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창만 들녘 둠벙을 찾아서
지금 해창만 들녘은 누렇게 익은 벼가
볍씨를 골라서 모를 심고, 수확하여 가마니에 담아 저장하기 까지
여든 여덟번의 손이 가는 중의 하나인 벼베기가 한창입니다.
이 번 출조는 1박 2일 일정(10.9∼10.10)으로
해창만 들녘에 소재한 수로 둠벙으로 붕어사랑님과 함께 했습니다.
▲ 부들로 꽉 찬 해창만 수로 둠벙 전경
첫 쨋 날
오후 5시경 현지에 도착해 보니
한동안 꾼들이 다녀가지 않았는지 둠벙에서 자생하고 있는 부들이
빼곡히 들어 차 있어 낫과 수초제거기로 낚시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나니 해가 서산으로 넘어가고 서서히 어둠이 밀려옵니다.
▲ 둠벙에 어둠이 찾아오고
평소에는 대 편성을 8대 정도 했는데
오늘은 공간이 좁아서 4대만 편성을 하고나니,
비교적 자리가 좋아서 별로 자리 정리를 하지않은 붕어사랑님은
배스.블루길의 성화에도 불구하고 8치급 붕어를 한 수 올렸습니다.
▲ 받침대는 5개를 설치했으나
▲ 체형이 잘 빠진 토종 붕어
어둠이 찾아와 캐미를 달고 불빛을 응시해 보지만 찌는 까딱도 하지 않고,
한참을 쳐다 보고 있노라니 찌가 예신을 보이는 것 같은
착시를 하는가 하면, 시야가 흐려지기도 합니다.
가끔 잡어인지 붕어인지는 몰라도 찌가 움찔하다가 다시 조용해 집니다.
밤 10시경 한로가 지나서인지 찬이슬이 내려 기온이 많이 내려가
무척이나 추워서 텐트안 침낭속에 들어가 잠을 청해봅니다.
▲ 햐얀 받침대 끝에서 싸늘한 밤기운이 느껴지고
둘 쨋 날
다음날 새벽 5시경 붕어사랑님 인기척에 일어나 보니
나의 잠버릇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텐트밖에서 방황을 하다
새벽 추위에 한속이 들어 라면을 끓이는 중 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으로 지난밤에 월척급 1수를 했다니 조금은 미안함이 덜 합니다.
이슬이 얼마나 많이 내렸는지 내 자리로 가는 중에
신발과 바지가 다 젖었습니다.
미끼를 새로 갈고 조금 있으니 날이 밝아오면서
함께한 붕어사랑님은 간간히 씨알 좋은 붕어를 올리고 있는데
나는 배스와 블루길이 번갈아 가면서 올라옵니다.
▲ 팔영산 주변이 붉게 물들고
▲ 마복산 자락에 해는 뜨고
▲ 부들과 재수 없는 블루길이 햇빛을 받아 황금색으로 빛을 내다
▲ 미끼를 먹고 도망가다 허리에 바늘이 걸린 배스
“드디어 8시경 잡어 같기도 하고, 붕어 같기도 한 예신이 들어옵니다.”
“낚시대에 손을 얹고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는데
솟아오르던 찌가 옆으로 손살같이 달아납니다.”
“이 번에도 잡어겠지 했는데 붕어가 얼굴을 살며시 내밉니다.”
“마음속으로 나도 한 수 했다고 쾌재를 부르며 느긋하게 손맛을 보고
풀밭에 건져놓고 보니 월척급입니다.”
“붕어가 첨벙대며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는지 붕어사랑님이 묻습니다.”
“월척급 한 수 했다고 큰 소리로 답을 해주고 나서 흐뭇한 미소를 지어봅니다.”
▲ 버려진 배스와 블루길 사이에 이쁜 붕어가 자리를 하고
그러고 나서 배스.블루길 입질도 없고 잠잠합니다.
부들이 사람 키보다 높이 자라있는 조그만 웅덩이에 자리를 하고있어
아늑해서 그런지 졸음이 쏟아지고, 간혹 부들밭 속에서 붕어들이
풀석 풀석 하면서 노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깨곤합니다.
어느새 해는 중천에 떠 있고,
대를 접고 가야할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 부들 줄기에 분홍색 우렁이 알이
▲ 하룻밤 조과치고는 붕어, 배스, 블루길 잡탕입니다.
출조를 마치고
붕어사랑님은 월척급 2수에 7∼9치급 5수를 나는 비록 9치급 한 수를 했지만,
그동안 잔챙이와 잡어들에게 시달리다 오랫만에 가을 붕어 손맛을 본 것 같습니다.
오늘을 시발점으로 다음 출조시에는 더 나은 조과를 기대해 보면서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