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한밤 중의 대물 소동

소석(笑石) 2013. 5. 28. 14:34

 

   ▲ 고흥 녹동 대분지

 

진한 꽃향기 보다는

싱그러운 풀냄음이 폴폴 묻어나는

계절의 여왕, 푸른 5월의 마지막 주말입니다.

 

이번 출조(5.25~5.26)는 고흥지역으로, 

먼저 출발한 회원님으로 부터 내기철이라 수위가 많이 내려가

조황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하는 근심어린 소리가 내심 걱정은 되지만

모처럼 맞는 출조에 환한 미소가 절로 납니다.   

 

여름의 두 번째 절기 소만(小滿)이 지난 고흥지역은

밭에는 마늘 수확이 한창이고, 논에는 모내기를 하느라

농부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들판을 지나 대분지에 도착하니

붕어사랑님이 반갑게 맞이해 줍니다. 

 

   ▲ 반가워요~ 붕어사랑님

 

저수지 수위는 생각했던 것 보다 심각한 수준은 아니었으나

물가에 형성된 수초지역이 많이 줄어든 아쉬움을 안고

갈대밭 언저리에 대를 편성해 봅니다.

 

초여름 햇살아래 구슬 같은 땀을 흘리며 대 편성을 마치고 나니

서쪽으로 기울어 가던 해는 수면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무엇이 아쉬운지 잠깐 머뭇거립니다.

 

이때가 되면 붕어들이 활발한 입질을 보이기 시작 하는데
짝밥(지렁이,떡밥)을 달아놓은 찌는 잔챙이들 등쌀에
방자스럽게 요동을 치고,

어쩌다 참붕어를 달아놓은 찌가 찔끔 거릴 때 마다 신경이 곤두서면서

가끔 챔질을 해보지만 헛챔질에 기운만 빠집니다.  

 

   ▲ 갈대밭 언저리에 자리를 잡고 

 

   ▲ 야생초님도 반갑습니다. 

 

   ▲  둠벙님! 항상 강건한 체력에 감탄합니다. 

 

"술은 술술 잘 넘어가고,

찬물 냉수는 입안에서 뱅뱅 도네"

술에 대한 취흥을 노래한 민요에 나오는 가사로,

 

술이 술술 넘어 간다고 너무 많이 마시지 마소

오랜만에 물가에 나온 분위기에 취해 낚시는 뒷전이고,

술에 낚인 태공이 되질 않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 막걸리 쬐끔만 먹드라고요~ 

 

전국 최대 마늘 산지인 고흥지역 여기저기 들녘마다

작년 가을에 파종한 마늘을 캐는 아낙네들의 손길이 분주하고,  

그동안 농부들이 흘린 땀에 보답이나 한 듯이 통통한 모습을 드러내며

수확의 기쁨을 맛보게 하고 있습니다.

 

오늘 밤을 기다린 태공들 에게도

저 마늘처럼 튼실한 월척붕어가 줄줄이 낚이는

폭발적인 입질이 찾아와 멋진 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늘 아짐씨 막걸리 사왔을까?

 

이제 노을도 사라지고 차가운 어스름이 깔리자

동쪽 하늘에 둥근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살짝 얼굴을 내밀고

태공들에게 수줍은 인사를 합니다.

 

본격적인 밤낚시를 위해

낮에 넣어둔 새우채집망을 확인해 보니

참붕어만 잔뜩 들어 있고 새우는 한 마리도 없습니다. 

 

    ▲ 보름달이 뜨면 낚시가 안된다는데~

 

밤이 되어도 잔챙이 입질은 여전히 이어지고

어두운 수면에 반짝이는 캐미 불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데

고요한 정적을 깨트리는 소리가 납니다.

 

붕어사랑님이 잉어를 걸었는데

뜰채를 준비하지 못해 터졌다고 하자

여기저기서 아쉬운 탄식의 소리가 나오고,

 

잠시 후 갑자기 캐미 불이 사라지자 엉겁결에 챔질을 했더니

"팅~" 하고 맑고 경쾌한 피아노 줄 끊어지는 소리에 이어

빈 낚시대만 허공을 가릅니다.

 

이어서 아쭈리님이 대물을 걸었는지 앙탈을 부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습니다.

"뜰채" 하는 소리에 항상 뜰채를 준비하고 계시는 둠벙님이 퍼뜩 생각나서

한달음에 달려 같다오니 한숨만 푹푹 쉬고 있습니다.

 

세 번의 대물소동에 모두다 잔뜩 긴장을 하고 있는데

야생초님 자리에서 또 대물이 텀벙대는 소리가 나더니

5짜급 잉어를 낚았다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번에는 건너편에서 혼자서 낚시를 하던 구름다리님이

대물과 한참을 소란을 부리며 고군분투 하더니

7짜급 가물치를 낚았다고 합니다. 

 

계속되는 대물들의 입질은

아쭈리님이 또 한 번 터지는 불상사를 겪었으며,

야생초님은 초리 대에서 떨어져 나간 원줄에 매달린 대물이

밤새도록 저수지를 휘젓고 다니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밤 8시경 부터 시작된 한 밤중의 대물 소동은

희열과 허탈감 속에서 10시경에 끝이 나고,

행여나 하는 마음에서 자정을 넘어 2시까지 기다려봤지만  

온 저수지를 졸리게 만들 것처럼 늘어지게 하품만 나옵니다.

 

   ▲ 희열과 허탈감으로 보낸 밤이었습니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 5시경

어둠이 새벽에 자리를 내주고 서서히 물러나고 있습니다.

 

저수지 여기저기에서 "철푸덕 철푸덕" 하는 요란한 소리가 납니다.

잉어는 보통 5~6월 사이에 2~3회 산란을 하며,

가물치는 주로 5월 하순~7월 하순에 산란을 하는데

두 어종의 산란기인 모양입니다. 

 

   ▲ 대분지 새벽 풍경

 

밤새 내린 이슬이 꽃잎에  방울방울 맺혀있다

아침 햇살에 반짝거리더니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자

진한 향기를 뿜어내는 찔레꽃 향기를 맡으며,

 

탐스럽고 빨갛게 익어 지천으로 널려있는 산딸기를 따서

한 움큼 입에 넣고 씹었더니 

입안에서 톡하고 터지는 달콤한 맛이

지난밤의 피로가 눈 녹듯이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 멀리서도 진한 향기가 나는 찔레꽃

 

   ▲ 붉고 탐스러운 산딸기

 

초여름의 아침 햇살이 퍼지면서

활발하게 입질을 하던 잔챙이들도 소강상태를 보이자

밀려오는 욕심을 뒤로하고 작은 만족에 행복을 느끼면서

귀로에 오릅니다.  

   

   ▲ 미소는 짓고 있지만 속이 새까맣게 탓던 아쭈리님 

 

   ▲ 소석&아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