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오월의 눈부신 햇살 아래 쏟아진 월척

소석(笑石) 2013. 5. 7. 17:44

 

 

   ▲ 장흥 지정지

 

오월의 맑고 눈부신 햇살을 받아

점점 초록의 싱그러움으로 물들어 가는 산과 들을 바라보며

마음속에는 월척에 대한 꿈을 안고 

여수에서 장흥 지정지로 가는 길입니다.

 

가는 길 곳곳에는 각 지역의 축제를 알리는 홍보물이 눈에 띱니다.

여수거북선축제, 순천국제정원박람회, 보성다향제.일림산철쭉제,

장흥제암산철쭉제.정남진키조개축제 등

축제의 계절입니다. 

 

늦은 오후 지정지에 도착하니 북서풍이 불고 있으며

지난주에 좋은 조황을 보였다는 동쪽 제방에 자리를 정하고,

수초를 따라 대를 편성해 봅니다.

 

   ▲ 장흥 지정지 동쪽 제방

 

시간이 지날수록 종잡을 수 없이 거칠게 부는 바람 속에서 

잔챙이 몇 수에 월척을 한 수 한 붕어사랑님은

한껏 고무되어 있는가 하면,

 

거세게 부는 바람에 출렁이는 물결과 바닥 걸림에

둠벙님은 북쪽 제방으로 자리를 옮겨가고 나서

나도 8치급 한 수를 했습니다.  

 

   ▲ 첫날 초반에 승부를 냈던 붕어사랑님

 

오월의 눈부신 햇살을 쏟아내던 해님도

구름이 잔뜩 낀 서쪽 하늘에 저녁노을을 남기고 넘어 가면서 

아쉬운 첫날이 저물어 갑니다.

 

그렇지만 태공은 칠흑 같은 어둠속에서

낮 보다는 밤이 주는 큰 선물을 기대하며

정성을 들여 준비를 합니다. 

 

   ▲ 수면에 붉은 그림자를 드리운 저녁 노을

 

이제 저녁노을이 없어지자 

어스름이 깔리던 수면은 짙은 어둠에 묻히고,

밤 기온이 많이 내려갔는지 갑자기 추위가 엄습해 옵니다.

 

모레가 여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입하(入夏)라는데

낮과 밤의 기온차가 심한데다가 바람까지 불어 잔뜩 웅크린 채로 

출렁이는 물결에 깜박거리는 캐미 불을 바라보고 있는데

해질 무렵에 출발한 회원들이 도착하자 조용하던 저수지가 북적거립니다.

 

얼마 후 잠깐 동안 이라지만

예측불허의 비가 후두 둑 떨어져 당혹스럽게 만들더니

비가 그치자 언제 불었냐는 듯이 바람은 멈추고, 

 

잔잔한 수면 위에 빛을 발하고 있는 캐미 불에 현혹되어

야식까지 든든하게 먹고 자정이 넘도록 기다렸지만

입질은 없습니다. 

 

   ▲ 어둠이 깃든 장흥 지정지

 

새벽 교회 종소리에 잠이 깨어나

낚시 대를 확인해 보니 입질은 있었으나

어복이 충만한 사람은 자고나면 공짜가 대롱대롱 달려올라 오는데

빈 바늘만 허공을 가르며 올라옵니다.

 

미끼를 새것으로 달아 던져놓고 나니 바람은 다시 불고,

거기다 바닥 걸림이 심해 2대의 원줄이 떨어지는 불상사를 겪고 나서

북쪽 제방으로 자리 이동을 마치자

먹구름 사이로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 오늘도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르고

 

따스한 아침 햇살이 저수지에 퍼지면서

아침 낚시에 잔뜩 기대를 걸고

미세한 찌놀림도 놓치지 않고 열중인데 반하여

이제야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다혜콩콩님,

 

갑자기 "4짜다" 라는 큰소리가 납니다.

설마 하다가 붕어사랑님과 함께 달려가 보니

4짜에 근접한 월척입니다.

 

정상적인 입질과 챔질이 아닌 스스로 걸린 월척 붕어에

밤새도록 요동을 치는 통에 4대의 낚시 줄은 꼬일 데로 꼬였지만

희색이 만연합니다.

 

   ▲ 장흥 지정지 북쪽 제방

 

   ▲ 다혜콩콩님이 꿈속에서 낚은 월척급 붕어

 

   ▲ 주인 대신 폼좀 잡았습니다.

 

이제는 한물간 갓꽃 이지만

화사한 봄날처럼 포근함이 느껴지는 노란꽃을 바라보는

회원들의 얼굴도 화사합니다. 

 

   ▲ 화사하게 웃고있지만 이 때 까지도 한 수도 못했던 아쭈리님

 

   ▲ 만면에 미소를 띠고 계시는 둠벙님

 

   ▲ 지난밤을 하얗게 지새우고도 건재한 야생초님

 

아직까지 잔챙이도 잡지 못한 아쭈리님

바로 앞에 있는 붕어사랑님 으로부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핀잔을 받아도 너털웃음으로 일관 하더니 일을 냈습니다.

 

   ▲ 붕어하고 얼굴이 닮았습니다.

 

허허...

저건 뭐야!

꿩 대신 닭이라고 5짜급 가물치 입니다.

 

   ▲ 붕어보다는 가물치가 좋다.

