 함께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손맛에서 오는 동적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이 낚시입니다.

 

낚시대를 편성하고 있는 저 태공들,

어쩌면 오늘 밤을 하얗게 새고도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찌만 바라보다 빈 살림망으로 돌아 가드라도

물가에 나왔다는 것만으로 만족 할 것 입니다.

  

   ▲ 대어에 대한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둠벙님 

  

   ▲ 지난 초봄에 74cm 잉어를 낚은 다혜콩콩님 

 

   ▲ 빨간 장갑의 태공 사커님 

 

   ▲ 찌를 잔뜩 노리고 있는 환희님

 

한낮의 뜨거운 열기가 내려앉은 늦은 오후가 되자

계란 후라이 모습을 한 개망초 꽃이

은은하면서도 풋풋한 꽃향기를 날리고 있습니다.

 

꽃말은 화해지만,

전설에 의하면 중국 초나라 때 전쟁에 나간 남편을 기다리다 지쳐 병이든 아내가

밭에서 유난히도 잘 자라는 잡초를 뽑다가 이 풀에게 원망이라도 하듯이

"이 망할 놈의 풀" 하며 밭둑으로 던지고 그만 그 자리에 쓰러져 죽고 말았는데,

 

전쟁이 끝나고 남편이 돌아와 보니 아내는 죽고 없고 밭에는 풀만 무성하여

이 풀을 뽑아 던지며 신세타령 하듯이 "이 개 같이 망할 놈의 풀" 하고 외쳤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풀은 "개 같이 망할 놈의 풀" 이라고  해서

"개망초"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개망초

 

자리를 잡고 나서 2.4칸부터 3.2칸 까지 8대를 편성해 놓고,

떡밥과 지렁이 미끼로 2시간이 되도록 잔챙이들 찌 놀림에 시달리고 나니

차츰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새우가 최고인데 하면서 새우 채집망을 확인해 보니

생각하지도 않은 새우와 참붕어가 듬뿍 들어 있습니다.

거기다 크기도 미끼로 쓰기에 적당합니다.

 

미끼를 싱싱한 새우와 참붕어로 갈아 놓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입질은 들어오고

새우 미끼에 7치 급을 한 수 하고나니 가슴이 후련합니다.

  

   ▲ 부들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7치급 붕어  

 

   ▲ 반갑다 ~

 

뻐꾹~뻐꾹~뻑뻐꾹~

조용하던 저수지에 정적을 깨우는 뻐꾸기 울음소리에

잠이 깬 저녁노을이 서쪽 하늘 구름을 가르고 나타났습니다.

 

잠깐 동안의 저녁노을이 사라지자

개굴~개굴~ 개구리들이 요란스럽게 울어 댑니다.

개구리들이 요란스럽게 울면 비가 내릴 징조라는데 걱정이 앞섭니다. 

 

   ▲ 장유지의 저녁 노을

 

이곳에 도착해서 무려 4시간여 동안 

여러 종류를 배합한 떡밥과 지렁이

그리고 현지에서 채집한 새우와 참붕어로 잔치 상을 벌려 놨으나

해가 넘어간 뒤에도 잔챙이들만 들락거리고 씨알 좋은 붕어는 꼴도 보이지 않습니다.

 

진수성찬 잔치 상을 차려놓고 거렁뱅이 손님만 접대하다보니

몸은 지쳐가고 머리 속도 복잡해지자

분위기 반전과  밤낚시를 위한 활력을 불어넣어 주기위해

아내들의 기가 들어있는 도시락과 반주로 체력보강에 나서봅니다. 

 

   ▲ 술잔을 높이 들고 힘차게 ~ 위하여 

 

   ▲ 물 속에도 진수성찬, 밖에도 진수성찬 입니다.

 

비가 금방이라도 내릴 것 같이

잔뜩 찌푸린 하늘에 어스름이 내리자

수면 위의 캐미 불이 하나 둘  늘어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음력 오월 보름으로,

일 년 중 가장 큰 달 "슈퍼 문(Super Moon)"이 뜬다하여

오늘부터 그 영향을 받을 가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하늘에 비구름이 낮게 드리워져 있어 달이 뜰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슈퍼 문은 지구에서 가장 가까이 떠오르기 때문에 

1년 12번의 보름달 가운데 가장 크고 밝다고 합니다.

 

이때 달과 지구와의 거리는 35만7천킬로부터로 5만킬로미터 가깝고,

지구로 부터 멀리 떨어져 가장 작게 보일 때인 음력 11월 보름달과 비교하면

13%가 더 크고, 두 배 가까이 더 밝다고 합니다.

 

   ▲ 어둠이 내리고 있는 장유지

 

밤 8시 30분경이 되자 우려했던 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새우미끼에 잔챙이들이 간혹 입질을 하더니

밤이 깊어 갈수록 입질도 없습니다.

 

오늘도 밤낚시에 대어를 만나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초저녁부터 내리는 보슬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회원들이 하나 둘 모여 들어 어둠을 친구삼아 즐거운 이야기꽃으로

밤이 무르익어가고 있습니다. 

  

   ▲ 못말리는 어둠속의 태공들(1) 

 

   ▲ 못말리는 어둠속의 태공들(2) 

 

새벽 3시 30분경 잠자리에서 일어나보니

다른 회원들은 아직 꿈나라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고, 

바람 한점 없는 저수지에 약한 비만 오락가락 하고 있습니다.

 

낚시대 8대 중 새우와 참붕어를 반반씩  달아 주고 나서 30여분이 지날 무렵

캐미 불이 깜빡거리더니 서서히 솟아오르는데,

어찌나 중후하게 올라 오르는지 가슴은 터질 것 같은 입질이었지만

7치 급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어둠을 뚫고 나타난 7치급 붕어

 

새벽안개와 함께 아침은 밝아오고

회원들이 하나 둘 자리로 돌아올 때까지

붕어 7치급 한 수, 8치급 1수에 발갱이 2수를 하고나니

잔챙이들이 설치기 시작합니다.

  

   ▲ 새벽 안개에 잠겨있는 장유지

 

아침을 먹고 와서 자리에 앉아 나도 모르게 졸고 있는데

풍덩하는 소리에 눈을 떠보니

바로 앞에서 누런 잉어가  솟구쳐 오르더니 물속으로 사라집니다.

 

금년 초봄 다혜콩콩님이

이곳에서 74cm 잉어를 낚았던 사진이 눈에 가물거려서

잉어가 나타났다가 사라진 곳을 집중적으로 공략해 보지만 

감감 무소식 입니다.  

 

   ▲ 잉어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진 포인트

 

아침 기온이 올라가면서 소강상태를 보이던 비는

먹구름이 몰려오면서 다시 내리고

거기다 제법 빗줄기도 굵어져 난감합니다.

 

다시 내린 비에 초목들은 촉촉이 젖어가고,

거의 말라가던 낚시 장비도 젖어가자

아침낚시에 기대했던 잉어에 대한 꿈도 미련도 버리고 

집으로 고~  

 

   ▲ 옛날 며느리들의 한과 서러움이 담겨있는 며느리밑씻개꽃

 

   ▲ 풀잎에 내려앉은 보석같이 영롱한 빗방울

 

   ▲ 형편없는 조과속에서 체면을 유지한 7.8치급 붕어 

 

   ▲ 비는 내리고, 갈 길을 바쁜데 더디기만한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