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임진년 정기출조를 마감하는 납회를 마치고

소석(笑石) 2012. 11. 20. 19:26

 

   ▲ 장흥 가학지 전경

 

60년만에 돌아오는 흑룡의 해 임진년도

서서히 저물어 가는 것 같습니다.

지난 3월 시조회를 한 지가 엇 그제 같은데 벌써 납회라니

아쉽고 아쉽기만 한 한 해가 또 이렇게 지나갑니다.

 

정기 출조 때마다 그렇듯이

시조회 때는 강풍이 불고 비까지 내리는 꽃샘추위로 고생을 많이 했는데,

납회(11월 17일)도 일찍이 찾아온 겨울추위와 지난밤에는 비까지 내렸지만

다행히 아침 출발 시에는 비는 그치고 바람만 다소 강하게 붑니다.

 

납회 장소인 장흥 가학지에 도착하니

아침햇살에 은빛으로 빛나는 갈대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몸을 움츠러들게 합니다.

 

   ▲ 제방 위의  갈대 이삭

 

강한 북서풍에 당초 예정했던 포인트를 포기하고,

바람을 등질 수 있는 석축제방에 자리를 정한 후

수초 대를 고려하여 수심과 바닥상태를 점검해 보니,

수심은 2m정도에 바닥수초에 바늘이 걸리는 등 썩 좋은 포인트는 아니나

오늘 기상여건을 감안한다면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 석축제방을 뒤로 하고 채비를 하고 있는 회원들

 

모든 채비를 어렵게 마치고 미끼를 달기 위해

미리 넣어둔 새우채집망을 건져보니 잔 새우가 들어 있어,

2마리씩 꿰어서 던져놓고 어신을 기다리고 있는데 제방 너머가 시끌벅적 합니다.

 

오랜만에 만난 회원들이 막걸리 한 사발에 회포를 풀고 있습니다.

낚시가 좋다는 한 가지 만으로 만난 사람들 이지만

만남은 언제나 반갑고 함께 나누는 정은 즐거움이 넘쳐흐르는 것 같습니다.

 

   ▲ 오랜만에 만나 회포를 풀고있는 회원들

 

오늘 같은 날은 자연을 벗 삼고,

하늘을 지붕 삼아 점심을 먹는 것도 좋다는 의견도 있지만,

1박 2일 동안 11명의 회원들이 식당으로, 잠자리로, 휴식공간으로 사용할 텐트를 설치하고 보니

바람 앞의 등불같이 위태롭기는 해도 천재는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아쭈리님이 요리한 김치 찌게로 점심을 먹고 나니 오후 2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 바람 앞의 등불같은 텐트

 

오후 들어 바람은 더 심해지고,

제방을 따라 불던 바람이 받침틀을 스쳐 지나가면서 기우뚱거리게 하는 속에서도

붕어사랑님이 떡밥에 8치급 붕어를 첫 수 하고나서 몇 수를 더 하도록

다른 회원들은 떡밥을 준비하는 등 부산을 떨어보지만 종종 무소식입니다.

 

   ▲ 첫 수에 화색이 만연한 붕어사랑님

 

제방을 바람막이 삼아 않아 있으니

수면을 스치는 바람소리가 귓전을 때리자만

따스한 겨울 햇살 때문인지 그렇게 춥지는 않으며,

 

눈앞의 가까운 산에는 아직도 울긋불긋한 가을 잔영들이 남아있고,

말라 비틀어진 풀 섶 속에 벌거숭이 같은 강아지풀이 벌벌 떨고 있는 사이로

늦게 핀 개망초 꽃이 환하게 웃고 있는 늦은 오후 시간입니다.

 

   ▲ 벌거숭이 같은 강아지풀

 

   ▲ 화사함을 잃지 않고있는 개망초꽃

 

오늘 하루 동안 보이지 않는 바닥수초와 씨름하면서

미끼로 지렁이, 떡밥, 그리고 새우는 통새우, 머리 껍질을 깐 생우 등을 시도해 보았지만

입질 한 번 받지 못하고, 붕어사랑님만 간간히 손맛을 보고 있는 가운데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 가학지의 저녁노을

 

저녁 주 메뉴가 오리고기인지 오리탕 냄새가 코끝을 스칩니다.

이번 납회의 주방장이신 아쭈리님의 요리 솜씨에 감탄하면서 저녁을 먹고 나니,

어둠이 내리고 바람은 언제 불었냐는 듯이 잔잔해 졌습니다.

 

   ▲ 텐트에 홀로남은 아쭈리님

 

밤낚시 준비를 위해 자리로 가다말고 제방에서 내려다보니

먼저 채비를 마친 회원들이 찌불 잔치를 벌이고 있습니다.

아주 장관입니다.

 

나도 4대의 낚시 대에 캐미 불을 달고 나니

어둠속 서쪽 하늘에 눈썹 같은 초승달이

차가운 은빛을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습니다.

 

초승달은 실제로 아침에 떠서 한 낮 쯤 이면 남쪽에 이르는데

이 무렵에는 햇빛 때문에 보이지 않고,

해질 무렵 서쪽 하늘에서만 관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 차가운 은빛을 발산하고 있는 초승달

 

밤낚시 채비를 마치고 1시간여가 지난 7시 10분경

"초승달 빛이 쏟아지는 수면위의 떡밥을 달아놓은 2.8칸 대 캐미 불이

깜박하고 어신이 들어오다 맙니다."