 

오월의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는 정오 무렵,

싱그러운 초록물결이 일렁이는 청 보리밭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지금같이 다양한 간식거리가 없었던 어린 시절 생각이 납니다.

 

덜 익은 보리이삭을 불에 태워 손으로 비벼가면서

알맹이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정신없이 주워 먹고 나면

손은 검댕이로 변하고, 입언저리는 까만 재로 칠해지며 보냈던

푸른 오월의 어린 시절을 말입니다. 

 

   ▲ 장흥 지정지 인근 청보리밭

 

즐거운 점심시간 입니다.

쌀알이 동동 뜨는 동동주 한 사발 한 사발에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 간에 웃음꽃이 피면서 정도 깊어가고,

마냥 즐겁기만 합니다.

 

농부들이 새벽부터 일어나 일을 하다가

논이나 밭가에 빙둘러 앉아 막걸리로 목을 축이는

새참을 먹는 정겨운 풍경입니다.

 

   ▲ 태공들의 새참 시간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햇살과

수면에서 반짝이는 햇살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는데

잔챙이들은 자꾸만 입질을 하고, 

챔 질을 할 때마다 마름 줄기가 걸려 올라옵니다.

  

여름이면 저수지를 온통 뒤덮는

낚시꾼들에게는 귀찮은 존재지만,

수중 정화활동을 하는 유익한 수생식물 입니다.

 

   ▲ 한참 물 속에서 자라 올라 오고있는 마름

 

공짜로 밥을 주는데도 안 먹는 다고

"얼른 먹어라 먹어" 하면서 투덜거리시던 둠범님의 성화에

월척 급이 걸려들었습니다.

 

   ▲ 이 때는 4짜인줄 알았습니다.

  

오늘 하루도 해가 저물어 갑니다.

오랜만에 만난 월척 급에 즐겁기도 하고 긴장된 하루 속에서

월척급 4수에 준척급도 2~3수나 된 것 같습니다. 

 

좋은 조과를 올린 회원들은 콧노래도 부르고,

저수지 전체를 졸리게 만들 것처럼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등 

여유만만한 행동이 부럽기도 합니다.

 

늦은 오후부터 불기 시작한 세찬 북서풍과과 함께 기온까지 많이 내려가

한겨울이 무색할 정도로 추운 날씨 탓인지

붕어 활성도가 떨어져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밤새도록 부는 바람과 추위에 밤낚시는 완전 낭패를 보았습니다.  

 

   ▲ 두번째 날이 저물어 갑니다.

 

오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붉은 여명 사이로

찬란한 아침 해가 떠오르자

출렁이는 물결도 붉게 물들어 갑니다.

 

태공은 낚시대 끝에 월척에 대한 소망을 담아

붉게 물들어 가는 수면 위로 힘껏 던져 봅니다.

 

   ▲ 아름다운 일출입니다.

 

아침 일찍 철수 하신다는 둠벙님을 위해

먼저 계측을 하고보니 월척 급이 35.2cm 입니다.

 

   ▲ 둠벙님 계측결과 35.2cm

 

   ▲ 씨알 좋은붕어가 가득한 둠벙님 살림망

 

   ▲ 둠벙님 축하합니다.

 

아침 햇살이 출렁이는 물살에 부서지면서 반짝거립니다.

기온도 많이 오르고 붕어들의 활성도가 높아질 시간이어서

잔뜩 긴장을 하면서 찌 놀림을 주시해 보지만

 

대물용 참붕어에는 전혀 입질이 없고,

떡밥에는 잔챙이들이,

지렁이에는 7치급 정도가 간간히 올라옵니다.   

 

   ▲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수면

 

   ▲ 잔뜩 기대를 걸었던 참붕어들 

 

해가 중천에 떴습니다.

이제는 회원님들이 2박 3일 동안 물속에 감추어 두었던

살림망을 확인하고 계측을 해야 될 것 같습니다.

 

 

   ▲ 멀리 천관산이 바라보이는 지정지

 

먼저 이번 출조에서 장원을 한 아쭈리님은

월척급 2수 36.4cm, 35.8cm,

그리고 준척급 3수 입니다.

 

   ▲ 아쭈리님 첫번째 계측결과 35.8cm 입니다.

 

   ▲ 아쭈리님 두번째 계측결과 36.4cm 입니다.

 

   ▲ 아쭈리님의 월척급 2수와 준척급 3수

 

   ▲ 아쭈리님 축하합니다.

 

다음은 첫날 월척 급을 하고도 밀려난 붕어사랑님

월척급 1수 31.4cm,

그리고 6~8치급 40여수 입니다.

 

   ▲ 붕어사랑님 계측 결과 31.4cm 입니다.

 

   ▲ 다어왕을 차지한 붕어사랑님 살림망

 

   ▲ 붕어사랑님 축하합니다.

 

다음은 꿈속에서 월척을 한 다혜콩콩님

월척급 34.8cm

그리고 잔챙이 10여수 입니다.

 

   ▲ 다헤콩콩님 계측 결과 34.8cm 입니다.

 

   ▲ 다혜콩콩님 축하합니다.

 

저리도 좋을까?

그럼 그렇고말고!

예전에는 평생 낚시를 해도 월척을 낚지 못했다는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오늘만 같으면 좋겠습니다.

 

   ▲ 월척 특급 4인방 중 한 사람만 빠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