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행기

꽃샘추위 속 시조회를 다녀와서

소석(笑石) 2011. 3. 8. 17:19

 

    며칠 전부터 기다려지는 시조회 날 입니다.

    봄은 살그머니 찾아왔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온 꽃샘추위로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입니다.

 

▲ 경칩날 아침 꽃봉오리를 드러낸 들꽃


    오늘(3월5일)은 음력으로 2월 초하루 “허드렛 날” 또는 콩 볶아 먹는 날“로

    콩을 볶아 그 해 농작물의 풍작을 미리 알아보는 풍점(豊占)을 쳤으며,

    내일은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입니다.

 

▲ 지정지에서 바라본 천관산


    올해 시조회도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장흥 천관산이 마주 보이는 지정지로,

    돼지머리와 과일 등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차려 놓고

    용왕님께 시조제(始釣祭)를 올리며 회원들의 무사무탈과 어복을 기원하면서

    낚시인들에게서 수명을 다한 물고기들에게도 예를 표해 봅니다. 

 

▲ 회원들의 무사무탈과 어복을 비는 시조제


    시조제가 끝나고 나서 바람은 동풍이고, 물색은 썩 좋은 편이 못되지만

    밭 밑 왼쪽 뗏장수초 포인트에 4명이, 오른쪽 갈대수초 포인트에 4명이 자리를 정하고,

    각자의 포인트에서 짝밥(지렁이, 떡밥)을 달고 첫 입질을 기다립니다.

 

▲ 뗏장수초 포인트


    꽃샘추위 치고 날씨는 꽤 포근한 편이지만 바람은 제멋 데로 불고

    잔챙이 들이 입질을 하는지 시원한 입질을 보이지 못하고

    한두마디 찌를 올리다 맙니다.

 

▲ 갈대수초 포인트


    한참 후 뗏장수초 쪽은 5∼8치급 붕어의 폭발적인 조황이 보이기 시작하지만,

    갈대수초 쪽 포인트는 4∼5치급 붕어만 간간히 올라오는 걸 보면

    초 봄 붕어는 뗏장수초를 노려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 시조제에서 어복을 받은 아쭈리님


    오후 5시경 잔챙이들 등쌀에 무료해진 회원들이

    본부 텐트로 하나.둘 모여들어 돼지머리에 소주를 마시며,

    겨울 한 동안 만나지 못해 쌓였던 이야기가 많은지

    갈수록 목청이 높아지고, 주위가 시끄러워지더니 해가 지는 줄도 모릅니다.

 

▲ 오랫만에 만난 회원들이 시간 가는줄도 모르고 


    해질 무렵이 되자 저녁은 뒤로 미루고

    밤낚시 준비를 해야 한다며 서둘러 자리를 뜹니다.

 

▲ 석양 무렵 지정지 황혼


    지정지의 바람이 그렇습니다.

    낮에는 제멋데로 불다가도 밤만되면 신기하게도 잠잠해 집니다.

    캐미를 달고 찌불을 쳐다보지만 9시가 되도록 찌는 미동도 하지 않고,

    일찌기 잠을 청하는 회원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회원은 12시가 다 되도록 기다려 보지만 여전히 입질은 없습니다.

 

▲ 지정지에 어둠이 내립니다.


    다음날 아침

    뗏장수초 쪽은 어젯밤에는 언제 그랬나는 듯이 조황이 좋으나

    갈대수초 쪽은 어제와 변함이 없습니다.

    어제 시조제는 회원 전부가 함께 했지만 과연 용왕님의 선택은 - - - -

 

▲ 들꽃 중에서 봄을 가장 먼저 알린다는 큰개불알꽃


    비록 월척급 이상 대어는 나오지 않았으나

    뗏장수초 쪽 조황이 대체적으로 좋았고, 갈대수초 쪽은 잔챙이 낮마리에 그쳐

    5~8치급 40여수를 한 아쭈리님이 다어상의 기쁨을 누렸으며,

    대어상에서 1cm가 부족한 사커님이 아차상을 받았습니다.

 

▲ 다어상을 받은 아쭈리님의 조과

 

▲ 아차상을 받은 사커님 붕어

 

▲ 특별상을 받은 회장님


    시조회를 마치면서

 

    한 저수지에서도 자리에 따라 조황이 심하게 나타났지만

    산란기를 앞두고 붕어들의 활동이 활발해 지고 물색도 점차 살아나고 있어

    낚시인들이 즐거운 비명을 지를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