"얼마 후 두 마디 쯤 올리다 잠잠 해 집니다."

"살짝이 오른손을 낚시대 손잡이에 얹어봅니다.'

"다시 두 마디 쯤 올리다 잠깐 멈춥니다."

"순간적으로 매가 먹이를 물었는데 보이지 않는 물속의 물체가

미동도 않습니다."

"잠깐 동안이지만 수초에 걸렸나 하고 있는데, 어둠속 수면을 가르며

둔중한 물소리와 함께 초승달 빛을 받으며 월척 급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뜰채도 없이 1m 높이의 석축제방위로 올려놓고 불빛을 비춰보니

바늘이 위턱이 아닌 아래턱에 걸려 있는데 순간적으로 아찔한 생각이 듭니다."

 

초저녁 들어 붕어의 활성도가 살아났는지

여기저기서 씨알 좋은 붕어를 잡았다는 소리가 연이어 들리고,

모처럼 낚시터에 활기를 되찾는가 싶더니 조용해집니다.

 

낮 동안 세찬 바람 속에서 입질 한번 받지 못하고,

6대의 낚시대 중 3대는 접고, 나머지 3대로 1시간 정도만 하다가 자려고 했는데,

밤 10시가 되도록 두 번의 입질에 월척급과 9치 급 두 수를 했습니다.

 

   ▲ 첫 입질에 낚은 월척급 붕어

 

새벽 7시경 어둠속에서 세상이 깨어나고 있습니다.

아직은 어슴푸레한 어둠속에서 순수하게 물들어 가고 있는 새벽 여명의 빛,

이 세상의 모든 것들에게 생명의 숨결을 불어 넣어주는 생명의 빛이요,

희망의 빛 입니다.

 

   ▲ 가학지의 새벽 여명

 

오늘 하루도 붕어사랑님이 열어갑니다.

새벽 4시 30분경부터 시작한 새벽낚시에서 7~8치 급 3수를 했다고 하는데,

또 아침이 밝아오면서 8치 급 한 수를 합니다.

 

   ▲ 오늘의 신호탄 붕어사랑님

 

아침 해가 두 군데서 떠오릅니다.

하나는 산 위에서, 하나는 물 위에서 해맑게 웃으면서 떠올라

새로운 아침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 가학지의 일출

 

아침은 황태콩나물 해장국 입니다.

콩나물에 황태까지 넣어 팔팔 끓고 있는 냄비 뚜껑을 살짝 열어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황태콩나물 해장국이 모습을 드러내고, 

한 그릇씩 먹고 나니 지난밤 추위와 속 쓰림이 한 번에 풀립니다.

 

   ▲ 김이 모락모락 나는 황태콩나물 해장국

 

바람 한 점 없는 저수지에 따사로운 겨울 햇살이 퍼지고 있습니다.

제방 풀 섶에는 겨울을 나기위해 말라서 갈색으로 변해버린

풀 잎 사이 나무 가지에 벌레들의 고치섬 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고.

아침 햇살을 받은 구절초 꽃이 환하게 웃고 있습니다.

 

   ▲ 내년 봄을 기다리는 고치섬

 

   ▲ 내년 봄을 기다리는 고치섬

 

   ▲ 아침 햇살에 환한 웃음으로 화답하는 구절초꽃

 

겨울 날씨치고는 시간이 흐를수록 기온은 오르고,

물색도 우유를 뿌려놓은 듯이 좋아서 기대를 잔뜩 하면서

미끼를 이것저것 부지런히 갈아줘보지만 찌는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 아침 햇살이 반짝이는 가학지

 

정오가 지나자 낚시 대를 하나 둘씩 접으면서 철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 수도 못하고 있던 사커님이 붕어 얼굴을 봤다고 큰소리를 칩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투혼을 발휘한 사커님에게 전 회원들이 박수를 보냅니다.

 

   ▲ 마지막 투혼이 아름다운 사커님

 

납회 대미를 장식할 계측 시간입니다.

햇볕에 잠깐만 나가도 타고, 삼겹살 굽다가 한 눈만 팔아도 타는데,

정기 출조에서 게으름 한 번 피우지 않았는데 나는 한 번도 타지를 못해서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최종 계즉 결과

소석 30.5cm, 붕어사랑 28.2cm, 월척도사 27.5cm 입니다.

드디어 대어 상에 기록을 올렸습니다.

 

   ▲ 소석의 30.3cm 월척

 

   ▲ 붕어사랑님의 28.2cm 준척 붕어

 

   ▲ 월척도사님의 27.5cm 준척 붕어

 

   ▲ 씨알이 좋은 9치급 이상 붕어들

 

마지막 점심은 곰탕입니다.

1박 2일 동안 고생한 회원님들의 원기회복을 위해

이번 납회에는 참석하지 못하신 회장님이 준비하셨다고 합니다.

 

금년 한 해 동안 회원들의 무탈과 즐거운 낚시를 위하여

그동안 베풀어주신 회장님의 은덕에

전 회원들과 함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 모습은 달라도 마음은 하나같은 회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